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봤나 K-곰신.. "국가가 데려간 남친, 시간아 빨리가"

서진주 기자 2022. 5. 29.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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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란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곳이다. 군대로 인해 '꾸나'랑 '곰신'이란 단어가 생겨났다. '꾸나'는 군대를 간 사람, '곰신'은 기다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필승! 국가에 남자친구를 양보하겠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 찾아온 불청객. 바로 '입영통지서'.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지금껏 누리던 소소한 일상을 함께할 수 없다니. 나도, 남자친구도 군대는 처음이라서 모든 게 서툴렀다.

1년 6개월? 우리가 쌓아온 신뢰는 저 시간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소소한 걱정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고 싶을 때 못 보고 전화하고 싶을 때 못 하는 다방면으로 제약된 일상을 마주할 자신은 없었다.

입대 D-1. 제약된 일상에 빠지기 전까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다. 그 기억과 추억들로 하루하루를 힘차게 기다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답답하고 불편한 요소가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몰랐다. 직접 'K-곰신'을 경험해보기 전까진.


"오히려 설레고 풋풋해"… 기다려지는 '그 연락'


왼쪽 사진은 육군훈련소에 입대한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다운로드한 '더캠프' 애플리케이션이다. 남자친구와 연락이 안되는 훈련소 기간에는 볼 것도 없는 앱에 1일 10접속했다. 오른쪽 사진은 남자친구가 입대하고 나서 보내준 소중한 편지들이다. /사진= 서진주 기자
"요즘 곰신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남자친구를 덕질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훈련소. 최악의 그 기간. 이때는 연락이 안된다. 할 수 있는 것은 일방향적 소통인 '인터넷 편지' 뿐이다. 물론 손편지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편지를 보내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좋게 생각해보자면 언제 편지를 이리 자주 주고받을 수 있겠는가. 불시에 오는 짧은 전화를 통해 편지로 답장을 보냈다고 하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우체통에 도착하는 그 편지만을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설는지, 얼마나 우체통을 자주 열어봤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훈련소 이후 자대에 배치 받으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각 부대마다 다르지만 기자의 남자친구는 저녁 5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다. 하루 24시간으로 따지면 적은 시간이다. 그래서 이 시간만 되면 빠른 답장을 위해 늘 휴대폰을 붙잡고 있다. 휴대폰 사용 시간 제한으로 인해 기자는 생일에 특별한 경험을 했다.

생일로 넘어가는 자정. 연락할 방법이 있을리가 없다. 자정이 되자 음성메시지가 첨부된 메일이, 퇴근하고 집에 오니 도착한 손편지가 기자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기자에게는 흔한 음성메시지와 편지가 아니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진심과 정성이 가득 담긴 편지 세례에 가슴이 벅찼다. 직접 만날 수 없는 것을 고려해 챙겨준 남자친구의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사회에 있을 때 챙겨준 생일과는 확실히 달랐다.


"은근히 불편해"… 곰신들이 꼽는 불편함 1위는?


왼쪽 사진은 자대배치 이후 군 내 공중전화부스를 통해 전화한 기록이다. 오른쪽 사진은 불편한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기자의 모습이다. /사진=서진주 기자
군대라는 공간의 특성상 연락이 자유롭지 않다. 단순히 연락을 빠르게 주고 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닌, 바로 전해야 할 급한 일을 빨리 전달하지 못하는 점이 힘들다.

좋은 소식이 생겨서 알려주고 싶은 1순위가 남자친구라면 '무한 대기'에 들어간다. 휴대폰을 받았음을 알리듯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오면 바로 휴대폰 화면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일상이다. 자대 내에서 휴대폰 사용 시간은 개인 시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남자친구도 막연하게 휴대폰만 쳐다볼 수 없다. 따라서 짧고 소중한 그 시간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하고 싶은 말을 래퍼처럼 쏟아내야 한다.

