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성 BJ 노린 디도스 공격 이은 성희롱·협박·돈 요구..피해자들 "더는 용서 없어"
지속적인 성희롱, 욕설에 부모 욕하며 협박, 금품요구, 개인정보 악용 등
피해 여성 BJ는 스토킹 당하기도
이 같은 피해를 본 BJ들은 공동으로 경찰 사이버 수사팀에 공식적으로 사건을 의뢰하는 한편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 BJ들은 “수사가 쉽게 끝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성년자의 장난 정도로 생각해 참고 또 참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하지만 도 넘은 행동에 참아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처벌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세계일보와 만난 20대 여성 BJ A씨와 B씨는 최근 10대로 추정되는 남성들로부터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제보했다.
디도스 공격은 특정 인터넷 사이트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접속 통신량’(트래픽)을 한꺼번에 일으켜 서비스 체계를 마비시키고, 접속을 방해하는 인터넷 해킹 범죄다. 디도스는 해킹 프로그램만 있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대상 사이트를 강력하게 공격할 수 있다는 게 그 특성 중 하나다.
A씨는 지난 19일 첫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방송을 진행하던 중 신원불명의 시청자들이 보내온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은 뒤 디도스 공격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B씨 역시 같은 수법으로 약 2개월 전부터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범죄는 이후 더욱 대담해진다는 게 이들 피해자의 전언이다. 이들은 디도스 공격 후 카톡으로 연락하거나 인터넷 방송 시청자인 척 찾아와 성희롱하고 이를 녹화한 영상은 내리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지속해서 디도스 공격을 가하겠다”고 압박했다고도 했다.
해킹범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목소리와 채팅 내용 등이 담긴 영상은 모두가 볼 수 있는 인터넷 방송 채널에 공개됐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스토킹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집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A씨 IP를 알고 있는 상대가 이를 분석해 자택 인근으로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카톡으로 내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어 지인의 메시지조차 읽기 조심스럽다”며 “계속된 피해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나아가 “같은 피해를 본 BJ들이 더 있고 그들과 함께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며 “장난으로 보기에는 정도가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도 “약 2개월 전부터 디도스 공격을 포함한 성희롱과 심한 욕설을 들었고 심지여 부모님 욕을 하기도 했다”며 “이들이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런 해킹 범죄의 대상은 여성 BJ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남성 BJ의 방송을 본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 일도 있다.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한 피해 남성 BJ는 “방송을 보던 여성 시청자들이 해킹범에게 협박과 금품을 요구당하기도 했다”며 “디도스 공격은 나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피해 여성들에게 도움 줄 수도 없어 답답하고 미안하다”며 “신고를 했으니 경찰 수사에 의존하는 수뿐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수법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며 “10대들을 위협해 디도스를 지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들은 익명, 가짜 정보로 접근해 개인정보를 빼돌린 뒤 이를 악의적으로 변형해 재유포한다”며 “익명성에 기대 제멋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들 BJ의 해킹 사건은 현재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날 제출된 관련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디도스 범죄는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된다. 또 인터넷상에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하는 행위는 최대 징역 7년 또는 벌금 7000만원, 디도스 공격 등을 실행해 정보통신망에 장애를 일으키는 행위는 최대 징역 5년 또는 벌금 5000만원의 처벌을 각각 받을 수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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