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리포트> 들뜨지 않은 이지은, "저는 아이유입니다."

안진용 기자 2022. 5. 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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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안진용 기자

배우 겸 가수 이지은이 첫번째 칸나들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공식 상영을 마쳤다. 국내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선 그는 기품있는 모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더할 나위 없는 칸의 첫 걸음이었다.

이지은은 27일 더 마제스틱 호텔 내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생애 첫 레드카펫은 매우 얼떨떨하고 신기했다.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면서 “긴장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린 것 같다. 사람도 너무 많은데,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더라. 송강호 선배님의 코멘트 아래 이리저리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포즈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지은은 ‘브로커’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리려는 미혼모 소영 역을 맡았다. 결혼하지 않은 20대 배우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면서 “이런 생각을 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브로커’ 출연 제안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 보다는, 출산이라는 개인적으로 대단한 일을 겪어본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지은이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본 후 감탄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레에다 감독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랐다는 이지은은 “일본에 계실 때 영상 인터뷰로 처음 만났고, 얼마 후 한국에 오셔서 간장게장 집에서 인사드렸다. 제 콘서트 정품 DVD까지 갖고 계시더라”면서 “‘나의 아저씨’라는 작품이 주는 힘이 대단하다고 새삼 느꼈다. 끝난 지 3년이 넘었는데 주변에서 아직도 ‘잘 봤다’는 인사를 받는다. 이렇게 생명력이 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덕분에 ‘브로커’라는 작품에도 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나의 아저씨’의 지안과 ‘브로커’의 소영은 공통분모가 많은 인물이다. 거친 세상 속에 홀로 버림 받았다는 느낌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자신을 보듬어주는 진짜 어른과 인정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변화를 겪게 된다.

이지은은 “두 인물 모두 험난한 과거를 가졌다. 특유의 염세적인 부분도 있고. 세상에 호의적이지 않다”면서 “차이점을 찾자면 지안은 세상을 무시하는 굳이 표현하지 않고 감내하는 아이다. 하지만 소영은 참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질러버린다. 마음에 안 들면 발로 차고 욕하고 눈물 나면 운다. 고레에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소영은 ‘나의 아저씨’의 지안과는 다른 지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브로커’에서 이지은이 욕을 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놀랍게도, 이 욕이 담긴 대본에는 이지은이 직접 참여했다. 일본 감독인 고레에다 감독과의 언어 및 정서적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한층 실감나는 욕설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이지은의 용기있는 도전이었다.

그는 “원래 대본에 있던 욕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욕 문화도 다르지 않나. ‘이 부분을 제가 자유롭게 생각해봐도 되겠냐’고 여쭤봤고, ‘얼마든지 편하게 하라’고 하셔서 제가 직접 써서 드렸더니 A4 용지로 인쇄해 다른 배우들과 공유했다”면서 “이렇게 센 욕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다. 긴장을 많이 했다. NG나면 더 쪼그라들 것 같아서 진짜 많이 준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브로커’의 소영의 외적 변화 역시 관전 포인트다. 처음에는 짙은 스모키 화장을 고수하던 소영은 세차장에서 흠뻑 젖어 화장이 씻겨 내려간 후 해사한 또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영도 여느 비슷한 연령대 여성과 다르지 않은 인물이었던 셈이다. 세상이 그를 독하게 만들었을 뿐.

이지은은 “소영의 부스스한 머리킬과 색이 빠진 염색 역시 아들 우성을 임신하기 전에 했던 것이다. 눈은 스모키 화장에 거친 피부결로 소영의 마음을 대변했다”면서 “사실 이 화장은 소영이 예쁘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얼굴을 감추기 위한 위장의 개념이었다. 자신을 세상에 덜 드러내고 싶었던 거다”라고 말했다.

이지은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진 배우다. ‘나의 아저씨’에 이어 ‘브로커’에서 보여준 어두운 캐릭터가 있는 반면,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는 화사하고 외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정작 그는 전자에 더 마음이 간다고 한다. 이지은은 “‘호텔 델루나’처럼 판타지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제가 더 손이 가고 마음에 들어오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땅에 발붙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가 현실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런 이야기가 더 재미있더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지은. 아이유라는 활동명으로 더 유명하다. 가수로는 아이유, 배우로는 이지은이라는 표기가 자주 쓰인다. 정작 이는 언론이 선호하는 수사일 뿐, 이지은은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제가 가수로 먼저 데뷔했고 활동량이 더 많기 때문에 ‘연기자’라는 타이틀에 어색해 하는 분들이 있다. 저는 연기할 때 ‘아이유’라고 써도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연기하나 노래하나, 아이유가 표현하는 건 똑같다. 의외로 업계 분들 중 제가 연기할 때는 아이유로 표기하기보다 한국 이름을 더 원하는 분도 있기 때문에 맡기는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도 이지은이라는 표기가 낯설어서 인터뷰할 때 이렇게 말하곤 해요. 저는 아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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