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얼굴 빼닮은 듯한 풍경.. 사랑의 감정, 캔버스로 기억하다 [김한들의 그림 아로새기기]
김은정 작가의 '녹지 않는 사람'
희미한 기억을 흐린 얼굴로 묘사
현실 참조한 가상의 풍경 표현해
직접적·감각적인 색 활용도 눈길
인간 감정의 환영 그려낸 김규원
'건물'서 누워서 잠든 모습 형상화
'초록 천막'선 사람 눈·코·입 투영
초현실적 장면 속 '온기' 전해져
#김은정, 녹지 않는 사람
김은정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판화와 시각디자인 복수전공으로 졸업했다. 이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학고재, 에이라운지, 가변크기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의외의 조합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신진 작가이지만 2021년 개인전 ‘가장 희미한 해’는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아트 바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이 ‘이번 주 놓치지 말아야 할 5개의 전시’로 소개해 화제가 됐다. 2016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인 ‘찬다 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 여자의 얼굴이 있다. 단발머리에 핑크색 셔츠를 입은 여자. 회상하듯 시선을 잃은 얼굴은 입을 꼭 다문 채 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얼굴에 닿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깊은 생각에 빠진 얼굴은 파란색이다. 얼음 같은 얼굴은 녹을 법도 하지만 녹지 않고 그대로다. 오히려 녹고 있는 듯한 것은 그를 보는 상대다. 노란빛의 얼굴은 같은 색의 배경 속으로 사라진다. 가장 강렬했던 사람이 흐려지고 결국 남는 것은 녹지 않는 사람이다.
이 그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김은정의 남다른 색 활용이다. 직접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작가의 색 사용은 보는 이를 상상하게 한다. 그가 공통 경험 속 개별 사건에 집중하고 모아 만들어낸 비현실적 장면과 마찬가지다. 파란색 얼굴은 실재할 수 없는 모습이기에 현실이 아닌 곳으로 보는 이를 옮긴다. 그렇게 보는 이가 발붙인 곳은 ‘일종의 꿈 또는 유령’이다. 바로 문득 떠올라 당신을 반응하게 만드는 잔상이다.
#김규원, 흘러내리는 기억
김규원은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과를 졸업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석사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 과정 재학 중이다. 갤러리 한옥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은평 문화예술회관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8년에는 한국영상학회 영상 공모전에서 입상한 바 있다.
‘건물’(2020)은 ‘가만한 나날’ 연작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는 화면 가운데 텅 빈 건물이 놓여 있다. 철거를 앞둔 건물 외벽을 비계가 둘러싸고 있다. 먼지를 막기 위해 비계에 쳐 두었던 천막이 태풍을 앞두고 머리 땋듯 묶였다. 걷어 둔 천막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침대 밑으로 축 처진 이불 같다. 그렇게 천막은 방으로 들어오고 산처럼 보이는 건물 뒷배경으로 이어진다. 이불을 덮고 잠든 사랑하는 사람이 옆으로 누운 모습으로 드러난다.
‘건물’에 사랑하는 사람의 몸이 있다면 ‘초록천막’(2020)에서는 얼굴이 보인다. 거대한 유리창을 가진 건물 앞에 오래된 낡은 건물. 그 건물 위 녹슨 안테나와 거기에 연결된 전선이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옥상에는 천이 바람에 나부낀다. 아래위로 들썩이는 초록 천막은 파도가 물결치듯 고저(高低)를 만들어 낸다. 그 고저가 형성하는 것은 이마, 눈, 코, 입술 순으로 자리 잡은 얼굴이다. 그리운 사람의 얼굴은 펄럭이는 천막이 돼 아득하게 보일 듯 말 듯 화면 가운데서 나타난다.
두 작품 모두 건물과 인간 신체 일부가 연결된 초현실적인 장면을 보이는 것이 매력이다. 다만, ‘초현실’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떠올리는 달리(Salvador Dali) 등의 그림 속 기묘한 장면과는 다른 분위기가 김규원의 그림에 있다. 온기가 전해지는 그의 화면 안에는 엄마 또는 사랑하는 사람 품에 안겨 꿨던 안온한 꿈의 공기가 전해진다. 캔버스를 이어 붙이거나 시점을 연결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그림 안 공간이 연결되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그림을 마주했을 때 관객은 환영적 공간에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경험한다. 전반적으로 흰색을 섞은 색채 사용 역시 환영이 현실 공간에 묻듯 그리기 위해서다.
김한들 미술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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