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폐막..박찬욱·송강호 끌고 탕웨이·아이유 빛났다 [칸 현장]
(칸=뉴스1) 장아름 기자 =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가 폐막했다. '브로커'의 송강호는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탔고,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는 2편의 작품이 경쟁 부문에서 최초로 2개상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화제성을 다시 한 번 인정 받았다. 또한 한국영화에 출연한 스타들인 탕웨이 및 아이유(이지은)의 존재감도 영화제 내내 빛났다.
칸 영화제는 28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시간 29일 오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12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는 비교적 높은 관심을 받았다. 현지에서 실감했을 때 미국과 유럽 거장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벽이 느껴졌다. 하지만 다수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지난 2019년 칸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이후에는 한층 관심이 많아졌다.
올해 한국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영화 '다음 소희'가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애니메이션 '각질'이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단편 경쟁 부문에 포함됐다.
◇ 두 거장의 빛나는 영화…'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이번 칸 영화제 초반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주역인 배우 이정재가 감독 데뷔작 '헌트'로 주목받았다면, 후반부에는 아시아의 두 거장 박찬욱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세계 영화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각각 신작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로 칸 영화제를 찾았다. 한국영화 두 편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 2018년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후 5년 만이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아가씨'(2016) 이후 6년 만에 칸 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로 지명됐으며, 영화 '올드보이'(2004) '박쥐'(2009) '아가씨'에 이어 네 번째로 칸 영화제의 부름을 받아 수상에 도전했다.
'헤어질 결심'은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드는 장르와 고전적인 매력의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외신들은 이를 두고 "히치콕적"이라며 연출력을 호평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 스타일의 예기치 못한 유머와 두 주연배우인 박해일 탕웨이의 로맨스가 조화를 이뤘고, 예측이 어려웠던 결말로 여운도 남겼다. 박찬욱 감독은 공식 상영 당시 자신의 영화에 대해 "길고 지루하고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줘서 감사하다"고 표현했지만, 올해 경쟁 부문 후보들 중 평점 3.2점(공식 소식지 스크린데일리 기준)을 기록하는 등 화제작에 등극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이주영 등이 출연한다. 칸 영화제에서 '어느 가족'(2018)으로 최고 영예에 해당되는 황금종려상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는 심사위원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브로커'는 공식 상영 객석 반응으로는 역대급이었다. '헌트'와 '헤어질 결심'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으며, 기립박수는 12분으로 올해 한국영화 중 최장 기록을 달성했다. 유머와 감동이 확실한 상업영화의 결이 느껴지지만, 외신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전에는 현실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연출을 보여준 데 반해 이번에는 이런 점이 부족했다고 평가했고, 브로커 캐릭터가 단순히 선한 캐릭터로 묘사된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폐막식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두 한국영화가 동시에 수상에 성공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남우주연상 수상은 한국 배우 최초며, 한국인으로 감독상을 거머쥔 것은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 이후 20년 만이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지난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각각 받은 바, 이번 칸 영화제에서 세 번째 수상을 이뤄내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가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2관왕을 휩쓰는 새 역사를 쓴 점도 특별하다.
전찬일 평론가는 "올해 칸 영화제는 한국영화가 살렸다"고 총평했다. 이어 "'헤어질 결심'은 영화의 전 층위에서 올해 칸 영화제의 최고 작품"이라며 "영화적 수준이나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나 한류의 연장선상에서 여러모로 인정받아야 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또한 올해 칸 영화제에서 2관왕의 쾌거를 이룬 데 대해서는 "이제 K무비가 국제 무대에서 명실상부한 승자로 인정받게 됐다"며 "이런 인정은 남은 2020년대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 한 시도 등이 더욱 증가하면서 세계적 명장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새로운 여성 캐릭터 보여준 탕웨이
이번 칸 영화제의 특이점은 '여성'이 영화 전면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몇몇 작품들이 여성의 클로즈업신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여성 캐릭터들이 다수 주목받았던 가운데 탕웨이 또한 '헤어질 결심'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극 중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 사망자의 아내 서래 역을 연기했다. 서래는 남편의 사망 사건을 담당하는 예의 바르고 청결한 형사 해준(박해일 분)과 처음 마주하고 자신이 사건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다 느끼지만, 그럼에도 꼿꼿한 자세와 서툴지만 분명한 의사를 표현하는 한국어로 해준을 대하고 해준은 그런 그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탕웨이가 완성한 서래는 말투부터 몸짓, 표정까지 완벽히 내재화된 연기로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탕웨이가 선보인 독특한 매력과 화법의 한국어도 돋보였다.
탕웨이 역시 칸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이 의미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슴이 떨린다"며 "박찬욱 감독님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하는가 하면, "모든 면에서 굉장한 일을 하는 서래 같은 인물을 선사해주셨다"며 "어제도 상영이 끝나고 '너무 감사하다'며 '제 삶을 어떻게 보면 완전하게 만들어준 분'이라고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 글로벌 K팝 스타 아이유, 배우로 화려한 칸 데뷔
칸 영화제 현장에서 실감한 국내 최고 스타는 아이유다. 아이유는 프랑스 입국 당시 공항에서부터 놀라운 팬덤을 자랑했다. 그의 주연작 '브로커' 공식 상영 당시에도 레드카펫 근처에는 그를 보기 위한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사인 및 인증샷 촬영 요청이 쇄도했고 평소 팬사랑이 남다른 아이유의 애정 담긴 팬 서비스도 주목받았다.
공식 상영 이후에는 아이유의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극 중 아기 우성과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비밀로 묻어둔 채 브로커와 여정을 시작하는 소영 역을 맡아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감정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다수 프랑스인 관객들도 그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평하는가 하면, 그를 K팝 스타로 인지하는 모습으로 아이유의 글로벌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에 아이유도 지난 28일 칸 현지에서 진행한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기에 대해 "정말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스태프들도 (이정도일 줄) 예상 못했다"며 "프랑스 입국할 때부터 팬들이 나와 있어서 놀랐다, 영상에도 찍혔더라, 다들 벙쪘다, '이게 뭐야' 했다"고 말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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