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살기로"..'범죄도시2' 이상용 감독이 만든 '비현실적' 흥행[★FULL인터뷰]
'범죄도시2'는 형보다 나은 아우가 없다는 속설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첫 연출작의 부담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풀기 힘든 난관들이 닥쳤지만 이상용 감독의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최근 범죄도시2'의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범죄도시2'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 전작인 '범죄도시'의 조연출 출신인 이상용 감독은 '범죄도시2'를 통해 연출에 데뷔했다.
이날 "처음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굉장히 놀랐다. 제 나이에 이런 큰 기회가 온 것이 안 믿겼다. 강윤성 감독님이 다른 작품으로 하차하시고, 감사하게도 마동석 배우나 제작사, 투자사 여러분들, 1편을 함께 만들었던 스태프들이 모두 믿어주시고 합심해서 해주셨기 때문에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담감을 완벽하게 지울 수는 없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많이 됐었다. 688만 관객을 동원한 전작의 흥행을 넘는다는 생각보다는 '욕은 먹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했다"라며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주어진 환경 안에서 마지막까지 용기 잃지 않고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전편과는 달리 해외를 주 배경으로 설정한 '범죄도시2'는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큰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상용 감독은 "2019년부터 베트남을 왔다 갔다 했고, 2020년 2월 크랭크인을 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쫓겨나다시피했다. '베트남에서 쓴 돈만 10억 가까이 됐는데 이대로 엎어지는구나' 생각했다. 너무 무섭더라"라며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가 한국 분량부터 먼저 찍기 시작했는데 당시 '끝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커서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포기하지 않는 게 큰 목표였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무리하게 어떤 주장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같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하나의 목적 안에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결론을 내는 게 목표였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상용 감독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역시 기획자이자 제작자, 또 배우인 마동석이었다. 그는 마동석에 대해 '버팀목'이라고 표현했다. 이 감독은 "항상 유쾌하시고, 영화와 액션을 많이 연구하신다"라고 했다.
이어 "저한테는 큰 버팀목 같은 분이다. 마동석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더불어서 예전부터 기획, 구상해오신 작품이 너무 많다. 욕심도 많으시고 하고 싶은 것도 많으신 것"이라며 "또 배우로서도 현장에 가면 단역 배우들까지 존중해 주시고 끌어안으시면서 스태프도 잘 챙겨주신다. 제가 힘들 때도 괜찮다고 믿어주셔서 선배님 덕에 현장에서 모두 힘을 내서 잘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상용 감독은 '범죄도시2'의 인기 요인에 대해 "속도감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촬영의 제약이 많아지다 보니까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반복적인 구조가 많아졌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적인 호흡을 어떤 식으로 가져갈지 편집 기사님과 많은 상의를 했다. 속도감을 높여서 마석도의 검거 욕구를 명확하고 짧게 보여줬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 그래서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한 2편의 차별점으로는 '확장성'을 꼽았다. 그는 "2편에서는 가리봉동이 해외 관광지로 확장되는 느낌을 강조하려고 했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 '마석도'가 어떤 식으로 접근하게 될지에 집중했다"라며 "다른 시리즈물에서는 주인공의 내면을 건드리거나 핸디캡을 주는 식으로 이야기의 변별력을 주는데 '범죄도시'는 '마석도'라는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밌어야 하기 때문에 해외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장애물을 세팅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영화의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액션과 코믹적인 부분은 배우들에게 많이 맡겼는데 케미스트리가 워낙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역시 '범죄도시'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마석도'와 빌런을 비롯한 캐릭터들이다.
또한 '범죄도시2'의 또 다른 중심을 잡는 빌런 강해상에 대해서는 "전편의 장첸(윤계상 분)과 비교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강해상은 장첸과는 다르게 독고다이다"라고 말했다. 배우 손석구가 빌런으로 합류해 서늘한 눈빛과 강렬한 액션으로 무자비한 빌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상용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강해상'의 뼈대만 있는 상태에서 제작사 대표님이 추천한 배우가 손석구였다"라며 "처음에 저는 잘 몰랐던 배우인데 추천을 받고 전작을 보다 보니까 연기가 다채롭고, 일반적이지 않아서 끌렸던 것 같다"라며 "실제로 미팅을 할 때도 한 가지의 느낌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서늘하고, 차갑기도 하고, 얘기하다 보면 착하고 순진한 것 같고, 영화학도처럼 열정도 가득한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도전의식에 끌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을 하면서 느낀 점은 손석구 배우가 가지고 있는 '날 것 같은 연기'가 너무 좋았다. 촬영을 하면서 본인을 놓고 캐릭터에 몰입해서 전혀 보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데 그걸 보면서 모니터 뒤에서 희열을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범죄도시2' 배우들은 "하고 싶은 걸 다 시도해 볼 수 있는 최고의 현장"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에 이상용 감독은 "관객들은 배우를 보러 온다고 생각한다. 촬영할 때 매일 문제가 많고, 고충이 많은데 배우들의 에너지가 떨어지는 건 제가 견디기 힘들다. 배우들이 불편한 점과 원하는 점을 생각하면서 배우의 감정을 1번으로 생각했다. 배우들이 집중력 있고 임팩트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고민하면서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이상용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합심해서 만들어낸 '범죄도시2'는 개봉 8일 만에 4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상용 감독은 "비현실적이다"라며 웃으며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지금 3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2편의 흥행이)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더 힘을 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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