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축하 선물"..박찬욱, '박쥐' 이후 13년 만에 본상(종합) [Oh!칸 현장]
[OSEN=칸(프랑스), 김보라 기자] 박찬욱 감독이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차지했다. 지난 1992년 영화 ‘달은…해가 꾸는 꿈’을 선보인지 정확히 30년 만이다.
박 감독은 28일(현지 시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예의 감독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박해일, 탕웨이에게 너무 고맙다”고 밝히며 “많은 도움을 주신 (배급사) CJ ENM에게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박찬욱 감독은 감독상 수상 후 외신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진 뒤, 프레스룸을 찾아 국내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제작 영화사 집, 배급 CJ ENM)를 통해 남자 주연상을 받은 송강호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박 감독은 “저희가 같은 영화로 왔다면, 같이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감독과 (배우)주연상을 같이 주지 않으니까 저희가 다른 영화로 와서 동시에 받게 된 거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칸영화제에서 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선호하는 것 같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심사위원단 구성에 따라서 항상 다르다”며 “심사위원 9명이 모두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칸영화제라는 기관이 특별한 작용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심사 결과는 심사위원들에게 맡겨지기 때문에 그 구성원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내부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박 감독은 그러면서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탕웨이)가 나오고 ‘브로커’는 일본인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각본 연출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아시아의 인적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 감독이 연출한 ‘헤어질 결심’(배급 CJ ENM, 제작 모호필름)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수사 멜로물.
이날 ‘황금종려상을 받지 못 해 아쉽지 않느냐’는 물음에 “평점이 사실 수상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경험이 많아서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헤어질 결심’은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전 세계 기자들 및 평단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박찬욱 감독은 “제가 데뷔 30주년에 축하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고 오히려 감독상에 큰 의의를 뒀다.
앞서 박찬욱 감독은 57회 칸영화제에서 영화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62회 칸영화제에서 영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69회 칸영화제에선 영화 ‘아가씨’(2016)가 경쟁 부문에 올랐으나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 했다. 올해 경쟁 부문에 오른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으면서 ‘박쥐’ 이후 13년 만의 본상 수상이다.
‘헤어질 결심’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크랭크인 해 지난 2021년 3월 크랭크업했다. 이에 감독은 “큰 어려움 없이 촬영했지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영화 촬영의) 어려움보다 영화관을 한동안 멀리하다가 다시 영화관을 찾았을 때 느낀 충격이 있었다”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영화관 관람에 대해 ‘아 영화라는 것이 이런 거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명 의식이 생긴 만큼 영화를 더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느꼈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수준 높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한국 관객이 웬만한 영화에 만족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범죄스릴러라면, 단일한 장르만 가지고는 만족을 못하시는 거다. 그 안에 우리 인생이 총체적으로 묘사되기를 항상 요구한다. 장르영화 안에도 웃음, 공포, 감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상으로 기대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감독이나 배우들이 영화제에 와서 주목받고 상도 받는 게 좋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영화의) 홍보 효과다.(웃음) 그렇기 때문에 ‘브로커’나 ‘헤어질 결심’이 개봉할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께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헤어질 결심’은 오는 6월 29일 국내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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