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칼럼] 내가 여기에 있다
나는 종합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은 지 길고 긴 2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예방접종에 철저한 방역까지 했지만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급속도로 늘어난 확진자, 병실 부족으로 치료를 제때 못 받은 중증환자에 사망자까지. 정말이지 무서운 감염병이다.
선별진료소에 근무하면서 나는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끼치는 많은 것들을 피부로 더 많이 느꼈다. 코로나 증상으로 검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 입원하기 위해 또는 간병을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오는 분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방역정책에 늘어가는 빚으로 죽지 못해 산다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가족을 보지 못하고 외롭게 지내다 죽음을 맞이하는 어르신들까지. 안타까운 사연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선별진료소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또한 덥디 더운 여름에는 방호복으로 무장해 땀으로 흠뻑 젖거나 그로 인한 땀띠에 고통받기 일쑤였다. 겨울에는 핫팩을 쥐고 있어도 손발이 꽁꽁 얼어 동동거리며 일을 했다. 사명감 아래 했지만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하나의 안타까움은 코로나 전파가 있었기에 맘 편히 신앙생활을 못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지 필자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사로 일하면서 병원 주일 미사에서 생활성가팀과 함께 반주 봉사를 10년 넘게 해왔다. 호스피스병동과 같은 층에 경당이 있기에 주일 미사는 말기 암 환자와 그런 환자를 지켜 볼 수밖에 없는 보호자의 간절함이 가득 담겨 있다. 미사를 드리면서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말기 암 환자와 보호자를 보며 나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또한 말기 암환자의 음성도 듣는다.
한 번은 미사가 끝나고 가족들의 요청으로 임종실에서 지금 막 숨을 거두신 분을 위해 성가를 불러 드린 적이 있다. 모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족들과 함께 불러드린 성가를 들으며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의 모습은 정말 편안해 보였고, 그때 그 은혜를 지금도 난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임종은커녕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해 가족들이 애통해하는 모습을 봤을 때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가족의 죽음을 맞이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슬프고 두려운 일이지만 이러한 상황에 놓이고 보니 그 마지막을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조차 어떻게 보면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임을 느끼게 된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완전히 없어지길 바라며 지치고 힘들었던 우리 모두에게 평안함이 함께 하길 기도 드린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에게 "내가 여기에 있다"고 말씀해주신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다 보면 이 힘든 시기도 마지막이라는 끝맺음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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