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 한국 영화 르네상스 이끈 배우 송강호
[앵커]
한국 배우 최초로 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씨는 봉준호 감독의 말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광산 같은 배우죠.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이듬해 '초록 물고기'로 영화를 시작한 이래 끝없는 변신과 탁월한 연기를 보여줬죠.
한국 영화 전성기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 김태현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연극 무대(연우무대)에서 활동하던 송강호는 '초록 물고기'(1997년) 단역으로 본격적으로 영화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관객들은 진짜 폭력배를 섭외한 줄 알았습니다.
송강호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첫 영화 넘버 3.
"내 말에 토토토토토토 토다는 새끼는 전부 배반형이야 배반형, 배신, 배반형!" (넘버3 中)
실제 송강호 배우는 이렇게 가볍지 않습니다.
[송강호 / 배우 (1998년 인터뷰) : 사람이 흥분되면 누구나 말이 더듬어지고 언어적으로 불규칙하게 나오는 게 아주 보편적인데, 그런 보편함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영화 데뷔 3년 만에 '반칙왕'에서 주연으로 올라서고,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사랑하는 배우가 됐습니다.
작품마다 얼굴과 말투, 눈빛,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새롭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 ('살인의 추억' 中)
봉준호 감독이 전율을 느꼈다는 그의 애드립입니다.
[봉준호 / 감독 (2013년 인터뷰) : 어떤 작품이건 본인이 작품을 해석하거나 접근하는 방식이나 완전히 다른 본인만의 방식 내지는 클래스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입니다. 그 점 때문에 항상 제가 존경하는 배우이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 영화 '브로커' 감독 : 만들어내는 인물상 속의 선과 악, 양쪽이 다 들어 있어서 그것이 신에 의해서, 또는 대사에 의해서 미묘하게 색이 바뀝니다.]
송강호가 출연한 천만 관객 영화는 네 편으로, 2016년 한국 배우 최초로 주연작의 누적 관객 수가 1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흥행은 물론 작품성 있는 영화도 놓치지 않는 건 항상 참신한 시나리오를 찾는 눈과 영화만을 추구하는 집중력 덕분입니다.
[전도연 / 2007년 영화 '밀양' 주연 : 모니터를 굉장히 열심히 하세요, 그래서 저는 제걸 봐주는 줄 알았는데, '나 하고 있는 것 봐라, 나 하고 있는 것 봐라!' 하면서 포커스 아웃 됐는데도 계속 자기 표정 보면서 모니터하고 계시더라고요.]
[강유정 / 영화 평론가·강남대 글로벌문화학부 교수 :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끈 감독들에게 가장 내가 원하는 세계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배우, 신뢰를 주는 한국영화사 자체인 배우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인 송강호.
그동안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출연작이 모두 큰 상을 탔지만 정작 본인은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칸은 주요 상을 몰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수상으로 송강호는 칸의 불운을 말끔히 털어냈습니다.
YTN 김태현입니다.
YTN 김태현 (kim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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