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황금종려상 외스틀룬드 '슬픔의 삼각형'..본상 절반이 아시아에
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28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48·사진)의 <슬픔의 삼각형>에 돌아갔다. 외스틀룬드 감독은 2017년 <더 스퀘어>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5년 만에 다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영화제가 열리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4회만이다.
프랑스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이날 열린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 뱅상 랭동이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을 호명했다. 외스틀룬드 감독은 이제 켄 로치, 장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 미하엘 하네케 감독 등과 함께 ‘황금종려상 2관왕’ 반열에 올랐다.
<슬픔의 삼각형>은 부유한 패션 모델과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커플을 비롯한 부자들이 호화 유람선에 올라탄 뒤 이 배가 좌초되면서 유일하게 낚시를 할 줄 아는 청소부를 중심으로 계급관계가 반전되는 이야기다. 세계적인 거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를 풍자하고 자본주의의 모순을 꼬집었다.
공개 이후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는 “거칠고, 새로울 것 없고, 진정한 웃음이 놀랄 정도로 결핍된 유럽식 풍자”라고 비평했다. 반면 LA타임스 저스틴 창은 “가장 이목을 끄는 작품”이라며 “사악할 정도로 재미있는 새로운 사회 풍자”라고 표현했다. 스크린데일리가 공개한 여러 매체의 평점 종합에서는 2.5점을 받아 21편 영화 중 8위에 그쳤다. 르 필름 프랑세즈의 비평가들에게도 최하점을 의미하는 ‘슬픈 얼굴’ 5개를 받고, 최고점을 의미하는 황금종려상 마크는 1개밖에 받지 못했다.
시상식에서는 예년보다 더 많은 영화가 상을 받았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과 3등상 심사위원상이 공동수상이었기 때문이다.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와 클레어 드니 감독의 <스타스 앳 눈>이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돈트 감독은 1991년생으로, 21편 경쟁작 연출자 중 최연소자다. <클로즈>는 어느 작품보다 큰 박수를 받았지만, 올해 <스타스 앳 눈>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만큼 드니 감독이 상을 받을 때 객석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시상식이 생중계되고 있던 드뷔시극장에서는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올해 칸영화제의 화두는 이민과 인종이었다. 본상 8개 부문 중 4개가 아랍·아시아계 감독과 영화에 돌아갔다. 박찬욱 감독이 수상한 감독상과 송강호 배우의 남우주연상뿐 아니다. 이집트계 스웨덴인 타릭 살레 감독이 이집트의 종교·정치 엘리트들을 풍자한 스릴러 영화 <보이 프롬 헤븐>으로 각본상을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홀리 스파이더>에 출연한 이란 출신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에게 돌아갔다. 이밖에도 유럽에서의 난민 청소년 문제를 다룬 장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가 75주년 기념상을 받았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1980년대 미국의 인종 차별을 다룬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겟돈 타임>이 평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21편 경쟁부문 작품 중 5편을 여성 감독이 연출했다. 이 중 2편이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 등 본상을 받았다. 올해 심사위원단 9명 중 4명이 여성이었다. 지난해 5명에서 1명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취소·연기됐다 3년 만에 예년과 같은 5월에 정상 개막된 칸영화제는 이전과 같은 모습을 대체로 회복했다. 주최 측은 극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으나 대부분의 관객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영화를 관람했다. 비경쟁부문을 포함해 모두 80편 이상의 영화를 상영했다.
칸|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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