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 짧은 글로 '인플루언서들의 인플루언서' 된 이 남자 [더인플루언서]

황순민,김대은 2022. 5. 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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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만 폴로어 트위터리안
'에스티마' 임정욱 대표 인터뷰

[황순민 기자의 더인플루언서] 국내 스타트업 씬(Scene)에서 '핵인싸(마당발)'로 통하는 이가 있다. 그가 공유하는 뉴스와 140자 이내의 짧은 글엔 임팩트가 담긴다. 그가 올리는 짧은 게시글은 테크업계에서 종종 화제를 불러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이 그를 '인플루언서들의 인플루언서'로 칭하는 이유다. 핀테크, 승차 공유 서비스 등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급한 이후 더 넓게 퍼져나간 트렌드도 상당하다. '에스티마'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임정욱 대표 얘기다.

임 대표는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조선일보 사회부, 경제부, IT담당 기자를 거쳐 경영기획실 IT팀장을 지냈다. 조선일보 일본어판을 만드는 조선일보JNS를 설립해 대표를 역임했다. UC버클리에서 MBA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후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자리를 옮겨 서비스혁신본부장, 대외협력본부장, 글로벌 센터장 등을 거쳤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국 라이코스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그는 인터넷 공간에서 '에스티마'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트위터 폴로어 수는 36만명에 육박한다. 특히 젊은 창업가들을 소개하고 업계 사람들과 이어주는 연결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SNS를 일종의 정보 창고로 활용하기 위해 시작했다. 잊기 쉬운 유용한 정보를 메모 삼아 트위터에 올렸는데,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인생을 바꿀 만큼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습관과도 같은 SNS 활동을 '매일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세상을 관찰하는 행위'라고 말하는 그를 만났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인터넷 공간으로 `에스티마`로 잘 알려진 임정욱 대표. <사진=김대은 기자>

-기자부터 기업가, 투자자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인터넷의 여명기인 1996년에서 1997년 사이 한국 IT업계를 취재한 인연으로 평생을 인터넷과 함께하고 있다. 사회부, 경제부 IT담당 기자 등을 거쳤다. 디지틀조선일보 인터넷기획부장과 외국어뉴스부장도 맡았다. 조선일보 일본어판을 만드는 조선일보JNS 설립에도 참여했다. 이후 2006년 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로부터 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다음에서 서비스 혁신. 포털 프론트 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했다. 2008년엔 금융위기가 터졌다. 라이코스 대표로 가게 되어서 가족 모두 보스턴으로 갔다. 3년 정도 CEO 하면서 회사를 매각하는 일을 했다. 2013년 말쯤에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만드는데 맡을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스타트업을 돕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돌아오게 됐다. 센터장으로 6년 정도 일하면서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고 보람 있는 일을 했다. 이후엔 투자업계로 들어와서 스타트업 투자 업무를 했다.

-기자 하다가 커리어를 바꾼 계기가 있었을까.

▷사실 기자를 열망해서 하진 않았다. 저 자신이 기자에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겁도 나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편집국 생활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때가 되면 빠지려고 했다. 그러다가 신문사 경영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게 됐고 기존 기자와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특히 그때가 인터넷 전환기여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자 이름에 이메일 주소 붙이는 것부터 이메일 뉴스레터 등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 자연스럽게 인터넷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회가 생겨 옮기게 됐다.

-인플루언서가 될 줄 알았나.

▷옛날에 기자 경력이 있지만 좋은 뉴스를 만들었다고 생각은 못 했다. 다음에 다니면서 처음으로 라이코스 출장을 가게 됐다. 트위터라는 매체를 그때 미국에서 처음 써봤다. 엄청난 가능성을 봤다. 이런 걸 일찍 열심히 써봐야 알겠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라이코스 대표로 처음 미국에 가서는 현지에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하고 얘기하는 소통수단이 트위터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한국에 없는 아이폰을 써본다든지 IT와 관련해 흥미로운 얘기가 있으면 메모하듯이 트위터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도 못한 변화가 생겨났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점점 많이 폴로하기 시작하더니, 조금 알려지게 된 것 같다. 한국서 같이 일하던 후배가 "IT 업계에서 유명해졌다"는 말을 해줘서 알았다. 아무래도 초반부터 트위터를 열심히 하다 보니 폴로 추천에도 떴던 것 같다. 35만~40만명까지 폴로어가 늘었다.

