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줄었는데 늘어난 교부금..해법 나올까?

안광호 기자 2022. 5. 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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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교육교부금 본격 개편 시동
교육계 "현실은 모르고 숫자만 강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을 고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선이 필요하다”며 개편 의지를 내비쳤다. / 국회사진기자단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목소리가 높다.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중앙정부가 지방 교육청에 떼어주는 교부금 규모가 대폭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나랏빚은 눈덩이인데 교육청은 돈벼락을 맞았다’라는 원색적인 표현도 나온다. 일선 교육감의 선심성 예산 집행에 대한 비판 여론도 개편 주장에 힘을 보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개편 의지는 강하다. 교육계의 반발이 변수다. 개편뿐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바꿀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내국세와 연동하는 현 교육교부금 산정 구조를 학령인구 추이와 경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반영해 산정하거나,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관리를 개선하는 식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커지는 교육교부금 개편 여론, 왜

교육교부금은 유·초·중등 교육과 교원 인건비 지급 등에 쓰인다. 중앙정부가 내국세의 20.79%를 떼서 시도 교육청에 교부한다. 교육청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거나 초과세수가 많이 들어오면 규모도 커진다. 올해는 그 규모가 크게 늘었다. 본예산 기준으로는 65조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2차 추경안 편성으로 11조원가량이 추가됐다. 세계잉여금 정산분(5조2500여억원)까지 포함해 최종적으로는 81조2900여억원에 달할 전망(국회 예산정책처)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21조원 많은 규모다.

교육교부금 총액은 매년 늘고 있는 데 반해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다 보니 1인당 지원액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교육교부금을 지원 대상 학생 수(532만명)로 나누면 학생 1인당 교부금 추정액이 1528만원이다. 2013년(625만원)과 비교해 10년 사이 2.5배나 늘어난 규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60년이면 학생 1인당 평균 교육교부금이 5440만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5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을 고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선이 필요하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KDI도 최근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재정 수요와 무관하게 지출이 조정되는 것을 막고 재정건전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육교부금 개편 주장이 새로운 건 아니다. 지난해 기재부는 2022년 업무계획에서 제도 개선 추진을 공식화했고,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교부율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누차 해왔고, 합리적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는 공개 언급도 있었다. 올해는 이러한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재정지출의 효율과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 세부 실천과제에도 교육교부금 지원 대상을 지방대학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일각에선 기재부가 총대를 메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편에 착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 교육감의 선심성 예산 집행과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개편 주장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에도 교육청은 초과세수 등 영향으로 생각지도 않은 약 6조원을 추가로 받았다. 인천교육청은 300억원을 들여 중학교 신입생 2만6000여명에게 노트북을 지급했다. 서울교육청은 600억원을 들여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태블릿 PC 1대씩을 지급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지원을 명분으로 학생들에게 10만~30만원씩 현금을 주기도 했다. 성과가 분명치 않은 사업들에 대한 성급한 재정 집행도 지적을 받는다. 2025년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와 노후한 학교 건물을 고치거나 새로 짓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교육계 설득 가능한 대안은

교육계에서는 현실을 모른 채 숫자만 강조한 것이라고 일축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여전히 낡은 책걸상과 공기정화 장치 없는 ‘석면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학생 수가 줄고 있고 일부 교육감들이 선심성 예산 집행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교육교부금을 축소해야 한다거나 지출 용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교육현장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고 했다. 지난 5월 25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약 2개월간 전국 17개 교육청 1만1946개 초·중·고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5454개(45.7%) 학교가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면 노출은 고등학교가 53.0%로 가장 높았고, 초등학교(44.6%)와 중학교(42.4%)가 그 뒤를 이었다.

