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떨려 도장 못 찍는데"..투표 보조 못 받는 발달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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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뇌병변 장애인 A씨는 사전 투표일과 본 투표일 모두 투표소를 찾았지만 결국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지적장애인 B씨도 서울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보조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당하는 바람에 기표소에 혼자 들어갔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란에 도장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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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당사자 설명 적극 고려" 안내문에도 우려 여전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뇌병변 장애인 A씨는 사전 투표일과 본 투표일 모두 투표소를 찾았지만 결국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사전 투표일에는 A씨의 투표 보조 요청을 투표소 직원이 거절했다. A씨는 즉각 항의했지만,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가 다가오면서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본 투표일에 다시 찾아갔을 때는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처리돼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당시 투표용지를 수령하진 않았다며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구했지만, 휴일이라는 이유로 영상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9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연) 등에 따르면 많은 발달장애인이 선거 현장에서 제대로 된 투표 보조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를 '시각·신체 장애'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지역선관위와 투표소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후보자란에 정확히 날인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걸음걸이나 시력 등에 문제가 없으면 투표소 직원들이 '시각·신체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투표보조를 제공하지 않는 때도 있다는 것이다.
지적장애인 B씨도 서울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보조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당하는 바람에 기표소에 혼자 들어갔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란에 도장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고 한다.
경기도에 사는 발달장애인 C씨도 '시각·신체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역선관위 판단에 따라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없었다.
이에 선관위는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사무원들에게 '장애인유권자 투표편의 지원 요령' 안내문을 새로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허점은 여전하다고 장애인단체들은 지적한다.
연합뉴스가 확보한 선관위 안내문에는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요청에 대해 "육안으로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운 손 떨림, 소근육 발달 지연 등 투표보조를 필요로 하는 증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선거인의 설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적혀있다.
장애인의 동행인이 투표 보조를 대신 요청하는 경우에도 "가급적 선거인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되, 동행인의 설명을 적극 고려해 선거인이 투표보조가 필요한지 파악한다"고 적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무원들이 보기에 눈에 띄는 장애가 없는 경우 유권자와의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지방선거에는 투표 보조를 잘 받을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했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장추연 관계자는 "결국 판단은 그대로 현장에서 한다는 것인데, 장애 유형을 잘 모르는 투표소 직원들이 제대로 판단하기란 어렵다"며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도 투표보조 거절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후 장추연은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취합된 사례들을 모아 인권위에 진정을 낼 계획이다.
rbqls12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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