폭발은 있되, 수습은 없었던 이혼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2. 5. 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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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 포스터. 사진 티빙


이른바 ‘이혼예능’이 봇물이다. 부부예능은 가상결혼 형태에서 실제 부부가 출연해 속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 형태으로 발전해왔다. 가끔씩 다투는 장면도 있었지만 오히려 두 사람의 사랑을 단단히 맺어주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그런 부부 예능이 요즘 완전히 달라졌다. 부부 관계나 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헤어진 부부까지 굳이 한 공간에 모아놓고 갈등을 유발한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를 통해 인기를 얻은 ‘이혼예능’은 최근에는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등 범위가 넓어졌다. SBS 역시 이혼을 콘셉트로 한 예능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티빙 오리지널 ‘결혼과 이혼 사이’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네 커플의 부부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면서 관찰 카메라를 통해 갈등양상을 보여준다. 실제 이혼경험이 있는 방송인 김구라와 그의 아들 MC그리, 이혼가정에서 자란 작사가 김이나,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가수 이석훈과 아나운서 부부 방송인 김민정 등이 패널로 출연한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 첫 회 방송장면. 사진 티빙


프로그램은 심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OTT 프로그램의 특징을 그대로 살렸다. 124만원짜리 명품신발을 사면서도 이를 지적하자 자신의 존재감이 없다며 우기는 철없는 남편을 비롯해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폭언 남편’, 화가 나면 고함을 일삼는 분노조절장애 남편이 등장한다. 또 한 커플은 어린 아이를 놓고서도 밥상머리 다툼을 그치지 않는다.

제작진은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부부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반드시 지키려는 듯, 제작진은 네 부부의 문제에 대해 조정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2회부터는 AI(인공지능)가 등장해 이혼 변호사를 만나라고 제안하는 등 몇 가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혼했을 때의 아이 양육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출연자들의 고뇌를 깊게 한다. “이혼했을 경우 당신은 이런 불이익을 얻게 됩니다”라는 벼랑 끝을 보여주면서 솔루션이 아닌 문제상황을 회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어쨌든 MC 구성에는 따로 전문가가 없고, 단지 이혼 경험이 있는 출연자 정도가 전부다. 이는 ‘해결’보다는 ‘보여주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과연 개입 없이 부부의 갈등을 그대로 드러내 전시하는 일이 화제성이나 시청률의 획득 외에 어떤 생산적이 기능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첫 회부터 프로그램은 자극의 역치를 높이며 부부 중 한 명을 힐난하거나 한 쪽을 두둔하는 극단적인 반응만을 만들어냈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 첫 회 방송장면. 사진 티빙


물론 김이나의 말처럼 ‘이혼’은 끝이 아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이혼은 누구나 그 과정에서 소모적이고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폭로와 폭발, 서로에 대한 감정을 끝까지 쏟아내는 것을 보여주는 것까지가 TV의 일이라면,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그 가정의 자녀들이 입은 감정적인 피해, 나아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결혼에 회의감이 드는 미혼들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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