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선방 아닌 신(神)방.. 미친 GK가 만드는 우승의 찌릿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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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괴물 하나를 보았다.
'아트 사커의 성지' 프랑스 복판에서 보인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선방 쇼는 리버풀 선수에게는 숨 막히는 좌절감을, 그걸 지켜보는 아군 팬들에게는 숨 풀리는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쿠르투아는 마치 살라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사각을 완벽하게 방어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한 방도 치명적이었지만, 9개의 유효 슈팅을 무산시킨 쿠르투아의 선방은 당최 따라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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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새벽녘에 괴물 하나를 보았다. 진격의 작은 거인(모하메드 살라)의 진격을 막은 큰 거인(티보 쿠르투아)이 간헐적으로 도래하는 새벽 졸음을 깨웠다.
세로 2.44m, 가로 7.32m의 골대를 향해 24개의 슈팅이 쏟아졌다. 이 중 9개가 골문을 향했다. 2m의 괴물은 한 뼘의 공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사각을 향하거나, 가깝거나, 직접적이거나 어떤 조건 값도 먹혀들지 않았다. 아군 동료가 단 한 골만 터트려도, 아니 골이 없어도 승부차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선방. 그건 선방(善防)이 아닌 신방(神防: 신의 방어) 이었다.
축구에서 골키퍼가 만들어 내는 승리는 또 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막아'라는 탄성과 함께 이루 말하기 힘든 짜릿함을 선사한다. 상대 슈터가 받을 절망감은 영화 '그래비티'의 여주인공 산드라 블록이 우주선 안에서 홀로 느꼈을 그 심경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시도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이미 승부는 끝난 것이다.
'아트 사커의 성지' 프랑스 복판에서 보인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선방 쇼는 리버풀 선수에게는 숨 막히는 좌절감을, 그걸 지켜보는 아군 팬들에게는 숨 풀리는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2021-2022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장소인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승자는 모든 황소의 공격을 받아낸 혈혈단신의 투우사 티보 쿠르투아(이하 쿠르투아)였다.
후반전, 모하메드 살라(이하 살라)의 슈팅이 레알 마드리드 골문 사각을 향했을 때 의심의 여지 없이 들어가나 싶었다. 그런데 쿠르투아는 마치 살라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사각을 완벽하게 방어했다. 아무리 잘나가는 골키퍼라도 이 정도 슛이면 '핑거 팁(손가락으로 막는 세이브)'으로 겨우 쳐내는 게 고작인데, 쿠르투아의 뻗치기는 몇 cm는 족히 더 남았다. 심지어 그 거대한 팔을 접었다 파리채 블로킹 모양으로 내려치기까지 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한국-독일전에서 독일의 올리버 칸이 이천수의 슈팅을 쳐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의 위기 상황에서도 쿠르투아는 최고의 방어를 펼쳐 보였다. 리버풀의 시도가 오른쪽 골포스트 지근거리를 향했을 때, 쿠르투아는 긴 다리를 뻗어 막아냈다. 하늘과 땅과 그 사이 공간까지 통하지 않는다면, 남은 것은 절망뿐이다.
이 정도 선방이면 최우수 선수의 향방은 아주 명확하다. 주최 측이 눈이 삐지 않는 이상이라면 당연지사다. 역시나 MVP는 쿠르투아의 몫.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한 방도 치명적이었지만, 9개의 유효 슈팅을 무산시킨 쿠르투아의 선방은 당최 따라갈 수가 없다.
레알 마드리드 구단은 SNS를 통해 쿠르투아를 벽돌 이모티콘으로 비유하며, 해당 사진에 "두 사진을 비교하고 차이점을 찾아보시오. 이들은 동일한 사진이다"라고 표현했다. 1-0. 어찌 보면 지루할 법도 한 스코어지만, 이만한 골키퍼의 퍼포먼스와 함께한다면 고요한 새벽의 축구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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