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규제와 ESG 가속화..폐기물 산업 혁신에 투자 베팅"

이선목 기자 2022. 5. 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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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롭 캐플런 서큘레이트 캐피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겪은 인류가 오랜 숙제였던 쓰레기 문제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조치가 일시 중단됐고, 처리가 어려운 의료 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 등이 넘쳐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쓰레기 팬데믹이 바이러스 팬데믹을 넘어서는 인류의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순환 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을 좀 더 효율적이고, 쉽고,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들이 각광 받으며 이들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돈이 몰리면서 산업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는 모양새다. 폐기물 처리 관련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이 등장했고, 대기업에서도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쓰레기 골드러시’ 기획을 통해 폐기물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해 봤다. [편집자주]

(왼쪽부터) 롭 캐플런 서큘레이트 캐피털 창업자 겸 CEO,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서큘레이트 캐피털·임팩트스퀘어 제공

지난 2월 미국 폐기물 관리 기업 리퍼블릭서비스(RSG)가 투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자신의 자산투자 회사 캐스케이드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약 1억1700만달러(약 1500억원) 규모 RSG 주식을 매수하면서다. 게이츠는 이미 RSG의 최대 주주인데, 추가 매수로 보유 지분이 34%가 됐다.

탄소 절감 기류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부상으로 친환경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폐기물 산업의 성장성이 주목받으면서 국내외에서 폐기물 관리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VC) 서큘레이트 캐피털(Circulate Capital)은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 지역 플라스틱 폐기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롭 캐플런(Rob Kaplan)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순환 경제(자원 절약과 재활용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순환 경제 관련 포트폴리오에 10억달러(약 1조296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팩트스퀘어는 액셀러레이터로서 국내 친환경 및 폐기물 관련 스타트업 초기 투자에 적극적이다. 5월 6일 만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규제와 ESG 경영 트렌드로 기존 폐기물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산업 혁신을 위한 실험에 도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폐기물 산업을 주목한 이유는.

캐플런 “현재 해양에는 1억5000만t의 플라스틱이 유출됐고, 매년 1100만t씩 증가한다. 또 이는 저소득 국가가 많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유출된다. 플라스틱 해양 유출로 인한 오염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광, 어업, 해운 산업에 큰 손실을 준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순환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추어(Accenture)는 세계 순환 경제 규모가 2030년까지 4조5000억달러(약 583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플라스틱 순환 경제에 대한 투자 기회가 주목받고 있다.”

도현명 “최근 환경 영역이 빠르게 산업화, 시장화하고 있다. 기존에도 폐기물 산업이 있었지만, 주체가 대부분 공공(公共)이었고, 자원화 영역도 저부가가치 산업이었다. 여기에 글로벌 규제와 ESG라는 경영 트렌드가 더해지면서 시장화가 시작됐다. 과거 단순하고 이권 사업 위주였던 폐기물 시장이 진짜 시장의 영역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ESG를 중시하는 것이 관련 스타트업에도 좋은 기회라고 봤다. 실제로 국내에서 시리즈 B 이상, 최소 2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기업 중 폐기물 관련 기업이 늘었다. 글로벌에서도 미국 루비콘(Rubicon), 노르웨이 톰라(Tomra) 같은 폐기물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이 종종 나오고 있다. 기후 변화와 플라스틱 영역이 핵심이다.”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있나. 투자 규모는.

캐플런 “개발도상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와 기후 변화 위기에 관한 해결책을 혁신하는 기업과 인프라에 투자한다. 전 세계 해양에 유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발생한다.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서 나온다. 미국 해양보전센터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에 투자함으로써 전 세계 플라스틱 (해양) 유출을 45% 줄일 수 있고, 204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유출량을 80% 절감할 수 있다. 우리는 친환경적 신소재 개발이나 재활용, 순환 경제를 위한 기술 등 플라스틱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한다. 인도네시아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 및 재활용 업체인 프리벤티드 오션 플라스틱 사우스 아시아(Prevented Ocean Plastic South Asia), 인도의 폐기물 상거래 플랫폼 리사이칼(Recykal) 등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 15개 기업에 6000만달러(약 77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2019년에는 펩시, 코카콜라, 셰브론, 샤넬등과 협력해 1억1200만달러(약 1452억원) 규모의 관련 펀드 ‘CCOF I’를 설립했다.”

도현명 “어망 재생 기업 넷스파, 폐배터리 분리막 재생 기업 라잇루트, 곤충을 통한 음식 폐기물 처리 기업 뉴트리인더스트리, 인공지능(AI) 기반 대형·가정 폐기물 플랫폼 운영사 같다, 배달 일회용기 대체 다회용기 서비스 기업 잇그린 등 12개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로서 투자 규모가 크지는 않다. 개별 기업에 약 1억~5억원을 투자, 총투자액은 약 45억원 정도다.”

