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자 지적에 바뀐 尹정부? 외신이 본 한국 대통령
능력만 고집하던 尹..인사원칙 급히 바꾼 듯
박순애·김승희 임명 땐 내각 여성 비율 28%
일각선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도 철회 가능성
외신은 尹 향해 '반여성주의자', '포퓰리스트'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첫 외교 무대 데뷔전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은 그동안 외신이 윤 대통령의 행보를 ‘반여성주의’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각종 차별에 민감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미국에서 가장 가까운 우방 중 하나인 한국의 새 정부가 성차별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직격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의 언론에서 이런 지적이 나왔을 때와는 다르게 즉각 변화된 모습을 보이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美 기자 직격에…反여성주의 정책 선회
며칠 뒤인 24일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을 용산 집무실에서 접견한 뒤 만찬하는 자리에서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김상희 국회 부의장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젠더 갈등”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말했다.
26일 윤 대통령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박순애 서울대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김승희 전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오유경 서울대 교수까지 여성 세 명을 한 번에 발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사 과정에서 “남은 부처 장·차관을 임명할 때 여성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정 없으면 그때 남성으로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다소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일부 있더라도 과감히 여성을 발탁하자는 분위기가 내부에서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고수해온 인사원칙과 전 정부 내각의 인위적 여성 할당제를 비판해온 것과 정면 배치된다. 인수위 단계부터 능력 본위의 인사를 강조하며, 인위적으로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려 했던 문재인 정부와의 단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간 외신이 본 한국 대통령은 ‘반여성주의자’
외신은 그동안 윤 대통령을 ‘반여성주의자’로 규정해왔다.
최근 윤 대통령을 ‘2022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한 미 시사주간 타임지는 “지지를 얻기 위해 안티 페미니스트적 수사(레토릭)를 무기화했다”고 평가하며 이 부분을 붉은색으로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포퓰리스트 지도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WP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발언한 것을 놓고 국민의힘이 사실을 부인하고 나서자, 해당 언론사가 원문을 공개하는 등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WP는 지난 3월 “윤 후보는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지 않는 선거 캠페인으로 비판받아왔다”며 그에게 페미니스트인지 물었다. 그러자 윤 당시 대선후보는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한다”며 “그러한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간 기조와 다른 윤 후보의 답변으로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은 ‘행정상 실수’라고 변명했지만, 해당 기사를 작성한 미셸 예희 리 WP 도쿄·서울지국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답변 원문을 공개하며 “우리는 기사 속에서 전체 답변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강조해 사실관계를 둘러싼 공방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윤 후보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여성 앞에서 거짓과 무책임, 뻔뻔함을 그대로 펼쳐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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