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리포트> 여유의 멋이 돋보인 송강호의 품격.."약간 오버한 거죠, 하하."

안진용 기자 2022. 5. 28. 16: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J ENM 제공

칸(프랑스)=안진용 기자

“약간 오버한 거죠, 하하.”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참석 중인 배우 송강호는 자신의 여유에 대한 칭찬에 이같이 너스레를 떨었다. 어느덧 7번째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송강호,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도 ‘국가대표’ 배우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포츠 경기에는 홈 앤드 어웨이가 있다. 통상 홈 경기 성적이 더 좋다. ‘내 구역’이라는 자신감에, 지지 세력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송강호에게 더 이상 칸을 어웨이가 아니다. 또 다른 ‘칸의 남자’라 해도 무방하다. 칸영화제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더 없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후배들을 일일이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는 품격이 느껴졌다.

27일(현지시간) 더 마제스틱 호텔 내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브로커’ 출연진과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사실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다. 바투게 와서 일정을 좇다 보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지난해에는 15일 정도 심사위원으로 와서 여유가 있었다. 올해는 후배들과 함께 왔기 때문에 후배들의 긴장을 좀 풀어주고 싶어서 제가 약간 오버한 것”이라고 빙긋이 웃었다.

그가 주연을 맡은 ‘브로커’는 26일 공식 상영 직후 12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역대 최장 수준이다. 황금종려상이 빛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그 곁을 지킨 배우들을 위한 헌사다. 이에 송강호는 “아무래도 일본 감독님이 한국어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더 크게 칭찬을 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 뜨거운 박수를 받길 원했고, 뿌듯하게 생각했다. 현장에서 영화를 본 분들처럼 관객들도 그런 감동을 받길 원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미 박찬욱, 봉준호 등 거장 등과 손발을 맞춰 본 송강호. 또 다른 거장 고레에다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고레에다 감독의 아날로그적 접근 방식에 “처음에는 당황했다”는 송강호는 이미 감독의 성향을 파악 후 보폭을 맞추며 많은 의견을 개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는 항상 가장 먼저 현장에 나와 있었고 편집본을 모두 확인할 정도로 부지런했다. 그래서 그와 의논하는 순간이 즐거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송강호는 “그런 의견 개진이 결례가 되지 않는 지 수차례 물어봤다. ‘무슨 소리냐?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하시기에 (활짝 웃으며) ‘아, 그걸 원해요?’라면서 ‘그럼 전 다른 컷을 원해요’라고 서로 즐겁게 소통했다, 하하. 물론 최종 결정권은 감독님에게 있고, 이는 당연한 거다. 고레에다 감독은 현장의 소음까지 그대로 살릴 정도로 일상을 담길 원한다. 영화적 트릭을 원치 않는 스타일”이라면서 “여백을 중시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 여백을 함께 채워가는 재미가 있었다. 이런 소통 과정에서 언어의 차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브로커’에서 송강호는 단단히 중심을 잡는다. 아이를 거래하는 브로커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다. 입양될 수 없는 조건의 아이가 보육원에서 고아로 자라는 것보다는 잘 키워줄 집으로 입양보내는 것이 더 좋다는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송강호가 연기하는 상현은 따뜻하다. 극 중 아이를 버릴 정도로 모질었던 소영(이지은 분)은 묵묵히 그의 떨어진 단추를 달아주는 상현의 모습에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며 조금씩 모성애를 발현하기 시작한다.

송강호는 “상현의 전사(前史)가 예측은 되지만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현행범으로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상현 일행을 좇는 형사들이 후반부에 가서 ‘저들이 아기를 팔길 기다리는 우리가 브로커 아닐까?’라고 말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인 것 같다”면서 “상현, 소영, 동수(강동원 분)의 동행을 통해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과 삶에 대한 고귀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편안한 자세로 술술 대답하는 송강호에게 다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왜 박찬욱, 봉준호,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같은 거장들이 연이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낼까? 그리고 송강호의 마음 속 ‘원 픽’은 누구일까?

송강호는 우문현답으로 맞섰다. “너무 감사한 일이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 거장들과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지 않나요? 겸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느낍니다”면서 “거장들에게는 다 공통점이 있죠. 배우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시고, 자신의 것을 고집하기 보다는 배우들의 상상력이나 창조력을 존중해줍니다. 그래서 최고가 된 것 같아요.”

송강호는 짊어진 짐이 많은 배우다. 칸영화제를 개척한 한국 배우이자, 국가대표급 배우에 걸맞게 더 정진하는 동시에 후배들이 걸어올 길을 닦고 열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런 짐이 무겁진 않을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운을 뗀 그는 “현장에서든 영화제 와서든 후배들에게 든든한 선배가 되길 원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사실이다. 후배들이 처음 왔다고 제가 감히 ‘가르쳐주마’ 하는 것이 아니라, 든든한 선배가 한 분 계시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돕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 나 말고 다른 선배 배우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들 노력하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