투자 기업 선정 기준은.

캐플런 “무엇보다 우리의 비전과 함께해야 한다. 비즈니스 결과보다 환경 보호와 지역 사회를 지원하는 것이 의사 결정 과정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비즈니스 운영 모델, 장기 전략, 재무 상황, 비즈니스 구성원 등도 고려 사항이다. 성장 가능성도 중요하다.”

도현명 “기존보다 ‘얼마나 더 나은가’가 중요하다. 여기서 ‘낫다’의 기준은 세 가지다. 우선 ‘수익성이 있는가’다. 또 ‘기존보다 처리 능력이 뛰어난가’, 다른 하나는 ‘규모화할 수 있는가’다. 초기 스타트업은 연구개발(R&D)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서는 수익성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비용을 낮추거나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 존재 유무, 이를 규모화할 수 있는 확실한 전략 등을 본다. 기존 폐기물 산업을 3~5% 개선하는 게 아니라 50~100% 혁신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에 주목한다.”

코로나19가 폐기물 산업에 미친 영향은.

도현명 “우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완전히 안 쓰는 세상이 오기는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이 주는 편의성을 다시 맛봤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더 어려워졌다. 또 코로나19로 공급망이 붕괴된 가운데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은 더 어려워졌고, 유럽발(發) 탄소세, 플라스틱세 등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주목받았다. 이는 일반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곧 탄소국경세(CBAM)를 도입할 예정이다. EU 역내에서 생산된 것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 해당 제품에 EU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와 연동된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다.”

폐기물 산업 전망과 추가 투자 계획은.

캐플런 “폐기물 재활용과 관련한 지금의 게임은 20여 년 전 재생 에너지를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하다. 당시 풍력, 태양광, 수력, 지열 등 기술을 통해 녹색·저탄소 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런 투자는 첨단 기술 개발 가속화 그리고 새로운 정책 채택 및 관련 민간 부문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폐기물 산업도 이런 길을 걸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목표는 순환 경제 발전을 위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29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순환 경제 관련 두 번째 펀드인 ‘CCOF I-B’를 출시했고, 최근 유럽투자은행(EIB)이 이 펀드에 최대 2000만달러(약 259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기관 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현명 “한국 폐기물 시장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체계가 아예 없지도 않지만, 완벽하지도 않다. 산업 입장에서는 성장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기술적·문화적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 카페의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 일단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의 정책이 바뀌어야 하고, 재활용 가능한 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점주의 관리 능력, 관련 데이터를 측정하는 시스템과 물류 플랫폼 등이 필요하다. 자사는 계속 환경 분야 투자를 늘리면서 폐기물 산업과 관련한 전용 펀드 설립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 산업에 대한 투자가 더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

폐기물 산업 정책과 관련해 제언한다면.

도현명 “우선 폐기물 산업의 발전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는 통합적인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지금은 폐기물 분야를 다루는 부처가 산발적이다. 관련 규제나 기업을 다루는 부처가 각각 다르고, 심지어 폐기물 종류에 따라서 관련 부처가 달라진다. 이들은 폐기물 산업을 혁신해야 한다는 걸 고려하지 않는다. 모든 규제를 푸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나 혁신을 위해서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유연함을 적용할 수 있다. 실험 단계 없이 혁신은 없다. 실패를 할 수도 있다는 전제를 하고 일단 추진하고 시도해야 한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Part 1. 팬데믹 올라탄 쓰레기 처리 산업

①인류 위협 골칫덩이에서 돈 몰리는 ‘금맥’으로

②[Infographic]쓰레기 팬데믹 위협과 기회

Part 2. 쓰레기 처리에서 기회를 잡은 기업

③[Interview] ‘쓰레기 유니콘’ 루비콘 르나우드 드 비엘 카스텔최고운영책임자(COO)

④[Interview] 카를로스 몬레알 플라스틱에너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데이브 로저 엔시나 CEO

⑤[Interview] 2년간 폐기물 처리 기업 9곳 인수,SK에코플랜트 에코플랫폼 BU 권지훈 대표

⑥[Interview] ‘스마트 폐기물 관리 기업’ 리코 김근호 대표

⑦[Interview] ‘플라스틱 회수하는 AI 로봇’ 개발수퍼빈 김정빈 대표

Part 3. 전문가 제언

⑧[Interview] 토니 워커 캐나다 달하우지대자원환경연구학과 부교수·크리스틴 휴즈 GPAP 이사

⑨[Interview] 롭 캐플런 서큘레이트 캐피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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