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은 날았고, 킬은 죽였다.. '쇼다운' 진조가 우승한 순간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5. 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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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조는 예술, 갬블러는 묘기, '쇼다운' 최종 우승 가른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제가 운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 운 적이 없고.. 다 마찬가지겠지만 제가 많이 아팠어요. 그래서 팔을 잘 못쓰는 상태에서 첫 번째 무대에 섰던 기억이 나요. 진짜 사이사이에 준비하면서 계속 병원 다니면서 했거든요. 계속 믿고 하니까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쇼다운>의 최종 우승을 차지한 진조크루의 리더 윙은 그렇게 약 6개월 간 이 서바이벌을 했던 소회를 그렇게 정리했다. 애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지만 초반에는 다소 부진했던 진조크루였다. 하지만 특유의 예술적인 구성을 보여주는 루틴들이 비보잉을 넘어서 하나의 작품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진조크루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3라운드 장르 융합 퍼포먼스에서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에 맞춰 선보인 퍼포먼스는 진조크루의 진가가 빛나는 무대였다. '인생의 회전목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진조크루의 무대는 허공을 걷던 하울의 마법 같은 광경을 재현해내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쇼다운>이 아니었으면 어디서도 보지 못했을 우아하고 클래식하지만 다이내믹하고 아름답기까지한 무대. 물론 당시 계단 퍼포먼스를 하다 몰드가 발목으로 다치는 바람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진조크루의 이 무대는 지금껏 대중들이 비보이하면 떠올리는 다소 거친 이미지를 순식간에 바꿔버리며 그 엄청난 기예에 가까운 춤이 예술이라는 걸 인지시켰다.

윙이 우승소감에서 눈물을 보이며 한 말에는 그간 진조크루에서 그가 리더로서 느꼈을 부담감이 묻어났다. 초반의 부진은 팔 부상의 여파가 컸다. 그래서 마치 팽이가 돌 듯이 물구나무를 선 채 팽그르르 도는 윙 특유의 '투싸우전드' 기술 같은 것도 잘 표현되지 못했다. 그건 마치 날개를 다친 새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조금씩 회복된 윙은 이름대로 날개를 단 새처럼 가벼웠고, 파이널 무대에서 그는 훨훨 나는 모습이었다.

물론 파이널 무대에서 만난 갬블러크루도 만만찮았다. 한 때는 '진블러'라는 이름으로 함께 연합미션을 펼쳤던 갬블러크루는 파워무브가 두드러지는 팀으로 알려졌지만 파이널 무대에서는 진조크루 못잖은 루틴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거기에 킬의 에너지 넘치는 동작들이 이어지면서 대결을 박빙으로 만들었다. 킬의 기량은 그간 <쇼다운>에서 레전드로 불리는 플로우엑셀의 홍텐이나 리버스크루 피직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차세대 비보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름처럼 '죽이는' 무대를 선보인 것.

하지만 만만찮은 대결이었고, 비교하기 어려운 실력이었지만 결과는 진조크루의 압승이었다. 6명의 파이널 저지는 다섯 명이 모두 진조크루를 선택했고 300명의 관객들도 투표에서 227:73의 압도적인 차이로 진조크루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쇼다운>이라는 브레이킹 서바이벌이 가진 기획의도와 목표에 가장 걸맞는 팀이 진조크루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배틀에서도 빠지지 않았지만 진조크루는 <쇼다운>의 목표였던 비보이들에게도 강력한 팬덤이 생겨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보이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바꿨고, 엄청난 기술들을 그 차원에 놓지 않고 예술로 끌어올렸다. 윙은 그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보여줬다. 리더로서 카리스마를 잃지 않고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은 그가 대하는 춤에 대한 자세를 대중들이 느낄 수 있게 해줬고, 무엇보다 무대로서 비보잉이 얼마나 예술적이면서도 대중적일 수 있는가를 설득시켰다. 진조크루의 우승에는 이런 노력들이 깔려 있었다. 믿고 하니까 알아봐주시더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는 윙의 소감이 실감나는 이유였다.

윙은 <쇼다운>에서 서로 대결했던 다른 크루들의 비보이들에 대한 예우와 한국 비보이들의 미래에 대한 응원의 부탁도 빼놓지 않았다. "여기 계신 모든 비보이분들도 저희가 배틀로서 여기 서바이벌 무대에 처음부터 섰지만 이렇게 해야지 여러분들도 보시잖아요. 저희가 다 모두 힘을 합쳐서 열심히 이뤄낸 결과. 아직까지는 세계 최고 수준에 있습니다. 근데 아직 몇 년 안 남은 것 같거든요. 계속 저희가 이어가려면 더 좋은 기회가 절실합니다. 여러분들 관심 많이 계속 가져 주시고요. <쇼다운> 계기로 어린 친구들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쇼다운>은 시청률은 다소 저조했지만,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비보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에너지를 보여주던 갬블러크루의 누들이나, 비보잉에도 스타일이 있다는 걸 보여준 리버스크루의 너리원, 소울번즈의 국가대표 비걸 프레시 벨라, 시종일관 서바이벌을 즐겁게 해준 원웨이크루의 페이머스와 쇼리포스, 팽이처럼 돌아가는 파워무브로 시선을 압도했던 이모션 크루의 포켓, 마지막 4강전에서 미친 퍼포먼스를 보여준 루나틱, 설명이 필요 없는 월드클래스 플로우엑셀의 홍텐 등등. <쇼다운>을 통해 세계 최고지만 낯설었던 비보이들이 우리 앞에 그 매력을 드러냈다. <쇼다운>이 만든 관심이 향후에도 계속 이어져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비보이들의 무대를 좀 더 자주 가까이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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