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th Cannes] "최고 평점, 그리고 감독상"..박찬욱, 칸에서 받은 선물 (인터뷰)

구민지 2022. 5. 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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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ㅣ칸(프랑스)=구민지기자] "칸 영화제 감독상, (데뷔 30주년) 축하 선물 받은 기분입니다."

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헤어진 결심'으로 3번째 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송강호(남우주연상)와 함께 칸의 중심에 섰다.

박 감독은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송강호와 함께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국내 취재진에게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한국 기자들은 물론, 외신 기자들도 함께 환호했다.

'디스패치'가 그 순간을 함께 했다.

박 감독은 함께 수상한 송강호에 애정을 드러냈다. "송강호와 같은 영화로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따로 온 덕분에 둘이 상을 받은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의 인연은 오래됐다. 단짝 감독과 배우로 꼽힌다. 앞서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 등을 함께 작업한 바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도 이들의 끈끈함이 드러났다.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에 호명되자, 박 감독이 가장 먼저 기뻐했다. "저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서 뛰어가게 되더라"고 밝혔다.

이어 "(송강호는) 그동안 좋은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그 덕분에) 기다리다 보니까 (남우주연상을 받을) 때가 온 것"이라고 격려했다.

송강호도 "(전) 감독님과 오래 작업한 배우다. (그래서) 남다른 감정이다. (오늘 수상할 때) 제게 뛰어와 포옹하던 순간이 감동적이었다.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을 한 작품에서 볼 수 있을까. 박 감독은 송강호에게 한 마디 건넸다. "(제안) 거절만 하지 말아 달라. 시간만 있으면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송강호는 "'박쥐' 이후 우리가 함께 한 지 너무 오래됐다. 13년"이라며 맞장구쳤다. 두 사람은 물론, 현장 취재진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 칸 영화제의 주인공은 단연코, 한국 영화였다. 'K-cannes'라는 수식어를 입증했다.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2개의 상을 받은 것은 최초다.

박 감독은 이를 아시아 영화의 발전으로 봤다. "꼭 한국 영화라서 (받은 건) 아니다.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온다. '브로커'는 일본 감독의 연출로 만들어졌다"고 짚었다.

이어 "1960∼70년대 유럽에서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을 봤다. (이젠) 한국이 중심이 돼서 이런 식의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감독은 이날 황금종려상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쉽지 않냐는 질문도 받았다. "(칸) 평점들이 수상 결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경험이 많아서 잘 안다"며 웃었다.

송강호도 "(박 감독의 작품이) 최고 평점을 받은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감독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상을 받았다. 황금종려상 이상의 의미가 있는 상"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4번째 출품작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지난 2004년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지난 2009년에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16년 '아가씨' 역시 경쟁부문 진출에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다.

박찬욱이 칸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모르겠다. 심사위원 구성에 따라 항상 다르다. 다 취향이 다르다. 누가 목소리 큰지도 (크게) 작용한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감독상 수상이) 축하 선물 받은 기분"이라며 "좀 더 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관객들은 웬만한 영화에는 만족하지 못해요. 장르 영화 안에도 웃음, 공포, 감동이 다 있기를 바라는 편이죠. 우리가 많이 시달리다 보니 한국 영화가 이렇게 발전한 것 같아요."

박찬욱 감독은 지난 30년간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공동경비구역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으로 연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 감독은 지난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2로 청룡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 감독상을 휩쓸었다.

2003년부터 진가를 드러냈다. '올드보이'로 제대로 전 세계에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당시 외신들은 극찬을 쏟아냈다.

이후 '친절한금자씨'(2005)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을 연출했다. 2009년에는 '박쥐'로 생애 2번째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품에 안았다.

2012년에는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영화 '스토커'를 연출했다. 주연은 니콜 키드먼. 해당 작품은 영국 엠파이어에서 선정한 2013년 최고의 영화 6위에 올랐다.

2016년에는 '아가씨'로 다시 한 번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당시 주요 부문 수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해외 평론가들은 "역시 박찬욱"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한편 '헤어질 결심은' 다음 달 29일(한국시간) 국내 개봉한다.

<사진ㅣ칸(프랑스)=민경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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