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 10곳 중 9곳 "규제 탓에..탄소중립 어렵다"

이준기 2022. 5. 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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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공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탄소포집·저장·운반(CCUS) 기술을 개발했지만,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 10곳 중 9곳은 A·B·C사처럼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각종 규제에 막혀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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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제조업 302개사 대상 조사..93% '규제 애로 있었다'
탄소중립 위해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대기총량규제 개선해야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A사는 공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탄소포집·저장·운반(CCUS) 기술을 개발했지만,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상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폐기물로 분류돼 관련 인·허가 취득이 필요한 데다 재활용 용도도 일부 화학제품으로 제한된 탓이다. 시설·장비·기술능력 등 허가요건을 갖추는 데만 1~2년이 소요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A사는 인허가를 받고자 지방자치단체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주민 기피시설이라는 이유로 부적정 통보를 받았다. 산업단지 입주도 제한됐다.

B사는 기존 배터리사업을 확장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는 순환자원이 아닌 폐기물로 분류돼 폐기물처리업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처리 단계별로 적용되는 법규만 5개에 달해 골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사용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배터리 잔존가치검사 비용도 문제다. 신품 배터리가 2000만원 수준인데, 검사비용이 1000만원에 달해 되레 사용 후 배터리가 신품 배터리보다 비싸질 수 있기 때문이다.

C사는 전기를 직접 생산·공급하는 에너지슈퍼스테이션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했다. 현행법상 주유소와 LPG충전소에 설치 가능한 시설 목록에 에너지슈퍼스테이션에 필수적인 ‘연료전지’가 빠져 있어서다. C사는 결국 일부 사업만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내 제조기업 10곳 중 9곳은 A·B·C사처럼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각종 규제에 막혀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산업계 탄소중립 관련 규제 실태와 개선과제’를 조사해 29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기업 92.6%는 탄소중립 기업활동 추진과정에서 규제애로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이들 기업 중 65.9%는 규제 탓에 ‘시설투자에 차질’을 겪었다고 했다.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보류했다’는 응답도 18.7%에 달했으며 이어 ‘신사업 차질’(8.5%), ‘연구개발(R&D) 지연’(6.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애로사항 유형별로는 ‘복잡·까다로운 행정절차’(51.9%)와 ‘법·제도 미비’(20.6%) 등이 많이 꼽혔다.

기업들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전력사용저감’(55.5%)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많은 기업이 규제부담이 없는 ‘전력사용저감’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신사업 추진’과 ‘혁신기술 개발’의 경우 큰 비용부담과 규제 애로 및 법제도 미비, 사업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제도 및 규제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42.1%)를 꼽았다. ‘대기총량규제’(24.7%), ‘시설 인허가 규제’(19.2%), ‘재활용규제’(14%) 등을 택한 기업도 많았다. 특히 배출권거래제와 관련, 많은 기업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상쇄배출권’ 활용 한도를 확대하는 한편, 해외온실가스배출권의 국내 전환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상쇄 배출권이란 배출권 거래제 대상 기업이 사업장 외부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경우 이에 대한 실적을 인증받아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제도다. 그런데 상쇄배출권 활용 한도가 10%(2018~2020년)에서 5%(2021~2025년)로 축소되면서 다수 기업이 해외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있다.

D사는 “해외 사업을 통해 얻은 배출권을 국내 상쇄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 산하 CDM집행위원회’의 공식 승인을 받은 사업에 대해 정부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고 온실가스 감축량 일부만 인증받는 경우도 많아 해외 사업의 배출권 수익이 불투명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 상당수 기업이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 도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과감하게 규제를 개선하고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 우리 기업이 마음껏 탄소중립 투자를 하고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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