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그만두려고 했는데..책만 펴면 마음이" 최원준에게 야구란[황금사자기]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청담고의 돌풍이 거세다.
2016년 창단해 아직은 야구팬들에겐 이름이 낯선 청담고는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준결승전에서 마산고를 5-4로 물리치고 결승행 티켓을 끊었다.
이로써 청담고는 야구부 사상 처음으로 전국대회 결승전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미 8강 진출부터 최초의 역사를 쓰고 있던 터. 이제 그 이변의 바람이 경남고와 최후의 무대까지 향하게 됐다.
청담고 돌풍의 중심에는 단연 우투좌타 내야수 최원준(18)이 있다. 최원준은 이번 대회에서 결정적일 때마다 중요한 안타를 때려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4번 지명타자로 나온 이날 마산고와 준결승전에서도 활약과 센스가 돋보였다. 1회말 1사 1·3루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때려내 타점을 올렸고, 2-3으로 뒤진 3회 2사 1·3루에선 3루 주자로서 1루 주자 이영빈과 더블스틸 작전을 걸어 홈을 훔쳐 3-3 동점을 만들어냈다.
사실 최원준의 원래 포지션은 유격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지명타자로만 나서고 있다. 이유는 하나. 오른쪽 발등 부상 때문이다. 타격과 주루에는 문제가 없지만, 수비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없어서 결국 글러브를 내려놓고 배트만을 쥐고 있다.
이날 경기 후 만난 최원준은 “3주 전쯤 치른 연습경기에서 사구를 맞았다. 황금사자기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라 많이 속상했다”며 아찔했던 그날을 떠올렸다.
부상은 가볍지 않았다. 검진 결과 곧장 수술을 받거나 오랜 기간 깁스를 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선택의 갈림길. 최원준은 수술 대신 깁스를 택했다. 황금사자기를 꼭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원준은 “고3으로서 뛸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유호재 감독님의 만류에도 ‘지명타자로라도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다행히 경기 중에는 긴장해서 그런지 아픈지도 모르고 뛰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최원준은 야구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배트와 글러브를 잡았다. 이어 초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야구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고향의 청주시리틀야구단에서 야구선수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행보는 탄탄했다. 실력을 인정받아 지역 명문인 세광중과 청주고로 차례로 진학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슬럼프가 찾아왔다. 야구선수를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의 위기였다.
최원준은 “방망이가 정말 맞지 않았다. 슬럼프가 지속되다 보니까 ‘이 길이 내 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고1을 마친 뒤 야구를 그만두기로 했다. 부모님께선 처음에는 만류하셨지만, 내 뜻이 워낙 완고해서 받아들여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는 최원준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잊으려고 해도 자꾸 뇌리를 스쳤다.
최원준은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책만 펴면 야구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결국 이듬해 봄 다시 야구를 하기로 했고, 청담고로 가게 됐다”고 복귀 과정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다시 배트를 잡은 최원준은 이번 대회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신장 186㎝·신장 83㎏의 건장한 신체조건과 정교한 타격 그리고 남다른 주루 센스로 이름값을 높이는 중이다.
최원준이 속한 청담고는 야구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파죽지세로 상대를 물리치며 사상 최초로 결승 무대까지 올라섰다. 이제 역사적인 우승까지 단 한 걸음만 남은 상황이다.
학교 자랑을 부탁하자 최원준은 “무엇보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의 중심을 잘 잡아주신다. 또, 선수단도 자유로우면서도 규율 있는 분위기로 서로서로 도와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웃었다.
이어 “결승전까지 올라왔으니까 당연히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선수들과 마지막까지 합심해서 우승한 뒤 학교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힘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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