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남주연상'송강호·'감독상'박찬욱, 한국영화 세계에 주목받는 이유

2022. 5. 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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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과 송강호[사진=연합]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세계 최고 권위의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기록이 또 한번 세워졌다.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한국 영화 2편이 동시에 수상한 것은 한국영화 사상 처음이다.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송강호는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박찬욱은 ‘헤어질 결심’으로 한국 감독으로는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감독상을 받았다.

송강호가 칸의 초청을 받은 것은 ‘괴물’(2006)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에 이어 무려 7번째다. 지난해에는 74회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따라서 현지 관계자들도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친 바 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여기서 송강호는 버려진 아기를 훔쳐다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는 상현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송강호[사진=연합]

송강호는 수상소감을 통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함께 해준 강동원·이지은·이주영·배두나와 기쁨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 수많은 영화 팬 여러분께 이 영광을 바친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감독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특유의 여유있는 웃음을 지으며 무대에 올라 “코비드 시대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단일한 근심과 공포를 공유할 수 있었다. 영화도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 영화를 만드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 ENM과 이미경 CJ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 등 많은 크루에게 감사를 표한다. 박해일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인 서래(탕웨이)를 만나면서, 진심을 숨기는 아내와 아내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해준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서스펜스 멜로 영화로 두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찬욱 감독[사진=연합]

박찬욱 감독은 이번까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4번 진출했다.‘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아가씨’(2016)는 경쟁 부문 상을 받지는 못했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는 수상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영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각자의 생각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영화는 장르 영화 안에서도 웃음, 공포, 감동이 다 있기를 바랄 정도로 한국관객들의 요구사항이 까다롭다. 제작진들이 많이 시달리다 보니 한국 영화가 발전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어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오고, 한국영화인 ‘브로커’는 일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1960∼70년대 유럽에서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을 봤는데, 한국이 중심이 돼 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자본이 이런 식으로 교류하면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도 ”한국영화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이런 게 문화콘텐츠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 ‘브로커’는 시상식에 앞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작품에 수여되는 비공식상인 애큐메니컬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절친’ 정우성과 함께 출연한 영화 ‘헌트’는 데뷔 영화에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지 못했다.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문수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각질’도 수상이 불발됐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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