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임축제] 도깨비난장 불과 웃음, 열정으로 채워진 축제의 도시
불과 웃음, 열정과 재치가 춘천의 강변을 달궜다.
3년만에 돌아온 춘천마임축제의 ‘불의도시 : 도깨비난장’이 28일 새벽 첫날 일정을 마쳤다. 축제장인 춘천 삼천동 삼악산 케이블카 주차장은 정통마임과 서커스부터 현대무용, 공중곡예, 오브제를 활용한 신체극, 사운드 퍼포먼스, 파이어 퍼포먼스, 풍선 아트, 디제잉 등 다채롭고 수많은 공연들로 채워졌다. 삼악산 아래 주차장은 내림무대, 독립무대, 광장, 강변무대 4곳으로 나눠진 축제장이 되어 관객들을 맞았다.
푸드트럭들도 오랜만에 등장했다. 닭꼬치를 굽는 작은 바비큐장을 지나 피자, 만두, 생맥주, 분식 등을 판매하는 작은 트럭들과 아기자기한 플리마켓이 오랜만에 늘어섰고, 그 앞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양한 형식과 주제를 품은 공연들이 4개 무대 곳곳에서 나눠 펼쳐져 관객들은 끊임없이 이동했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액셀을 밟는 작은 화물차 위로 배우들이 매달려 현대인의 번아웃(아이모멘트 ‘쉼표’)을 표현하며 울림을 줬고, 크레인에서는 아찔하지만 아름다운 공중곡예(프로젝트 루미너리 ‘다시 봄’)가 펼쳐졌다. 광장에는 카프카의 ‘변신’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거대한 갑각곤충이 나타나(배낭속 사람들 ‘변신’)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시나브로 가슴에, 양길호, 장은정, 초록고래의 무용 퍼포먼스와 일렉 듀오 해파리의 음악공연 등을 통해 고조된 축제 분위기는 해가 완전히 지면서 더욱 무르익었다.
모든 무대의 조명과 음악이 꺼지고, 4개 무대와 푸드트럭 등에서 각자의 시간을 즐기던 관객들이 어느새 광장 한가운데 시계탑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모였다. 사람들이 감싼 공간 속에서 펼쳐진 공연은 댄스 컴퍼니 틀의 ‘붉은 나비’. 순회공연을 갖고 있는 강원도립극단 정기공연 ‘유정, 봄을 그리다’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안형국 무용가가 흰 고깔을 쓰고 축제장 모든 이들의 시선을 광장 한가운데로 모았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축제의 하이라이트 무주 두문마을낙화놀이 보존회의 ‘낙화놀이’가 시작됐다.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서 이어져 온 전통놀이다. 광장 양끝에 세워진 기둥에 길게 이어 매단 줄에서 불꽃이 하염없이 떨어졌고, 관객들은 20분간 이어진 ‘불멍’을 즐겼다. 일순 조용해진 축제장에는 현대 전자음악에 맞춰 타닥타닥 작은 불꽃들이 타오르다 떨어지는 소리들로 채워졌다. 바람결에 따라 춤추듯 흔들리며 눈앞에서 떨어지는 불꽃비를 보는 이들은 소원을 빌기도, 일상의 고단함을 날리기도 했다.
이어진 ‘예술불꽃 화랑’의 불쇼 ‘길 Passage ; 디아블라다스’는 도깨비 난장의 절정을 알렸다. 악마의 탈을 쓰고 등장한 퍼포머들은 불꽃으로 축제장의 길을 열며 등장, 마치 재앙을 막아주는 듯한 힘찬 몸짓으로 열기를 뿜어냈다.
이후로도 관객들은 쉽게 축제장을 떠나지 못했다. 특히 관객 참여 퍼포먼스들이 다양하게 펼쳐져 곳곳에서 웃음과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쇼갱’은 ‘야바위’를 소재로 탁월한 손재주와 입담을 통해 관객들을 쥐락펴락했고, 해피준ENT의 풍선 퍼포먼스는 대낮 못지 않은 뜨거운 에너지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창작중심 단디는 애벌레들이 화려한 꽃과 함께 다시 피어나는 과정을 무대와 공중을 오가며 감동적으로 그렸다. 벽돌을 짊어진 남자의 인생을 풀어낸 김영주의 ‘벽앞에 서서’를 비롯해 한국도깨비들의 유머러스한 무대 마블러스모션의 깨비쇼, 김찬수마임컴퍼니의 블랙클라운, 올해 축제의 개막을 알렸던 서커스디랩 등 서커스 무대도 웃음을 줬다.
축제의 열기는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마임시티즌은 ‘Just Heroes’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망토를 둘러주고 무대로 초대하며 일상 속 모두가 영웅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푸른해는 관객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넘기’ 같은 놀이를 권유하는 와중에 머리 오브제를 계속 떨어트리며 웃음과 관객 참여를 자연스레 이끌었고, 바디뮤직코리아의 바디퍼커션은 리듬을 깨웠다.
이어진 자원활동가 깨비들의 시간. 깨비들은 춘천마임축제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 ‘새로운 시작’, ‘올해 제일 잘한 선택’ ,‘인연’ 등을 외쳤다. 이들과 함께 손잡고 강강수월래를 돌던 관객들은 오랜만에 심장을 울리는 EDM 음악을 따라 스테이지식스의 무경계 클럽파티로 새벽 2시까지 축제를 즐겼다.
이렇게 색색으로 맛있게 들썩이는 도깨비 난장은 28일 오후 4시부터 둘째날 일정을 이어간다. 출연팀도 첫날보다 더 많다. 끌린다면, 오늘 밤 춘천으로.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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