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철강 징검다리로 뜨는 '전기로'..원료·전력 수급이 관건

2022. 5. 29. 1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 고로 25%..국내외 확대 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완성 전 탄소 저감 적합
전기 요금 상승 부담.."신재생 발전 늘려야"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현대제철 제공]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탄소 배출량이 다른 산업보다 월등하게 많은 철강 산업에 탄소중립은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철광석을 환원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궁극적인 대안으로 꼽히지만, 기술 완성에만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전기로 확대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다만 필요 전력을 어떻게 생산하느냐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제철은 독자적인 전기로 기반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하고 오는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로 전환한다. ‘하이큐브’는 현대제철 고유의 수소 기반 공정 융합형 철강 생산체제다. 원료, 공정, 제품 측면에서 탄소 저감 과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철 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의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전기로 ‘하이아크(Hy-Arc)’를 핵심 기술로 한다.

‘하이아크’는 철 스크랩과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쇳물), 직접환원철(DRI) 등 주요 원료를 하나의 전기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로 개발한다. 기존 전기로 원료인 스크랩을 인공지능(AI) 설비로 적절하게 사용하는 동시에, 수소환원철과 탄소중립형 용선을 혼합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전기로와 달리 고로-전로-전기로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제조 공정에서는 수소환원철, 용선 등 다양한 원료마다 고유의 특성을 생산 프로세스에 최적화한다. 기존 전기로 제품인 봉형강류부터 고로에서 생산되는 고급 판재류까지 전 범위의 제품에 대응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연간 1000만t(톤) 이상의 전기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최대 전기로 제강사로, 철근·형강 등의 봉형강 제품은 물론 열연강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전기로에서 생산하고 있다.

전기로 제품은 원료 및 공정 특성상 고로(용광로)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고로 중심의 다른 철강사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유리한 상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사인 포스코 역시 고로 중심의 생산체제에서 탈피해 전기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남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t의 전기로 1기를, 2027년에는 경북 포항제철소에도 같은 규모의 전기로 1기를 준공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 역시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한 행보다. 포스코는 2017~2019년 연평균 7800만t의 탄소를 배출했다. 이를 2030년까지 7100만t 이하로 감축한다는 목표다. 탄소 배출권 구매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탄소 배출량을 10% 줄이면 연간 5000억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2050년께 완성될 것으로 예상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하이렉스(HyREX) 유동환원로와 함께 여기서 생산된 DRI를 용융시킬 수 있는 전기로가 새로 개발돼야 한다”면서 “탄소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DRI를 보다 쉽게 녹일 수 있는 전기로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고로 비중이 높은 중국 정부는 최근 연산 1367만t 규모의 전기로 16개를 신설하도록 승인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현재 10% 수준인 전기로강 비중을 최대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3위 철강서 US스틸이 전기로 업체 빅 리버 스틸(Big River Steel)을 인수하거나 일본의 일본제철이 자국 내 고로 수를 15개에서 10개로 줄이고 전기로로 대체하기 위해 태국 전기로 업체 2곳을 인수하는 등 인수 합병 움직임도 전기로 비중을 높여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전기로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해 풍부한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전력 요금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완성되기 전까지 전력 요금 상승 폭을 얼마나 억제하느냐에 따라 전기로 확대 전략의 성패가 나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이나 RE100 캠페인 등을 고려하면 화석연료로 전력 생산을 늘리기는 어려운 만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인 선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why37@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