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느 박'찬욱 "코로나로 깨닫게 된 극장의 소중함 지켜나갈 것"

오승훈 2022. 5. 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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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비(B)급·컬트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광에서 칸의 총애를 받는 '깐느 박'이 된 남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 박찬욱이 신작 <헤어질 결심> 으로 28일(현지시각)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면서 그의 영화 인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감독은 "송강호씨와 제가 같은 영화로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칸이 한 작품에 감독상과 주연상을 모두 주지는 않아서다. 따로 온 덕분에 둘이 같이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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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의 이 칸 저 칸][오승훈의 이 칸 저 칸] (17) '깐느 박' 박찬욱 감독
칸 세번째 트로피..'깐느 박' 명성 재확인
송강호는 다른 영화로 최우수남자배우상 수상
송강호와 작품 계획 물으니 "거절만 말아 달라"
28일 저녁(현지시각)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왼쪽)과 최우수남자배우상을 수상한 송강호가 칸 ‘팔레 드 페스티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오승훈 기자

작가주의·비(B)급·컬트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광에서 칸의 총애를 받는 ‘깐느 박’이 된 남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 박찬욱이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28일(현지시각)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면서 그의 영화 인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신만의 인장을 새긴 특유의 미장센과 미적 감각이 또 한 번 칸의 선택을 받으며 개인 통상 세번째 칸 트로피를 안은 것이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 감독은 서강대 철학과에 입학 뒤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 영화감독을 꿈꿨다. 당시 공부한 영화이론을 바탕으로 훗날 잠시 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연출 데뷔했으나 흥행에선 쓴맛을 봤다. 그의 이름을 알린 출세작은 송강호와 처음 인연을 맺은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2000)다. 관객 583만명을 모아 그해 최고 흥행작이 됐다. 이후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복수 3부작’을 내놓으며 자신만의 또렷한 인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칸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건 <올드보이>부터다. 이 영화로 2004년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이다. ‘깐느 박’이란 별명은 이때 생겼다. 송강호와 또 한 번 합작한 영화 <박쥐>로는 2009년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16년 영화 <아가씨>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나 수상하진 못했다. 이번에 감독상을 받음으로써 한국인 칸 최다 수상 기록을 썼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고 있다. 칸/AFP 연합뉴스

<헤어질 결심>(6월29일 국내 개봉)은 고전 형사물의 드라마적 기법을 바탕으로 남녀의 내밀한 연정을 폭력과 섹스 같은 자극적 장면 없이 담백하게 그려낸 러브스토리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칸 공개 이후 호평이 쏟아진 가운데 각국 매체 평점 집계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박 감독은 감독상 수상 직후 프레스센터를 찾아 국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금종려상을 못 받아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평점이 사실 수상 결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경험이 많아서 잘 안다”며 웃었다. 함께 자리한 송강호는 “그래도 최고 평점을 받은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박 감독님이 감독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상을 받았는데, 황금종려상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전에 세 작품을 함께한 둘은 이번에 ‘따로 또 같이’ 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송강호씨와 제가 같은 영화로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칸이 한 작품에 감독상과 주연상을 모두 주지는 않아서다. 따로 온 덕분에 둘이 같이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기쁨을 나눴다. ‘송강호와 또 작품을 함께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거절만 하지 말아 달라. 시간만 있으면 된다”며 웃었다. 송강호도 “우리 <박쥐> 한 지 너무 오래됐다. 13년이다”라고 맞장구쳤다.

칸/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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