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치료제도 다 있는데..식지 않는 원숭이두창 테마주

고득관 2022. 5. 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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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 연합뉴스]
원숭이두창 테마주의 산발적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지부진한 장세에서 한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제2의 코로나를 꿈꾸며 원숭이두창 테마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원숭이두창의 전염성이나 백신, 치료제의 확보 현황을 감안하면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테마주들의 수혜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녹십자엠에스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6960원에서 1만2400원까지 78.16% 급등했다.

지난 23일 25.57% 급등한 이후 지난 24일 5.26%, 25일 0.00%, 26일 3.70% 오르다 27일에는 상한가를 찍었다.

녹십자엠에스는 과거 약독화 두창 백신을 연구 개발한 이력이 있다. 여기에 PCR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키트를 개발해 원숭이두창 진단키트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을 검출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 검사 특허를 보유해 테마주에 합류한 미코바이오메드도 한주간 63.77%나 주가가 상승했다.

원숭이두창 테마주로 언급된 종목들이 모두 녹십자엠에스처럼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에 나선 HK이노엔은 지난주 주가가 8.41% 오르는 데 그쳤다. 월요일인 지난 23일 장중 주가가 상한가 부근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이후 사흘 연속 주가가 빠지면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지난 24일 장중 두자릿수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던 현대바이오도 이후 3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간 기준으로 주가가 5.45% 빠졌다. 현대바이오도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에 나선 업체 중 한 곳이다.

투자자들은 원숭이두창의 확산으로 관련 테마주가 제2의 코로나 수혜주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코로나 수혜주인 씨젠은 지난 2020년 연초 대비 529%까지 주가가 치솟았고, 신풍제약은 1612%의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녹십자엠에스의 최근 1개월간 주가 추이 [자료 출처 = 구글파이낸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원숭이두창으로 인한 팬데믹 가능성을 낮게 볼 뿐만 아니라 그런 사태가 오더라도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테마주들의 실제 수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보다 전파력이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와 달리 비말 감염은 되지 않고 콧물이나 침, 체액 등이나 환부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적인 접촉이 없으면 감염될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것이다. 의료 전문가들이 원숭이두창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원숭이두창은 코로나처럼 쉽게 전파되지 않는다"며 "팬데믹으로 커질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게다가 원숭이두창은 이미 백신이 시중에 나와있는 상태다. 덴마크업체 바바리안 노르딕은 천연두 백신 '임바넥스'(Imvanex)를 개발해 미국에서 2019년 사용 허가를 받았다. 천연두 백신은 원숭이두창에도 85% 이상의 효과가 있다. 현재 원숭이두창의 가장 심각한 영국에서도 밀접접촉자 등에게 임바넥스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은 이미 상당한 분량의 천연두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1억명분의 백신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3500만명분 이상의 백신 물량을 갖고 있다. 새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시장성이 기대치 만큼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원숭이두창 진단키트에 대한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아프리카에서 발병이 보고됐던 원숭이 두창이 유럽, 북미 등에서 확산되면서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대두되고 있다"라며 "진단키트 추가 매출의 기회가 존재할 수 있으나 수요 측면에서 팬데믹 시점처럼 폭발적인 수요가 창출될지에 대해선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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