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네이마르에 뜨거워진 축구 열기.. 홍대·이태원 밤도 달궜다

이종현 기자 입력 2022. 5. 29. 09:48 수정 2022. 5. 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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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제한 해제 이후 돌아온 단체 응원 문화
매출 감소 겪은 업자들, 간만에 웃음꽃
'득점왕' 손흥민vs네이마르 맞대결도 관심 쏠려

29일 오전 5시쯤,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홍대거리에 있는 한 축구 펍. 이미 차분해진 새벽 공기와 다르게 가게 안은 후텁지근한 열기가 가득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옆 사람과 몸이 닿는 좁은 공간이지만 100명은 족히 넘는 사람들이 스크린을 가운데에 두고 빙 둘러서 있었다. 한 팀의 역습이 시작되고 긴장이 고조되자, 사람들은 각자의 손에 있던 맥주병을 들어 연신 목을 축이곤 했다. 공격수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힐 때마다 곳곳에서 함성과 탄식이 함께 터져 나왔다. 이날 이곳을 찾은 김민건(32)씨는 “오랜만에 이런 곳에 와서 소리를 지르면서 응원하니 그간 묵은 체증이 풀리는 느낌”이라며 “그간 코로나 때문에 이런 관람 문화가 사라졌는데, 다시 예전처럼 돌아와서 좋다”고 했다.

29일 새벽 마포구 동교동과 연남동에 있는 술집에서 사람들이 축구 경기를 보고 있다./정재훤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자 국내 축구 팬이 축구 펍으로 모여들고 있다. 주로 새벽녘에 열리는 해외 축구를 중계하는 축구 펍이 하나둘씩 운영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프랑스 생 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을 보기 위해 홍대와 이태원의 축구 펍에 사람들이 몰렸다. 이날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의 1대 0 승리로 끝났다.

지난 23일 손흥민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하며 축구에 대한 관심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오는 6월 한국과 브라질의 친선 경기에도 국내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선 경기를 위해 최근 국내에 입국한 브라질 대표팀과 세계적인 축구 스타 네이마르의 일거수일투족도 화제다.

이날 오전 2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 축구 펍 앞에도 이른 시간부터 160여 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대기열에 서 있는 축구 팬들은 서로 좋아하는 선수의 실력 우위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몇몇은 벌써부터 초조한지 시계를 여러 번 들여다봤다. 밖에서 대기하던 축구 팬들이 펍 내부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팬들은 실내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 이름을 연호하기도 하고 응원가를 큰 소리로 부르기도 했다. 팬들은 TV 화면에 선수가 등장하자 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환호했다.

29일 새벽 3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 축구 펍 앞 거리에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모습. /김민국 기자

국내 리버풀 팬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모(28)씨는 오랜만에 느끼는 응원 열기에 마음이 들뜬 표정을 지었다. 이씨는 “코로나19 거리두기를 비롯한 걸림돌 때문에 지난 3년간 단체 관람을 추진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재개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최대한 단체 관람을 추진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홍대 인근에 있는 축구 펍도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가득했다. 경기 시작 전 대형스크린에 선수들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었다. 스크린이 잘 보이지 않는 야외 테라스 자리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새벽에 펍이나 바에 모여 해외 축구 중계방송을 보지 못한 지난 2년간의 한을 푸는 모습이었다.

이날 이곳을 방문한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 교환학생 안드레아스(21)씨는 펍 내부가 이미 만석이라는 소식에 아쉬워하면서도 방문할 다른 펍이 또 있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한국에서 새벽 축구 관람은 처음이라 설렌다는 안드레아스씨는 “한국에서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본다는 게 아주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5시 마포구 노고산동에 위치한 축구펍을 찾은 팬들이 중계방송에서 선수가 골을 넣자 환호하고 있다./민영빈 기자

축구 펍 사장들과 직원들 역시 새벽에도 가득 찬 매장을 보며 기뻐했다. 지난해 거리두기로 인해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까지 영업을 쉬었다는 이태원 축구 펍 운영자 김모(35)씨는 “지난해엔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펍을 운영해봤자 타산이 맞지 않아 아예 영업을 접었다”며 “거리 두기가 완화된 만큼 앞으로는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연남동에서 스포츠 펍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많게는 90%까지 떨어진 달도 있었지만, 아마 오늘은 역대 최대 매출이 찍히지 않을까 싶다”며 “오늘같이 간만에 매장을 가득 채운 손님을 보니 ‘예전엔 이랬었지’라는 생각이 들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마포구 노고산동에서 축구 펍을 운영하는 사장 B씨도 밀려드는 주문에 지친 모습을 보였지만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제가 축구를 정말 좋아해서 축구 펍을 운영하게 됐는데, 코로나 때는 정말 힘들었다”며 “거리 두기가 끝나고 인원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니 전보다 매출이 2~3배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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