-'정보 과다' 시대다. 좋은 정보를 선별해서 공유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가볍게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 항상 호기심을 갖는 것도 좋다. 저 역시 갑자기 궁금한 게 생길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열심히 검색하고, 해외 기사도 읽어보고 비교적 자세히 메모해 두거나 한다. 그런 것들을 공유했을 때 기자들에게 기사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다만 (공유하는 행위 자체에)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게시글이라는 게 어떤 것은 굉장히 큰 반향이 있고 어떤 것은 반향이 없기도 하다.

-웹3가 뜨고 있다. 탈중앙화된 SNS가 나온다면 써볼 생각이 있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탈중앙화 SNS가) 완전히 안 된다고는 볼 순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때가 되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팀 같은 시도도 있긴 했다. 닷컴버블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지켜보니 그때는 안 될지언정 언젠가는 기술과 이런 것들이 받쳐주니까 결국 되긴 하더라. 안 된다고 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다만 1~2년 사이는 아니고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탈중앙화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고, 꼭 좋은 게 아닐 수도 있긴 하다.

-요즘 주목하는 분야가 있을까.

▷꼭 어느 한 분야 파야겠다는 주의는 아니다. TBT에서는 주로 디지털기술 혁신, 플랫폼 만드는 곳에 투자했다. 시장의 문제를 디지털로 풀어내는 회사들이 항상 흥미가 간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 버블 우려도 나온다.

▷버블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다만 거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한 거품을 타고 혁신기업들이 나온다. 물론 다 잘되긴 어렵지만. 테슬라도 거품 없었으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거다. 그런 거품이 있어야 기업이 유니콘도 나오고 한다. 거품이어서 망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정도 사이즈면 쉽게 망하지 않기도 한다. 한국 스타트업 업계는 이런 분위기로 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추세를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간 감이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도 잘 하고 있다. 사실 내가 일할 때는 IT업계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요즘엔 선택지가 많아서 좋다. 인재들이 골라서 갈 수 있다.

임정욱 대표의 트위터 계정. 그에게 SNS는 기록이다. 작성한 트윗만 7만 8000여개에 달한다. <트위터 캡쳐>
-트위터뿐 아니라 여러 SNS 계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각각 활용 방법은.

▷트위터는 140자가 한계다. 트위터로 다 공유하기 어렵고, 길게 설명이 필요한 것은 블로그에 쓴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나 업계 사람들로부터 정보와 영감을 얻고 있고, 나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요 뉴스 같은 것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한다. 트위터에 일단 쓰고, 그걸 좀 더 다듬어서 페이스북에 올린다. SNS는 이제 습관이 됐다. 매일 주요 뉴스라든지 관심사항 등을 자연스럽게 나누니, 많은 분들이 정보를 얻게 됐고 저의 네트워크도 굉장히 확장시킬 수 있었다.

-뉴스는 주로 무엇으로 보나.

▷아이패드를 활용한다. 신문 포맷으로 보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경제와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 한국경제 지면을 PDF파일 형식으로 챙겨본다. 온라인 기사는 제목만 보면 내용을 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 신문은 부제목이 있어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 예전에 미국에 있을 땐 오전에는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를 보고 저녁에 한국 신문을 보는 루틴이 있었다. 저녁에 집에 와서 밥 먹고 운동하면서 뉴스를 보고, 하루 종일 콘텐츠(뉴스)를 소비하는 습관을 키웠다. 또 네이버에 '신문보기' 기능을 이용해서 봐둔 뉴스를 체크해서 SNS에 공유한다.

-뉴스레터도 구독하고 있나.

▷몇 개 구독하고 있긴 하다. 대표적인 게 '미라클레터'다. 사실 뉴스레터는 요새 너무 많아서 조금 부담스럽긴 하다. 읽을 텍스트가 너무 많은 정보 홍수 시대다. 기본적으로 내가 소화해서 이해해서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기사를 읽고 내용은 메모해두는 편이다. 요즘엔 유튜브도 자주 보는 편이다. 주로 운동할 때. 주로 보는 채널은 뉴스. 스타트업 관련 채널이다.

-하루 루틴은.

▷보통 새벽에 일어난다. 일어나는 시간은 보통 오전 6~7시쯤. 눈 뜨면 아이패드로 신문부터 본다. 빠르게 스크리닝을 한 다음에 단 한 개라도 공유를 하는 편이다. 보다 보면 1~2개 정도는 늘 흥미로운 뉴스가 있다. 거의 모든 점심은 누군가와 대면해서 만나는 편이다. 일과 중 틈틈이 슬랙 등을 이용해 스타트업 투자 뉴스 등을 메모하고 트윗하기도 한다.

[황순민 기자 / 김대은 기자]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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