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나오기가 무섭게 팔린다"..씨마른 6억 이하 아파트, 왜?

이가람 2022. 5. 2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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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부동산시장 불안정으로 거래절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저가 아파트의 인기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가격이 치솟으면서 저렴한 매물이 실종된 탓이다. 이에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도 현실화에 나섰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도권 기준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매매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서울경제가 지난 10일부터 26일까지 수도권에서 체결된 아파트 매매계약 2042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1546건의 거래가격이 6억원 이하로 나타났다. 비중으로 따지면 75.7%에 달한다. 같은 기간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거래는 280건(13.7%),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거래는 157건(7.7%), 15억원 초과 거래는 59건(2.9%) 등으로 집계됐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꾸준한 금리 인상 등 복합적인 요소로 매수인과 매도인 모두 관망세"라면서도 "어쩌다 들어오는 매수 문의는 대출이 가능한 물건의 존재 여부"라고 전했다. 이어 "이게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며 "수요는 넘치는데 반해 공급은 드문지라 매번 돌려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동산R114가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시세 현황을 조사한 결과 6억원 이하 아파트는 9만3474가구로 전체 조사 대상 아파트(121만4983가구)의 7.7%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는 동안 60%에서 7%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 2017년 5월 기준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 매물(127만5928가구)의 62.7%인 78만7277가구였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북구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5년 전에는 강북구에서 출회된 아파트의 98%가 6억원 이하짜리였지만 지금은 6.5%로 가장 많이 내렸다. 이어 성북구(95%→4.7%), 관악구(97%→10.3%), 동대문구(89.1%→3.1%) 등이 그 뒤를 쫓았다. 현재 도봉·금천·노원·중랑·구로·관악구를 제외한 19개구 모두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10%를 밑돌고 있다.

이 기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렴한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722만원으로 2017년 5월(6억708만원) 대비 6억7014만원 올랐다. 지난 2017~2021년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66.3%에 달한다. 경기 역시 94.1%에서 50.9%로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과천시는 0%에 수렴한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대표적인 서민용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금자리론은 연소득이 7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인 가구의 경우 3억6000만원(매매가격의 60%) 한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해,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층에게 도움이 돼 왔다.

전문가들은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가격의 상한을 9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청 대상을 확대하고 대출 한도도 높여 주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도 50년 만기 보금자리론 출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 기간이 길어지면 대출 한도가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5000만원인 가구가 9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보금자리론을 신청하면, 30년 만기일 때 4억1840만원을 빌릴 수 있지만 50년 만기일 때는 5억490만원을 빌릴 수 있다. 그만큼 지출해야 하는 이자도 불어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선택지가 추가된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은행에서 판매 중인 보금자리론의 대출 만기 기간은 10~40년으로 설정돼 있다. 40년 만기 초장기 보금자리론은 만 39세 이하 또는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인 신혼 가구만 이용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자녀가 있거나 소득수준이 낮은 무주택자 중·장년층의 주거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상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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