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칼럼] 우주여행 하기 좋은 날씨는
지난해 10월 1차 발사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오는 6월 15일 다시 하늘을 날아오른다. 만약 2차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실용위성을 궤도에 올릴 능력을 갖춘 ‘7대 우주강국’에 합류하게 된다.
미국은 이미 민간 우주여행시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9월 15일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민간인’만 태운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쏘아 올렸다.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높은 585km 고도에 도달한 우주선은 음속 22배 속도로 매일 지구를 15바퀴씩 돌고 사흘 뒤 무사 귀환했다. 승객들은 여느 여행자처럼 지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피자와 양고기를 먹으며 휴식을 즐겼다. 우주선 안에서 말이다.
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날씨예보를 챙긴다. 꽃놀이를 계획했다면 비나 꽃샘추위가 없는지를 살펴 날씨에 맞는 옷을 고른다. 그렇다면 우주 여행을 갈 때는 어떤 날씨를 확인해야 할까. 우주선 발사와 비행에 영향을 주는 지구 날씨와 우주 날씨에 대해 알아보자.
우주선은 로켓 발사체에 실려 올라간다. 로켓을 발사하려면 기상 조건이 중요하다. 뇌우나 태풍이 있으면 발사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 5월 27일 스페이스X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비행사 2명을 우주로 보내려다가 발사 16분 54초를 남기고 카운트다운을 멈췄다. 토네이도 때문이었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발사 현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스페이스X는 사흘 뒤인 5월 30일 재시도 끝에 민간 기업 최초로 ‘유인’우주선 발사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구 날씨는 로켓을 회수할 때도 중요하다. 스페이스X는 한번 발사하면 무용지물이 되던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로켓 회수를 위해서는 회수 지점의 날씨가 중요하다. 2020년 11월 우주선 ‘리질리언스’를 발사할 때는 회수지점인 대서양의 바람 조건을 고려해 발사 일정을 조정했다. 해상에서 드론 선박을 이용해 로켓을 회수하려면 잔잔한 바다 날씨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날씨는 우주여행에 어떤 영향을 줄까. 우주날씨란 우주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자연 현상이 마치 날씨처럼 설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우주날씨는 태양 폭발과 관련성이 있다. 태양이 폭발하면 고에너지 입자가 파편처럼 튀어나온다. 이 고에너지 코로나 입자들은 초속 수 백km가 넘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폭발 2~3일 만에 지구를 강타한다. 지구 자기장에 일시적 혼란을 일으켜 위성통신이나 전력수송에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태양은 폭발하면서 플레어도 방출한다. 플레어란 서로 반대 방향의 자기력선이 만나 일어나는 폭발로 자외선이나 X선과 같은 강한 에너지의 빛을 방출한다. 플레어 빛은 코로나 입자보다 빠르게 단 8분 19초 만에 지구에 도달해 단파통신을 두절시킬 수 있다. 우주방사선은 우주 여행자에게는 방사선 피폭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날씨도 예보해주면 안전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태양 폭발로 인한 우주기상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기관은 기상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의 우주전파센터·한국천문연구원이 있다. 우주전파센터는 2013년 2월 ‘우주전파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제정해 우주전파재난을 관리 중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위험감시센터는 우주 위험에 대한 체계적 감시와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기상청은 2012년 4월 1일부터 ‘우주기상 예·특보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특보 요소는 기상위성 운영, 극항로 항공기, 전리권 기상 등 3가지다. 태양복사폭풍(X-선 플럭스), 태양입자폭풍(양성자 플럭스), 지자기폭풍(Kp지수), 자기권계면 위치와 같은 우주기상 감시 요소를 바탕으로, 위 세 가지에 대한 영향정보를 매일 오후 4시 국가기상위성센터 누리집(nmsc.kma.go.kr)을 통해 제공한다.
또 매주 화요일 오후 5시에는 지자기폭풍(Kp지수) 예측에 관한 우주기상 중장기예보를 발표한다. 우주기상을 주의·경계·심각 단계로 세분화해 주의보와 경보를 발표한다.
한층 현실화되어 가는 우주여행 시대, 기상청은 우주날씨 예측기술을 발전시켜 우주시대에 적극적으로 대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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