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칸에선] 박찬욱·송강호의 동반 수상, 얼마나 대단하냐고요?

김지혜 2022. 5. 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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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칸=프랑스) 김지혜 기자] "같은 영화로 왔다면, 같이 받기 어려웠을 거예요. 한 영화에서 감독, 주연상을 한꺼번에 주지는 않으니까. 따로 와서 같이 받게 된 거 같아 더 재밌네요."

칸영화제 수상 직후 현지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과 만난 박찬욱 감독은 자신과 송강호의 동반 수상에 대해 '재밌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동반 수상은 그저 '재밌다'는 표현으로만 여길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칸영화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가 다른 작품으로 감독상과 배우상을 수상한 건 두 번 있기는 어려울 대단한 성취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이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송강호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두 편이 동시에 경쟁 부문에 오른 것도 2017년 이후 처음일 정도로 놀라운 성취였으나, 두 편에서 모두 수상자가 나오며 한국 영화계에 가슴 벅찬 기쁨을 선사했다.

칸영화제 폐막식에서는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감독상, 심사위원 대상(2등상), 심사위원상(3등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까지 총 7개의 본상 트로피를 수여한다. 이 중 작품과 감독,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은 황금종려상, 심사위원 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 각본상이며, 배우에게 수여하는 상은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이다.

영화제 측은 한 영화에 중복 수상을 하지 않는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이 뛰어나고, 배우가 훌륭한 연기를 펼쳤어도 해당 영화에 단 하나의 트로피밖에 수여하지 못한다.

송강호는 박찬욱의 오랜 페르소나로 2009년 '박쥐'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때 함께 영화제를 찾았다. 당시 박찬욱 감독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이 영화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펼치며 연기상 후보로 점쳐졌으나 영화가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남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다.

2019년 '기생충'에서도 송강호는 뛰어난 연기를 펼쳤으나 연기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대신 한국 영화 100년 사에 첫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나눠가졌다.

박찬욱, 봉준호는 수상 때마다 송강호를 '위대한 배우'라 칭하며 작품에서 배우 이상의 영향력과 영감을 선사하는 자신의 페르소나에 영광을 돌렸다. 봉준호 감독은 당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열린 포토콜에서 상을 송강호에게 바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두 감독이 칸영화제 단골손님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단골손님인 송강호와 한 영화를 찍을 때는 수상의 영예를 마음으로만 나눠가져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박찬욱은 '헤어질 결심'으로, 송강호는 '브로커'로 따로 한 영화제를 찾았다. '헤어질 결심'은 압도적인 개성과 작품성으로 영화제 내내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고, '브로커'의 송강호 역시 강력한 남주주연상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과연 심사위원이 두 편의 한국 영화에 모두 상을 안길까에 대한 일말의 불안함은 있었다.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로 만난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들이 유사 가족의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이 작품에서 송강호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브로커로 일하는 상현으로 분해 특유의 페이소스 짙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 영화에는 송강호뿐만 아니라 강동원, 아이유, 배두나, 이주영이 출연한다. 배우 구성에서 알 수 있듯 송강호 혼자 끌고 가는 작품이 아니다.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 배두나가 모두 고른 비중으로 활약하기에 원톱 주연의 영화에서 활약하는 배우만큼의 주목도가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심사위원은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이는 심사위원장인 뱅상 랭동을 포함해 누미 라파스, 레베카 홀, 자스민 트린카 등 심사위원단 절반 이상이 배우인 것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배우'의 '명연기'를 작품 속 비중 때문에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송강호는 수상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우들이 좀 더 많은 심사위원단으로 구성돼 있는 것 같아 좀 더 의미가 있을 거 같다"면서 "그런 점에서 곰곰이 시간을 두고 (수상의 의미를) 복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로커'라는 작품을 보셔서 알겠지만 저뿐만 아니라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등 보석과 같은 배우들의 열연과 앙상블을 대표해서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수상의 영광을 동료들과 나눴다.

일각에서는 '브로커'의 송강호의 연기가 뛰어난 것도 있지만, 칸 측과 심사위원단 사이에서 "(송강호가) 이제 상을 받을 때가 됐다"는 분위기와 당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페르소나로서의 송강호의 위대함과 칸영화제에 무려 7번이나 초청받아 영화제 측의 공헌도가 적지 않다는 점도 보이지 않은 플러스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의 '따로 또 같이' 수상은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결과기도 하다. 올해 경쟁 부문에서 한국은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두 편의 영화를 진출시켰다. 한국보다 수십 년 앞서 칸영화제에서 맹위를 떨쳐왔던 중국과 일본 영화는 단 한편(출품 영화의 국적 분류 기준에 의거)도 없다.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서는 이란 영화 '레일라의 형제들'을 포함해 총 3편이다.

2022년 현재, 한국 영화가 얼마나 전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성과다. 한국 영화는 올해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뿐만 아니라 주목할만한 시선, 비평가 주간, 미드나잇 스크리닝, 단편 경쟁 등에 고루 초청을 받았다. 여기에 본상 트로피가 두 개, 자부심에 취해도 좋을 빛나는 성과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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