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1천500년 만에 무덤에서 난 바둑으로 대결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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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에 거주했던 신라 왕족과 귀족의 공동묘지, '쪽샘 유적'의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경주 쪽샘 44호분 바둑돌로 바둑을 두는 '천년수담(千年手談)-신라 바둑 대국'이 4월 28일, 바둑TV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유튜브 채널에서 동시 중계됐습니다.
대국 해설, 한·중·일 바둑 역사 이야기, 쪽샘 44호분 발굴조사 및 바둑대국에 관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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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년을 이어 온 손의 대화, 바둑대국 '천년수담(千年手談)' 부활하다
경주 월성에 거주했던 신라 왕족과 귀족의 공동묘지, '쪽샘 유적'의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경주의 천년 달빛 월성④, 서울에서 신라를 만나다'를 참조해 주세요)
2014년부터 9년째 조사·연구 중인 '경주 쪽샘지구 44호분' 일찍이 마을로 변모됐다가 최근 들어 발굴 작업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지난달, 무덤에서 출토된 바둑돌로 바둑 대결이 펼쳐졌다고 하면 믿어지시나요?
오늘날 현존하는 놀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바둑'. 인간과 AI의 대결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크게 끈 바 있는데요.
수담(手談): 서로 상대하여 말이 없이도 의사가 통한다는 뜻으로, 바둑 또는 바둑 두는 일을 이르는 말
경주 쪽샘 44호분 바둑돌로 바둑을 두는 '천년수담(千年手談)-신라 바둑 대국'이 4월 28일, 바둑TV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유튜브 채널에서 동시 중계됐습니다.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바둑돌 모양의 자갈돌을, 흑돌과 백돌 각 200점씩 나누어 발굴조사 현장에서 바둑 대국을 펼쳤죠.
출토 자갈돌이 훼손, 분실되지 않도록 철저히 사전에 안전진단을 거치고, 대국도 보존처리 전문가의 입회하에 진행됐습니다.
대국 해설, 한·중·일 바둑 역사 이야기, 쪽샘 44호분 발굴조사 및 바둑대국에 관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죠.
그런데 쪽샘 44호분에서 난 바둑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쪽샘지구 가운데 약 1천500년 전 만들어진 쪽샘 44호분. 지름 30m에 이르는 대형봉분을 갖춘 돌무지덧널무덤에서 지난 2020년 11월, 금동관, 금귀걸이, 금과 유리구슬로 꿴 가슴걸이 등 화려한 장신구가 출토됐습니다. 무덤의 주인공은 1천500여 년 전, 키 150cm 내외의 신라 왕족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데요.
무덤 주인공의 발치에서 860여 점의 균일한 크기를 지닌 바둑돌 모양 자갈돌이 출토됐답니다.
쪽샘 44호분 자갈돌은 1~2cm의 둥글고 납작한 형태를 보이고, 어두운 색과 밝은색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갈돌은 쪽샘 44호분 이외에도 황남대총 남분, 천마총, 용강동 6호분 등 5~6세기 신라 고분에서 출토됐는데요.
흑백을 구분하기 어려운 색깔도 있고, 바둑 대결에 필요한 바둑돌 361개에 비해 돌 개수가 부족해 바둑돌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신라 시대에 바둑은 누가 즐겼을까?
신라 시대의 바둑돌은 모두 신라 최고 지배층의 무덤에서 출토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덤 주인공이 여성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바둑 관련 유물이 출토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바둑을 즐기던 신라 공주가 일찍 세상을 뜨자 죽음 이후 세계에서도 바둑을 둘 수 있도록 바둑돌을 함께 묻었던 것은 아닐까요?
신라 최고 지배층이 향유한 놀이문화 바둑, 그 실력은?
신라 효성왕과 관련된 기록을 보면 신라 시대에 바둑이 왕과 같은 최고 지배층이 향유한 놀이문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효성왕(孝成王)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현명한 선비인 신충과 궁의 뜰 잣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었는데….'
- '삼국유사' 권5 피은8 신충괘관
또 중국 역사서인 '구당서'와 '신당서'에선 신라에는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 많았고, 중국에서 사신을 보내 신라인과 겨뤘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신라 사람들은 바둑을 잘 두었으므로, 솔부병조참군(率府兵曹參軍) 양계응(楊季膺)을 부사(副使)로 삼았는데, 신라의 바둑 고수는 모두 그 밑에서 나왔다.'
- '신당서' 권220 동이전 신라조
신라 바둑 시연, 천년수담 쪽샘 44호분은 신라의 실질적 국가 기틀이 마련된 시기인 마립간 기(356~514)의 적석목곽묘에 해당하는데요.
44호분에서 출토된 바둑돌을 통해 신라에 바둑문화가 이미 수용됐고 바둑이 왕을 비롯해 최고 지배층 여성도 즐기던 놀이문화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바둑 사와 고고학에서 중요한 자료로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실제로 바둑을 둘 수 있을까,
44호분 출토 바둑돌로 시연하는 바둑대국 '천년수담'이 열렸는데요.
시연 영상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시청하실 수 있답니다.
이 역사적인 대국을 함께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유세진 작가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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