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느껴지는 메타버스..애플이 내놓는 '헤드셋'이 미래 앞당길까 [홍키자의 빅테크]
[홍키자의 빅테크] 미국 빅테크를 위시로 한 기술주가 줄줄이 하락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하반기 이벤트가 있습니다. 지난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5월 둘째주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부터 예견된 것이었죠. 애플이 사상 처음으로 자사의 메타버스 기기를 내놓기 직전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얘기가 왜 중요한지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메타버스 시대의 출현을 의심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VR 기기는 팔렸지만, 내 주변에서는 해당 기기를 쓰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 대신 애플 아이폰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애플 메타버스 기기의 출현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업계 전반에서도 메타버스 시장이 확 열리려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기준 아이폰만 20억대 넘게 판매한 애플이 참전해야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죠.
그런데 그 미래가 성큼 다가온 겁니다. 애플 이사회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 8명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애플은 2011년 인공지능(AI) 비서 시리가 출시되기 전에도 이사회에서 시제품을 먼저 검토했죠. 현재 제품은 나왔고, 몇 가지 작업만 정리하면 이르면 몇 개월 내에 애플 신제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당연히 하드웨어만 만든 것은 아니죠. 소프트웨어도 만들어야죠.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원스톱으로 가져가는 회사이니까요. 헤드셋 전용 소프트웨어인 'rOS', 즉 리얼리티 OS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출시할 제품은 VR과 AR(증강현실) 기능을 합친 MR 헤드셋으로, 초고해상도 화면과 사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이나 손동작을 추적하는 기능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도구가 들어오고 나면, 관련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뒤따르기 마련이니까요. 메타버스 기기는 무겁지 않고 사용하기 편리해야 하고, 가격도 저렴해야 하며, 5세대(5G)와 자연스럽게 연동돼 버벅거리지도 않아야 하겠죠. 일단 거부감을 줄이려면 가격이 싼 게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애플 MR 헤드셋은 2000달러, 약 250만원으로 예상되죠. 비싸 보이지만 결국 살 사람은 삽니다. 아이폰13 시리즈까지 오면서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애플에는 애플 생태계에 발을 딛고 나면 어지간해서는 빠져나오지 않는 충성고객이 있습니다. iOS의 전 세계 점유율이 10% 수준이지만, 매출 기준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것이 그 증거죠. 애플 서비스에 한번 록인되면 다시 애플 하드웨어를 구매하게 되고, 하드웨어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됩니다.
비싸도 살 사람은 다 삽니다. 삼성 갤럭시 Z폴드3만 해도 출고가가 200만원을 넘었지만, 플립·폴드 등 접는 폰 열풍에 올해만 800만대가 넘게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같습니다.
애플이 메타버스 기기를 내놓고 나면 메타는 초조해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오큘러스 퀘스트2로 전 세계 VR 시장점유율을 78%까지 끌어올려놨는데, 애플이 후발주자로 출현했지만 새 시대를 여는 첫 기업인 것처럼 포장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메타도 수개월 내 애플 MR 헤드셋과 유사한 '프로젝트 캄브리아'를 800달러(약 101만원)가 넘는 가격에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어떤가요. MS는 산업용 AR 기기의 선두주자로 시장을 이끌고 있죠. 결국 이르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애플, 메타, 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 간에 각축전이 펼쳐진다는 겁니다.
이 각축전에 다른 기업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이 회사들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들이 자연스레 뜰 겁니다. 이미 전조가 나타나고 있어요. 애플 MR 헤드셋 출시와 관련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내 상장 기업인 '맥스트' 주가가 폭등하죠. 일주일 만에 5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맥스트는 2010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AR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해온 기술 전문기업입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AR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AR 개발 플랫폼(SDK) 업체입니다. AR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은 현재 버전 5.0까지 개발됐습니다. 이 플랫폼은 마케팅, 게임,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산업,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중인데요. 전 세계 50개국 이상의 개발사 1만2000여 곳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결국 미국 기술주의 부흥은 애플을 중심으로 새 판이 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이 기기를 얼마만큼 내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정말로 메타버스 시대가 열릴지 가늠해볼 수 있겠죠.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허상인지, 실제인지도 분간해볼 수 있을 겁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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