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5%대 전망에 '경기수축' 신호도..하반기 韓 경제 '먹구름'

김혜지 기자 2022. 5.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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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5%대 상승 눈앞..미래 경기예측 지표 하락세
정부 "스태그플레이션 아냐"..전문가 의견은 분분
2022.4.26/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 하반기 우리 경제가 나아갈 경로에 그림자가 드리운 모습이다. 특히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5%를 돌파할 전망이며,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는 수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경제 상황을 해석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경기 둔화 등 대외 충격에 따른 일시적 어려움인지, 정말로 실체가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인지 분석이 엇갈린다.

◇물가 5%대 상승 예고…낮아지는 미래 경기 지표 정부는 앞으로 몇개월 동안 물가 상승률이 5%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9월이 마지막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고물가 추세와 관련해 "일정 기간 5% 넘는 숫자(물가 상승률)를 보게 될 것"이라며 "물가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6일 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향후 수개월간 5%를 넘을 가능성이 거의 확정되다시피 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뒤로 밀리게 됐다. 물가 정점은 기존 상반기가 아닌 올 여름쯤으로 예상된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내년 초까지도 고물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경기 지표도 심상찮다. 지난달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CLI)는 99.1로,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함과 동시에 4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경기 지표도 비슷한 상태다. 통계청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 99.5로 9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고, 2개월 연속 기준치에 못 미쳤다.

경기 지표는 100보다 높으면 6~9개월 후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장기 추세를 웃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100보다 낮으면 장기 추세를 밑돌 것이라는 신호다. 지표의 하락세 자체는 경제 성장 속도가 기존 장기 추세보다 느려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 인식은?…"잠재 성장 웃돌아, 침체 아냐"

정부는 현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특히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경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보다 높아 경기 침체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이 총재는 "올해 전망된 경제 성장률이 아직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상황이고 (잠재 성장 수준인) 2% 밑으로 더 떨어질지에 대해선 아직 완충 지역이 있어 아직까진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 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2.7%로 전망됐다. 기존 예상치인 3.0% 대비 약간 낮아졌지만, 최근 잠재 성장률로 제시된 2.3% (국회 예정처, 작년 10월)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여유가 남아 있다는 인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2.5.16/뉴스1

추 부총리 역시 후보 시절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물가 상방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통상적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물가와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최우선 순위를 놓고 6월 새 정부 첫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엇갈린 전문가들…"경기 회복" vs "이미 수축 국면"

전문가들의 생각은 분분하다. 크게 Δ하반기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위험이 있다고 보는 시각과 Δ우리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된 상태라는 시각 Δ스태그플레이션 상태로 볼 수 없다는 시각 등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실 스태그플레이션 초입이 아니라 이미 그 단계로 진입했다고 본다"며 "그 이유는 경기선행지표도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올 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고 작년 성장률도 좋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경기가 수축 국면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며 "올해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지만 작년에 전망했던 3%대 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고, 물가는 예상보다 더 많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정부는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성장률을 이유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러한 가정이면 거의 모든 나라가 경기 침체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물가 측정 지표에 집값이 빠져서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높다고 봐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사실 한국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장기 침체 상태였다"면서 "오는 10월 정도에 물가와 성장 지표를 봐야겠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있거나, 이미 와 있는 상태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반면 이태석 KDI 연구위원은 2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코로나19 충격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물가 상승이 있으나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당초 예상에 못 미친다고 해서 경기가 안 좋다고 할 순 없다"라며 "(기존 예측과의 비교가 아닌) 경기 그 자체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올 성장률을 2% 중후반으로 예상하기에 그 정도면 잠재 성장률보다 높아 침체라고 해석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최근 경기선행지수 하락세와 관련해서도 "선행지수 하나만으로 침체를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하반기 위험 요인들이 많은데 지금은 그것이 어떻게 실현될지를 지켜봐야 하고, 현 상황을 침체라고 하긴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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