최근 5년간 지방교육재정에서 연평균 6조원가량의 이·불용 예산이 발생하는 등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온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교부금은 시도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시설 투자 등에 집행하는데, 기재부의 세수 추계 오차와 연중 예상치 못한 추경 등으로 발생한 추가 재원은 당해연도에 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올해의 경우 6·1 서울시교육감선거 이후 뽑힌 교육감이 새 추경을 편성하고 의회를 통과하려면 8~9월은 돼야 가능한데, 이럴 경우 추가 교부금을 적재적소에 집행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방역과 원격수업 등으로 재정 소요가 여전하고, 공교육 재정의 안정과 지속성을 위해서도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 정부는 ‘재정지원의 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한국은 초·중등 교육에 평균보다 많은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고등(대학)교육은 미흡하다”며 “한정된 재원을 어느 쪽으로 어떻게 투입해 우선순위를 조정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재부의 최근 월간 ‘재정동향’ 2월호에 게재된 ‘고등교육 재정투자 확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 개편방안 제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본예산 기준 교육 분야 4개 부문별 예산 비중은 유아 및 초·중등교육(82.3%), 고등교육(15.9%), 평생직업교육(1.6%), 교육 일반(0.2%)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서도 개편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6·1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조희연 교육감 예비후보는 “교부금을 대학으로 이전하는 방식보다는 돌봄이나 급식 등 초·중등 교육과 밀접한 이슈에서 지자체와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함께 재정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현 내국세 연동의 교육교부금 산정 구조를, 향후 학령인구 추이와 경상 GDP 증가율을 반영해 산정하는 식으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에 대한 관리 개선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9년부터 운용 중인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세입 감소나 심각한 지역경제 침체 등으로 재정 여건이 나빠질 때를 대비해 세입이 증가할 때 일부를 적립하는 장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5월 18일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학령인구 감소 등 경제사회적인 여건을 고려한 지방교육재정의 적정 규모에 대한 기준이 부재하고, 교육청의 기금 설치와 적립 규모 등을 통합적이고 일관된 기준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금을 통한 지방교육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교육부는 교육청 기금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 개선 등을 포함해 지방교육재정 운용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교부금, 소득 증가·물가 상승 고려돼야”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내국세수에 연동한 교육교부금 산정은 중앙정부 재정을 악화시키고 어린 학생들의 미래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김 부장은 자체 연구분석 보고서 발표와 각종 토론회를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을 줄곧 강조해왔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교육교부금이 교육재정 수요와 전혀 상관없는 내국세수 연동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중앙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교육교부금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교육계 주장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교육교부금을 소득 증가와 물가 상승의 범위를 고려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교부금 개편을 강조해왔다. 이유는.

“교육재정 수요와 전혀 상관없는 내국세수에 연동되다 보니 교부금에 맞춰 초·중등 교육 투자와 지출을 결정하는 구조다. 비효율적인 운용으로 중앙정부의 재정 여건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어린 학생들이 무상으로 교육받고 있지만, 결국 미래에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개편이 필요하다.”

-교육계는 ‘교육재정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계 주장은 ‘학령인구는 감소해도 경제 규모가 줄어들지 않는 한 내국세수는 증가할 것’이라는 믿음을 깔고 있다. 나아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국가 전체의 효율적 재정 집행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전면 개편 시 2060년까지 40년간 약 1046조8000억원(연평균 약 25조원)의 재정을 다른 분야에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떤 근거로 추산한 것인가.

“교육투자는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안정적 지원이 경직적 지원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향후 인구고령화가 급격화되면서 복지의 수요와 지출이 늘고 재정 여건은 나빠질 것이다. 따라서 소득 증가와 물가 상승의 범위를 초과하는 무리한 투자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교육교부금 산정은 경상 GDP 증가율(실질 GDP 증가율+물가상승률)의 범위 내에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년 대비 올해 학령인구 비중이 줄어든다면 교부금을 경상 GDP 증가율보다 소폭 낮은 증가율로 확대하고, 반대의 경우 교부금을 경상 GDP보다 소폭 빠르게 증가시켜주면서 확대된 초·중·고 교육 수요자들을 지원하면 된다. (향후 세부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이처럼 바꾼다고 해서 교부금 총량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교부금 총량은 해마다 증가한다. 증가하는 속도만 안정적으로 소폭 조정한다. 참고로 GDP 규모가 역성장하면 교부금 총액이 줄어들 텐데, 한국이 국민계정 통계를 작성한 이래 경상 GDP가 역성장한 경우는 (1998년) 외환위기 단 한차례뿐이었다.”

-정부는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학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지방교육재정과 고등·평생·직업교육 간 연계도 대안으로 거론한다.

“고등교육 지원도 시급한 과제지만, 이 또한 내국세수에 연동하는 방식은 근본적 대안이라고 보기 힘들다. 지방대학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정원 미달 사태는 오래전부터 예견돼왔다. 해당 대학들이 자구적 혁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고등교육 지원 확대 로드맵 작성에 앞서 지방대학 구조조정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지원하되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일정 수준 민간의 부담도 같이 늘려야 한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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