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고민되네"..고정금리·만기 연장 고려해볼까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본격적인 '금리급등기'를 맞아 금융권이 대출 부담 낮추기에 나섰다. 당장 7월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3단계가 시행되고, 금리상승 추세가 지속돼 대출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정금리 기간을 늘리거나 대출 만기 자체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10년간 고정금리인 'IBK장기고정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지난 24일부터 5000억원 한도로 판매를 시작했다. 대출기간은 최장 40년으로 고정금리 기간을 5년, 10년 중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대출금리는 거래실적에 따라 최고 0.90%포인트 감면금리를 적용하면 연 4.25~5.15% 수준이다. 전년 말 잔액의 10% 범위 내 상환할 경우 중도 상환수수료도 면제한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10년 고정금리 대출 상품은 출시 3영업일째인 27일 기준 18건이 신청돼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2018년에도 기업은행은 고정금리 기간 10년, 대출기간 35년의 'IBK장기고정주택담보대출' 5000억원 한도로 특별 판매했었는데, 당시엔 3영업일간 60건이 판매된 바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활발했던 2018년 당시 판매의 30% 수준으로, 주택매매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현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교적 판매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고정금리 운용 기간 연장 뿐 아니라 대출 만기 자체를 대거 늘린 상품들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어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도 줄줄이 주담대 대출기간을 40년으로 확대했다.
10년 만기 신용대출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29일 10년 만기 신용대출을 출시해 첫 스타트를 끊은데 이어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하나은행도 합류했다. 기존에도 신용대출 연체자의 연착륙을 위한 대출은 만기가 10년인 경우가 있었지만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에 만기 10년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권을 넘어 보험업권에서도 40년 만기 상품이 등장했다. 삼성생명이 지난 10일 4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시작했고 삼성화재, 한화생명, KB손해보험 등도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40년 만기를 넘어 50년 만기의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 도입도 준비 중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40년 초과 만기 보금자리론 도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처럼 당국과 금융권이 앞다퉈 초장기 만기를 도입하는 이유는 가계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차주의 대출 한도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일부 완화하는 대신, 기존의 DSR 정책을 유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들에 적용되는 차주별 DSR 규제가 7월부턴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로 전면 확대된다.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는 대출자들은 더 이상 연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데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는 연간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대출을 갚는데 쓸 수 없다.
때문에 DSR 규제 완화 없이 LTV만 완화될 경우 일부 고소득자들을 제외하고, 특히 저소득 대출자들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당국은 만기를 늘려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폭을 완화하겠단 복안이다.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인 DSR이 낮아져 그만큼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난다.
다만 만기가 길어질수록 이자부담이 급증한다는 점 등은 유의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이자가 원금을 넘어설 수도 있다.
실제 5000만원 한도 마이너스 통장(금리 5.22%)을 보유한 연봉 6147만원 직장인이 규제지역에서 9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금리 4.17%·만기 30년 조건으로 대출을 받으려면 DSR 40% 규제에 따라 2억4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만기가 40년으로 늘어나면 대출 한도가 2억3200만원으로 3000만원 가까이 늘어난다. 반면 총 이자금액은 1억5385만원에서 2억1565만원으로 약 6180만원이 증가한다.
금리인상기라는 점도 변수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데 이어, 연말까지 최소 2~3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출금리는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내야 하는 이자 총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만기 연장 효과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 주담대는 만기 시까지 고정금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리인상기에는 이자 총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한번 대출을 받으면 가산금리가 만기까지 고정되고 지표금리 변동과 거래실적 우대금리 변동만 반영되기 때문에 만약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하한다면 적용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가능하면 대출은 짧게 받고 금리변동주기 체크를 하고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면 대환시 금리 이득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월 납입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상환기간이 길어질수록 총 상환금에서 차지하는 총 이자상환액의 규모는 커진다"며 "이러한 정보를 명확히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해 초장기 모기지 상품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분쟁 가능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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