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 CEO 한마디에 뉴욕증시 '털썩'..2000년대 IT버블 떠오르는 이유 [추적자추기자]

추동훈 입력 2022. 5. 28. 20:03 수정 2022. 5. 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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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추기자] 미국 SNS 앱 스냅챗을 아시나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 1020세대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SNS 메신저 스냅챗은 사진과 영상을 주로 전송하며, 메시지가 10초 후면 사라진다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1020세대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특히 AR 광고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이 시장을 이끌며 성공적인 SNS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그랬던 스냅챗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습니다. 바로 에번 스피걸 최고경영자(CEO)의 말 한마디 때문입니다. 스냅챗을 만든 스냅은 24일 프리마켓에서 30% 넘는 폭락을 이어갔고, 개장 이후에는 낙폭을 더 키우며 무려 43.08% 하락했습니다. 거의 하루 새 반 토막이 난 것이죠.

스냅챗 로고
스냅은 23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거시 환경 악화로 지난달 21일 실적 가이던스 제시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며 "2분기 실적이 종전에 제시한 숫자의 하한선을 밑돌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전달됐습니다. 우려를 표한 것이지만 사실상 직원들에게 바짝 긴장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스피걸 CEO는 최근 1년간 2000명을 새로 고용했으나 앞으로 연내에는 500명만 추가 고용할 예정이라고 고용 축소 계획도 밝혔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최선의 방법, 바로 인건비 절감을 하겠다는 것이죠. 이뿐 아니라 더욱 상황이 나빠질 경우 정리해고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가의 40%가 날아간 사건. 근데 정말 이러한 스피걸 CEO의 우려 표명이 전부였습니다. 안 좋아졌다는 게 아니고 안 좋아질 것이란 우려 한 마디에 상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이 떨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현재 뉴욕증시가 처한 현실이라는 비꼼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너무나 급격하고 빠르게 성장한 탓에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라도 큰 태풍이 일어날 듯 커질 수 있는 상황이 뉴욕이라는 것입니다.

에반 스피겔 CEO /출처=위키피디아
스냅은 프리마켓 하락 기준 시가총액 114억달러가 증발했습니다. 개장 이후 그 폭은 더 커졌습니다. 그렇게 최악의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하락 여파가 경쟁 SNS로 불이 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날 페이스북을 운영 중인 메타는 7.62%, 트위터는 5.23%, 핀터레스트는 23.42% 폭락했습니다. 스냅과 비슷한 SNS 서비스들이 후폭풍을 맞은 것이죠. 시장에서는 스냅의 불안감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NS업계 주식자산이 1000억달러 이상 날아갈 것이란 보도도 나왔습니다.
24일 스냅 주가 하락폭 /출처=구글
스냅의 폭락은 현재 상황이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때와 크게 유사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IT 기술기업이 실제 가치 이상으로 주가가 부풀어 올랐고, 결국 한순간에 모두 걷혔습니다. 지금의 모습도 그와 유사하다는 것이죠. 실제 수많은 IT 혁신기업 주가가 올해 들어 70% 안팎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메타, 넷플릭스와 같은 빅테크 기술·콘텐츠 기업조차 비슷한 처지를 겪고 있으니 할 말이 없죠. 이쯤이면 다 빠진 게 아니냐는 반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냅의 폭락은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져줬습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스냅이 앞으로 몇 달간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마지막 회사가 아닐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현재의 주가 흐름이 과거의 어느 시점과 닮아있을지, 또 어떻게 다를지는 이 시간이 지나가 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고 과거는 되풀이되는 만큼 분명 지나고 나면 후회되는 그 시점이 또 지나갈 것입니다. 변동성이 비트코인만큼 크다는 현재의 뉴욕증시, 지금은 잠깐 한숨을 돌려 쉬고 조금 더 천천히 가봐야 할 때입니다.

추적자 추기자, 뉴욕특파원의 생생한 뉴욕주식 이야기,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추동훈 뉴욕특파원(chu.newyo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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