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시작도 안 했는데"..인플레에 소비자들 '비명'

이상현 2022. 5. 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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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전집에 밀가루와 식용유 등 식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정부는 물론, 소비자들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비행기 가격과 외식 물가 등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연일 가중되는 분위기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국제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가격은 이달 26일 기준 전년 대비 2배씩 상승했다. 최근 전국 주유소에서 경유 평균 판매가가 ℓ당 2000원을 넘어서는 등 석유류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 본격 시작한 것은 아니나, 항공업계는 이미 유가 상승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여행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항공유가 1년 사이에 2배 이상 오르는 등 운임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항공유가 오르는 만큼 유류할증료가 오름은 물론이다.

최근 김포~제주 왕복 항공편을 예약했다는 소비자 A씨는 "저가 항공사로만 예약했는데도 20만원이 더 들었다"며 "주말임을 고려해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왕복 5만원대에도 충분했다"라고 토로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내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이달보다 2단계 오른 19단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편도거리 기준 거리 비례별로 3만7700~29만3800원이 부과될 예정인데 이는 거리 비례구간제가 도입된 지난 2016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외식시장에서도 물가 상승 조짐이 뚜렷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6.6%)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지난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폭으로 상승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품목별로는 갈비탕의 상승률이 12.1%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생선회(10.9%)와 김밥(9.7%), 피자(9.1%), 짜장면(9.1%), 치킨(9.0%), 돈가스(7.1%) 등 순으로 이어졌다.

조사 대상인 39개 외식 품목 중 햄버거(-1.5%)만 물가가 하락했는데 이는 주요 프랜차이즈들이 할인 행사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에서는 외식 물가가 현 수준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옥수수 등 사료용 곡물가가 급등한데다 인도의 밀·설탕 수출 제한,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제한,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수출 제한 등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기업들은 3~6개월가량 원자재를 비축해둔다. 아무리 부족해도 3개월분은 확보한다"며 "당장은 소상공인들만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여름 휴가철 전후로는 기업들의 부담도 상당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해지자 한국은행은 불과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키로 결정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4월, 그리고 이날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25%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4.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 등이 원인으로 꼽혔는데 이는 지난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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