곰신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면 곰신 10명 중 9명이 '연락하는 일' 때문에 자주 싸운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입대한지 8개월이 지난 곰신 A씨(여·23)는 "중요한 대화를 하다가 끊긴 적이 많다. 어쩔 수 없지만 답답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불편함은 곰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도 마찬가지다. 20세 아들을 군대에 보낸 B씨(여·47)는 "하루종일 무엇을 했고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매번 물어볼 수 없다"며 "집에 좋은 소식이 있어도 아들이 가장 늦게 알게 돼 미안해진다"고 씁쓸해했다.

사람은 악재에 더 민감하다는 말이 있다. 제한된 시간이 '악'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빨리 해결·화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다음날까지 연장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군대라는 곳이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공간이어서 더 악영향을 받는 느낌이다. 남자의 경우 '군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너까지 왜 그래', 여자의 경우 '나도 기다리느라 힘든데 왜 서운하게 해'라며 섭섭한 감정이 든다.


면회나 휴가는 즐거움과 애틋함의 무한반복… 하지만 색다르다?


왼쪽 사진은 남자친구가 휴가 나왔을 당시 서울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에 방문한 기념으로 찍은 인증샷이다. 오른쪽 사진은 면회할 때 들고 간 음식이다. 이렇게 보니 적어보이는 것 같다. 다음부터는 양손 가득 들고 가야겠다. /사진=서진주 기자

드디어 기다리던 남자친구 휴가. 최소 1~2개월 간격으로 휴가를 나오는 만큼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이다. 오랜 공백 뒤에 만나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걸까. 기자가 "남자친구가 휴가나온대"라고 자랑하면 주변에서는 "너 얼마전에 면회갔다 왔잖아"라고 말한다. 기자는 늘 "면회와 휴가는 다르지"라고 받아친다. 면회가 '자대 내 데이트'라면 휴가는 '자대 외 데이트'다. 휴가는 제약없는, 자유로운 데이트다.

하지만 휴가를 나온 군인은 몸은 자유지만 머릿속엔 온통 '군대' 생각뿐이다. 휴가를 나와서도 '외출 1회'를 추가하기 위해 움직인다. 휴가를 나온 군인이 서울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에서 2시간 관람을 완료하면 '외출 1회'가 누적된다. 누적된 외출은 자대로 복귀한 뒤 평일·주말 중에 사용할 수 있다.

기자도 휴가를 나온 남자친구와 용산 전쟁기념관에 방문했다. 전쟁기념관에 들어서기 전에는 "이 소중한 시간에 굳이 여기를 가야돼?" "뭐하면서 2시간이나 버티지"라고 생각했지만 나설 때는 "재밌네"라고 느꼈다. 전쟁기념관 내부가 군 관련 요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여자인 기자는 모든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볼거리가 많아 시간도 금방 지나갔다. 색다른 전쟁기념관 데이트를 즐기면 일석이조로 '외출 1회'가 추가된다.

남자친구의 휴가가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는 '새로움'이다. 전쟁기념관처럼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이 데이트 장소가 될 수 있다. 또 휴가를 나온 군인에게는 할인이 적용되는 곳이 많아 혜택이 상당하다. 이로 인해 평소엔 자주 찾지 않던 ▲놀이공원 ▲영화관 ▲박물관 ▲전시회 등을 돌아다녔다. 군대에서 외출·휴가 일수를 힘들게 모아 나오는 만큼 시간과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면회·외출·휴가 시간은 체감상 짧아서 더 아쉽다. 군인의 가족·친구 등 주변 사람들도 불편함을 느끼지만 여자친구와는 다른 느낌일 것이다. 이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곰신 서포터즈'다. 곰신 서포터즈 관계자 C씨(남·31)는 "친구들은 군인(입대한 친구)을 매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다르다"며 "여자친구들이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이 빨리 갈 수 있도록 곰신 서포터즈 활동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입대한 사람은 남자지만 기다리는 여자도 함께 전역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자 또한 군대는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특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간동안 두 사람은 성숙한 사랑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제대할 때까지 기다려줄 거야?"
"응. 너라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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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주 기자 jinju31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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