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이름 불린 순간, 박찬욱 감독이 뛰어가 포옹했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가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박찬욱 감독이 달려와 포옹하고 있다. /유튜브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나란히 수상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영화인은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축하와 함께 존경의 뜻을 내비쳤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는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박 감독과 송강호는 시상식 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박 감독은 “칸이 한 작품에 감독상과 주연상을 모두 주지는 않는다”라며 “송강호와 다른 영화로 칸에 온 덕분에 둘이 같이 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저는 박 감독님과 오랫동안 작업했던 배우고 ‘박쥐’로는 심사위원상도 받으셨기 때문에 남다른 감정”이라며 “수상자로 제 이름이 호명되고 일어나자 감독님이 뛰어와 포옹할 때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이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송강호와 포옹하고 있다./온라인커뮤니티

이를 듣던 박 감독은 “저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서 뛰어가게 되더라”며 “그동안 좋은 영화에 많이 출연했는데, 기다리다 보니까 (남우주연상을 받을) 때가 온 것”이라고 했다.

이 모습은 시상식 중계 영상에도 포착됐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송강호는 ‘브로커’ 팀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자신의 이름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양쪽에 앉아 있던 배우 강동원, 고레에다 감독과 차례로 포옹을 한 송강호는 안쪽에 앉아 있던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 이주영의 축하를 받으며 객석을 빠져나가다 자신을 축하하러 복도까지 나온 박 감독과 마주한다. 두 사람은 함박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꼭 끌어 안았다.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해 남우주연상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박 감독은 “송강호와 만났을 때 ‘연기가 그렇게 좋았다며?’라고 물으니 ‘저 그냥 조연이에요’라고 답하더라”며 “그래놓고 나 참…”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송강호는 “상을 받기 위해서 연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배우도 없다”며 “좋은 작품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니 최고의 영화제에 초청받고 수상하는 과정이 있을 뿐 절대적인 가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송강호와 또 작품을 함께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거절만 하지 말아 달라. 시간만 있으면 된다”고 웃으며 답했다. 송강호도 “우리 ‘박쥐’ 한 지 너무 오래됐다. 13년”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감독과 송강호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 등을 함께 작업했다. 두 사람은 2009년 ‘박쥐’로 62회 칸 영화제에 함께 참석했고 박 감독은 당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감독상에 호명된 후 무대로 향하고 있다./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