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이 무슨 죄"냐며..참사에도 규제 막고 나선 미국총기협회

이본영 2022. 5. 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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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희생된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부터 불과 사흘 만에 같은 텍사스주에서 열린 미국총기협회(NRA) 총회가 '총이 아니라 악이 문제'라며 규제 시도에 대한 맞대응 의지를 밝혔다.

웨인 라피에어 미국총기협회 최고경영자는 27일(현지시각)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한 총회에서 유밸디 롭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악이 일으킨 범죄라고 규정한 뒤 "악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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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19명 사망 텍사스주에서 총회 강행
"악 금지하는 법은 불가능" 규제론 반박
트럼프 "법 준수하는 시민들은 무장해야"
공화 주지사 "규제론자는 마르크스주의자"
총회장 밖에선 "부끄러운 줄 알라" 시위
2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개막한 미국총기협회(NRA) 연차 총회 행사장 밖에서 어린이들이 사흘 전 텍사스주 롭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희생된 학생들 사진을 목에 걸고 항의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휴스턴/AP 연합뉴스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희생된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부터 불과 사흘 만에 같은 텍사스주에서 열린 미국총기협회(NRA) 총회가 ‘총이 아니라 악이 문제’라며 규제 시도에 대한 맞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번 총회는 ‘총기 보유권’ 주장 세력이 비판 여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 행사가 되고 있다.

웨인 라피에어 미국총기협회 최고경영자는 27일(현지시각)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한 총회에서 유밸디 롭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악이 일으킨 범죄라고 규정한 뒤 “악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규제 강화 시도는 “법을 준수하는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기본적 인권을 제한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기본적 권리를 언제나 소중히 여긴다”고 했다. 범죄자들의 악이 문제인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신원조회 등 총기 규제 강화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엉뚱한 행위를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연단에 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총이 아니라 악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희생된 어린이들 이름을 하나씩 부른 뒤 “이 범죄를 저지른 괴물은 순전한 악”이라고 했다. 또 “악의 존재는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이 무장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총을 든 나쁜 사람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총을 든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더 많은 총기를 보급해야 하는 근거로 삼는 듯한 발언이다.

텍사스가 지역구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도 연설에서 “총을 없앤다고 더 안전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총기 보유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2조의 적들에 관한 진실을 말해주겠다”며 “그들은 마르크스와 레닌 식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는 총회 참석자들은 이처럼 악 외에도 정신질환, 소셜미디어상의 따돌림, 폭력적 비디오게임 등을 참사 원인으로 지목하며 총기 규제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크루즈 의원은 대규모 총기 난사는 어릴 때의 아버지 부재나 비디오게임 등 “문화적 질환”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강력한 로비 집단인 미국총기협회는 정치자금과 유권자 동원력을 과시하며 주로 공화당 정치인들을 움직여 총기 규제 입법을 좌절시켜왔다. 이 단체는 회원 수가 500만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에도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 직후 회원이 급증했다고 주장하는 등 참극을 홍보 수단으로 삼는 행태마저 보였다.

총회장 밖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어린이들은 삶이 끊긴 초등학생들 사진을 목에 걸고 미국총기협회에 항의했다. 500여명의 항의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 오늘은 당신들 아이들이 당할 수 있다”고 외쳤다. 최대 교사 노조인 전국교육협회의 베키 프링글 회장은 “더 많은 총은 더 많은 폭력과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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