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1000조 투자' 내놓은 대기업들, 약속 지킬까
6.1 지방선거(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농협을 제외한 상위 10대 그룹이 향후 5년 간 1055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투자와 32만명에 이르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세간의 관심사는 과연 이들 기업들이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에 쏠려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일제히 투자계획을 내놓는 현 상황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부 후보자들은 기업의 의사와 관계없이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투자할 기회가 있을 때 하는 것이고, 이를 적재적소에 집행하는 것이 바로 경영"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기업이 이처럼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투자를 하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방한해서 투자를 요구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450조원, SK는 247조원,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은 국내에서만 각각 63조원, 106조원을 향후 5년 간 투자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포스코가 국내 33조원을 포함해 53조원을, GS가 21조원을, 한화가 국내 20조원을 포함해 37조6000억원을, 현대중공업그룹이 21조원을, 신세계그룹이 20조원을 각각 투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들은 또 33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삼성이 8만명, SK그룹과 LG그룹이 각각 5만명씩 뽑겠다고 했다.
현대차와 롯데그룹은 구체적인 예상 채용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향후 3년간 3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그룹도 1년에 1만명 가량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만큼 이들 그룹들도 같은 기간 5만명 안팎의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같은 기간 2만5000명, 한화그룹은 2만명 이상, GS그룹은 2만2000여명, 현대중공업그룹은 1만명을 각각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10대 그룹의 발표를 취합하면 투자규모는 5년 간 1060조원에 이르고 일자리는 33만명 이상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이 약속을 어떻게 지키는 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투자가 진행 중인 사업도 이번 계획에 상당수 포함됐고, 향후 계획도 대외적 변수가 많아 예정대로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재계 관계자는 "투자라는 것이 무 자르듯 딱 가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반도체와 에너지 등 대형 장치산업의 경우 여러 투자가 동시다발로 수시로 진행되기 때문에 회사와 업종의 특성 상 투자내역 집계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투자 시점은 대내외 경영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만큼, 너무 투자 압박을 가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투자 내역을 공개하고 있어, 진정성 있는 약속이었는지를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은 2018년부터 3년 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이상 직접 고용을 약속했는데, 이후 2020년 자사 뉴스룸에서 투자 내용을 공개한 적이 있다.
삼성은 당시 2018년과 2019년에 110조원을 투자했으며, "올해(2020년) 투자규모를 더 확대해 3개년 목표치(약 180조원)에 차질 없이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규 채용도 작년까지 3개년 목표치(약 4만명)의 80% 이상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목숨 걸고 하는 것이다. 숫자는 모르겠고 앞만 보고 가겠다"며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우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70조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이번 투자계획은 연간으로 따졌을 경우 이보다 약 20조원 가량 많은 규모다.
재계에서는 기업들마다 재무적인 기준이 다르고 이미 투자를 진행 중인 내역도 담겨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확인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투자를 늘리는 내용은 실적공시 등 재무제표로 확인할 수 있고, 특히 채용은 직원 수를 매 분기 공시하고 있는 만큼 내년 공개될 연간 실적을 취합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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