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목록' 감독 "코미디 강박 안 됐으면, 자연스럽게 웃기길 바랐다"[EN:인터뷰]

[뉴스엔 박수인 기자]

이언희 감독이 '살인자의 쇼핑목록'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언희 감독은 최근 뉴스엔과 서면으로 진행한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극본 한지완/연출 이언희) 종영 인터뷰를 통해 연출에 중점을 두고자 한 부분,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 등을 밝혔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트 사장, 캐셔, 지구대 순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추리해나가는 슈퍼(마켓) 코믹 수사극.

영화 '탐정: 리턴즈', '미씽: 사라진 여자' 등 탐정, 추리물을 연출했던 이언희 감독은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동네 대면 스릴러'라는 콘셉트를 목표로, 등장 인물들에 좀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낯선 사람을 만나 어느 순간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처럼, 드라마 속 등장 인물들도 드라마가 끝났을 때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쾌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장르물을 연출한 이유로는 "어느 동네에도 있을 것 같은, 동네 마트라는 배경으로 우리 주변에 실제 존재할 것 같은 인물들을 중심에 두고 그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유쾌한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언희 감독은 "코미디에 중점을 두고 연출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코미디가 강박이 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유머로 보여지기를 바랐고, 배우들에게도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웃길 수 있도록 해보자고 했다. 4부에서 안대성(이광수), 한명숙(진희경), 도아희(설현)가 범인을 찾아보려고 옥탑방에 모여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대성이 뻘소리를 하니 명숙이 들고 있던 볼펜을 집어 던졌는데 그게 대성의 콧구멍에 정확히 들어갔다 떨어졌다. 일부러 그렇게 연출했다면 엄청 유치했을 수도 있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서 촬영장에서 엄청 빵 터졌었던 기억이다. 그리고 명숙이 대성에게 뜨거운 호빵을 먹이는데, 대성이 너무 뜨거워서 당황해 하며 호빵을 넘긴다. 그때의 대성 표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 장면들이 코믹스러운 장면으로 보여졌을지는 모르겠는데 자연스럽게 이 드라마의 유쾌함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8부작으로 결정한 이유도 밝혔다. 이 감독은 "8부작으로 결정했을 때에는 이 이야기를 소화하기에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요즘 OTT가 많이 제작되어 시청자들에게도 괜찮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매주 2부씩 방송되는 방식으로는 시청자들에게 8부작 구성은 아직 낯설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매체적인 특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분량 때문에 삭제된 장면으로는 "2부에 삭제된 장면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옥상에 핫핑크 소파가 놓여있다. 원래는 정육(이교엽)이 알바(조아람)에게 시급까지 주고 대성을 위해 가져다준 소파이다. 그 장면에서 알바의 캐릭터가 설명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대사가 알바 오디션에서 쓰인 대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편집 흐름상 삭제되어 버렸다. 정말 많이 추운 날 촬영하기도 했는데.. 배우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그리고 마트에 오는 진상 손님 장면이 있었는데, 소주를 사면서 대성이 돈이 모자르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소주를 다 마시고 빈병으로 돌려주면서 모자른 돈을 채우는 손님이 있었다. 캐릭터 분장도 너무 좋았고, 소주 몇 병 분량의 물을 드시느라 너무 고생하셨는데.. 정말 정말 죄송하다"며 촬영으로 고생했던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민생범죄를 다룬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이 감독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는 수많은 사건들이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 누군가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다. 막상 알고 보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무심하게 지나치기 쉽지만, 그 자연스러운 무관심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한다. 저부터도 실천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약간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작은 관심이 우리 주변의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드라마 속의 안대성처럼 오지랖 넘치게 나서서 직접 해결하려고 설치지 않아도 그런 관심들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사진=tvN 제공)

뉴스엔 박수인 abc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