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항암제를 신약과 병용하면 건강보험이 전혀 안 된다?"

권대익 2022. 5. 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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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표준 항암제에 신약을 병용 치료할 때 표준 항암제는 기존대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신약에 한해서만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은 표준 항암제에 신약을 추가하는 병용 요법을 통째로 새로운 치료법으로 간주해 환자가 약값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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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암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항암 신약이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입증되면 행정기관 승인을 받아 환자가 사용하게 된다. 외국의 경우 신약이 사용 승인만 받으면 의료보험도 동시에 적용받을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 사용 승인을 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그 효용성과 경제성을 만족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사용 승인된 신약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약값 전액을 환자가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아울러 신약 사용을 승인받은 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데까지 시일이 상당히 걸릴 수밖에 없어 그 사이에는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할 수밖에 없다.

위암의 경우 매년 3만 명 정도가 진단을 받는데 이 중 10% 정도가 첫 진단부터 원격 전이된 4기암이다. 1~3기 진단을 받고 위 절제 수술을 다 해도 일부 위암 환자는 재발한다.

전이ㆍ재발 위암의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6개월도 생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 때문에 항암 치료를 통해 삶을 연장을 도모하게 된다. 항암 치료를 해도 1년 정도 생존할 확률이 50% 내외에 그친다. 그만큼 전이ㆍ재발 위암은 치명적이다.

최근 전이ㆍ재발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 세포 독성 항암제에 ‘옵디보 (Opdivo)’라는 면역 항암제를 병용하면 표준 항암제를 단독으로 사용할 때보다 생존 기간, 치료 시작 후 종양 진행까지 기간 및 종양 반응률(종양 축소 확률)이 높다는 것이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입증됐다.

이를 근거로 식약처는 지난해 6월 표준 세포 독성 항암제에 옵디보를 병용하는 새로운 치료법 사용을 승인했다. 국내 전이ㆍ재발 위암 환자가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표준 항암제+옵디보’ 병용 요법은 사용 승인만 받았을 뿐 건강보험 급여는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체 표면 면적 1.5㎡인 위암 환자가 6개월 동안 ‘표준 항암제+옵디보’ 병용 요법을 받으면 3,800만 원 정도(옵디보 3,300만 원, 표준 항암제 500만 원 정도)을 부담하게 된다. 이 비용을 전부 환자가 내야 한다. 게다가 이 병용 요법이 좋은 효과를 나타내 이 치료를 계속 받으면 환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그런데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미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고 있는 표준 항암제가 신약인 옵디보를 병용하면 표준 항암제까지 건강보험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표준 항암제에 신약을 병용 치료할 때 표준 항암제는 기존대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신약에 한해서만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은 표준 항암제에 신약을 추가하는 병용 요법을 통째로 새로운 치료법으로 간주해 환자가 약값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항암 신약이 사용 허가 후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되는 데까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전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기존 표준 항암제 비용까지 환자가 부담하는 것은 분명 부조리하다.

보건당국은 신약과 병용하는 표준 항암제는 건강보험이 그대로 적용돼 목숨을 경각에 둔 암 환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목숨을 눈앞에 둔 암 환자를 매일 접하는 의사로서 간절한 바람이다.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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