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이면 이혼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건('결혼과 이혼 사이')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5. 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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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에 아동학대까지, 결혼유지가 아닌 이혼까지 포함한 선택지의 의미

[엔터미디어=정덕현] "오늘 당신의 남편은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한 자리에 있지만 휴대폰에만 시선을 던지고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는 서사랑, 이정환 부부. 이른바 '사이집'에 들어가게 된 부부에게 "오늘 당신의 결혼과 이혼 사이를 선택해주세요"라는 요청에 각자 휴대폰으로 결혼 혹은 이혼을 선택한 부부. 그 결과는 곧바로 스피커를 통해 전해졌다. 두 사람은 모두 이혼을 선택했다.

그러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 장면을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로 보던 김이나는 "예측을 99를 해도 나머지 1을 육성으로 듣는 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사실이었다. 속으로 갖고 있는 생각을 직접 확인한 순간. 서사랑은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물을 틀어놓고 울기 시작했다. 이정환은 아내가 울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거실에 앉아 오래도록 휴대폰만 쳐다봤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 2화는 이 프로그램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 것인가를 보여줬다. 이미 갈등이 커져 어디서부터 손써야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균열이 간 부부들은 각각 '사이집'이라는 결혼과 이혼 사이를 고민하는 공간으로 들어와 주어진 그 날의 미션(?)을 치른 후 매일 결혼과 이혼 사이를 선택하게 하고 그걸 공개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사이집으로 들어온 부부들에게 첫 번째 주어진 미션은 변호사를 각자 찾아가는 것이었다. 이혼을 가정하고 만일 하려 한다면 해야 하고 고려해야 하는 것들을 위해 변호사와 상담을 나누는 것. 그 과정에서 부부들은 갈등으로 인해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이혼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를테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아이 양육권 같은 것들을 생각하게 됐고, 만일 이혼하게 된다면 혼자 살아가야할 생계나 집 문제 같은 것도 고민하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각자 고민했던 사안들은 변호사들이 상대측에게 보내 온 '조정신청' 서류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즉 변호사들이 상담했던 분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상대 배우자측에 보낸 서류에는 그간 그들이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들이 담겼다. 당연히 자기 입장에서 얘기한 내용들이 상대방에 공개되면서 말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거의 대부분의 수입을 아내가 벌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는 김지혜와 그의 남편 최성욱은 가사일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 김지혜는 5대5로 일을 분담한다고 생각했고, 최성욱은 거의 자신이 다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의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는 이유빈은 그게 주는 모멸감 때문에 실제 이혼을 가정하고 살 집을 찾아보러 다닐 정도였는데, 남편 정주원은 자신의 욕이 욕먹을 만한 짓을 하는 아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티아라 전 멤버였던 한아름 역시 경제생활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남편측의 서류를 보며 자신이 안한 게 아니라 남편이 못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이날의 변호사 상담과 그를 통해 받게 되는 조정신청 서류는 사실상 이들 부부들이 가진 동상이몽을 현실적으로 꺼내놓으려는 의도였다. 그로 인해 말다툼이 일어나고 갈등이 생겼지만 그런 갈등은 소통을 위한 과정으로서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걸 꺼내놓고 이야기를 한 후 다시 한 번 결혼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이혼을 생각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속내를 선택으로 듣는 과정에서 묘한 감정이 생겨나기도 했다. 즉 한아름-김영걸 부부는 티격태격했고 그래서 남편은 결혼을 아내는 이혼을 선택했지만 조금은 서로를 알게 된 눈치였고, 김지혜-최성욱 부부는 또다시 말다툼이 이어지고 아내가 눈물까지 보였지만 둘다 결혼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어딘가 새로운 감정이 생겨나는 눈치였다.

물론 여기 출연하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 굳이 왜 여전히 같이 살고 있는지가 의문인 심각한 상황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화가 나면 욕설과 폭언을 하는 정주원과 그래서 심지어 양육권 포기까지 생각하며 이혼을 고민하는 이유빈 부부였다. 심지어 이혼하면 "너희 부모님까지 잘 살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협박 같은 폭언까지 하는 정주원이 이상한 논리로 자신의 욕설을 정당화하려 하자 김이나는 "생활비에 욕설감당비가 포함되어 있는 거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그 날 이혼을 선택한 아내는 남편이 결혼을 선택했다는 사실 때문에 알 수 없는 감정에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마찬가지로 시댁과의 불화로 시작해 남편이 분노조절장애까지 갖게 된 이정환과 그의 아내 서사랑 부부는 그런 다툼과 심지어 폭언, 폭력으로 이어지는 일들이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변호사는 지적할 정도였다. 결국 그날 밤 선택에서 이들은 둘 다 이혼을 선택함으로써 둘 사이에 벌어져 있는 틈이 크다는 걸 확인했고, 결국 아내는 화장실에서 홀로 눈물을 흘렸다. 그저 하루하루를 묻어두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만 하다 보니 더 깊어진 갈등의 골일 수 있었다. 그러니 그 사실을 꺼내놓는 일은 결혼이든 이혼이든 이 두 사람 나아가 아이에게도 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결혼과 이혼 사이>는 지금껏 부부 갈등을 담은 그 어떤 관찰카메라보다 수위가 높다. 티빙이라는 OTT 플랫폼이어서 가능한 수위이고 그래서 보기 불편한 폭력과 폭언까지 등장했지만, 의외로 이들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쿨하게 문제에 접근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사실을 직시하고 상담을 통해 어떤 소통의 문제들을 찾아내고 현실적으로 이혼까지 포함한 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 이 과정을 통해 이들은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까. 그 선택이 결혼인지 이혼인지는 사실 본질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당사자들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찾아가는 일일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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