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칸에선] "남다른 안목과 지원"..이미경, 칸 '트리플 크라운'의 숨은 공로자

김지혜 2022. 5. 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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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칸=프랑스) 김지혜 기자] "'미키 리'(Miky Lee)에게도 감사드립니다"(박찬욱 감독)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입에서 여러 공로자들의 이름이 나왔다. 이 중 영어 이름이 하나 있었다. 바로 '미키 리'다. 2019년과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당시에서도 언급된 그 이름이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가 각각 감독상(박찬욱),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 가운데 숨은 공로자 '미키 리'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도 쏟아지고 있다.

'미키 리'는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의 영어 이름이다. 언젠가부터 영화인들 사이에서 끝없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이 인물은 충무로의 '파워맨'이자 영화계의 '대모'다.

2019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2022년 '헤어질 결심'의 감독상과 '브로커'의 남우주연상으로 인해 한국 영화에는 칸영화제에서 세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는 '트리플 크라운'의 신화를 기록했다. 이 모든 게 불과 3년 사이에 벌어진 일처럼 보이지만 물밑 작업에는 20년 가까운 시간과 노력이 투입됐다.

CJ ENM은 국내 투자배급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 12편을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시켰다. '달콤한 인생(2005년 비경쟁부문)'을 시작으로 '밀양(2007년 경쟁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부문)', '박쥐(2009년 경쟁부문)',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표적(2014년 비경쟁부문)', '아가씨(2016년 경쟁부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 비경쟁부문', '공작(2018년 비경쟁부문)', '기생충(2019년 경쟁부문)' 등 10편이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올해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로 국내 최초 한해 단일 투자배급사에서 2편의 영화를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이미경 부회장은 영화와 음악 등 대문 문화에 대한 애정이 유독 크다. CJ ENM 전신인 CJ엔터테인먼트와 CJ CGV, CJ 미디어 등 CJ그룹 문화 관련 계열사 경영을 맡아 남다른 수완을 발휘해왔다. 박근혜 정권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퇴진 압박을 받았고, 2014년 10월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미국 엔터계에서도 영향력을 키웠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계를 무대로 하는 한국 영화 대표작에서는 '제작 총괄'이라는 직함으로 활약해왔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 '브로커' 모두 제작 총괄로 기여하며 숨은 공로자 역할을 자처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칸영화제 기간 한국 영화가 공개되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함께 했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가 현지에서 공개된 23일과 26일 모두 감독과 배우의 옆자리에서 기립박수의 순간을 함께 맞았다.

28일 폐막식 자리에서도 박찬욱 감독, 송강호의 이름이 호명될 때 함께 포효하고 기뻐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이미경 부회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CJ ENM 직원 100명을 투입시켜 두 편의 영화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칸영화제 거리를 수놓은 옥외광고와 배너 광고 역시 CJ ENM의 물적 지원이 보이는 행보였다. 이 같은 활동이 수상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지만 한국 영화를 계속해서 노출시키고 인지시키는 홍보전은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다.

이미경 부회장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기생충' 신화의 주역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이라는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쓰기까지 이미경 부회장의 물심양면의 지원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이라고는 하지만 상업영화와 예술 영화의 경계에 있는 작품에 100억에 육박하는 제작비를 선뜻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아카데미 레이스에 막대한 인력과 홍보 비용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려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 수상과 함께 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도 한국 영화의 위상은 빛났다. '한국 대표 거장'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일본 대표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는 영화제 내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두 편 모두 수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영화들은 오는 6월 국내에 순차적으로 개봉한다. 또한 칸에서의 바람을 시작으로 내년 아카데미 레이스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여정에 '미키 리'가 또 한번 '미다스의 손'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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