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곡물가격 급등 속 미중 경쟁의 또다른 전선된 '바이오에탄올' 생산 현장을 가다

시카고=고재원 기자 2022. 5. 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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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스에너지' 공장 르포.."모든 탄소 포집해 땅 속에 묻을 것"
스티븐 켈리 원어스에너지 최고경영자(CEO)가 원어스에너지 바이오에탄올 생산공장 투어를 끝마치겠다고 말하고 있다. 시카고=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

미국 바이오에탄올 생산회사인 ‘원어스에너지’의 스티븐 켈리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인근 소도시 깁슨시티에 위치한 원어스에너지 바이오에탄올 생산공장을 보여주던 중 이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멈췄다. 

공정의 마지막 과정인 바이오에탄올과 부산물 최종산출 등 극히 일부만 공개한 후 보안상의 이유로 더 이상의 접근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3년 전만 해도 자유롭게 공개됐지만 중국인들이 방문해 생산공정을 베껴간 것으로 추정한 후 공장 투어 범위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의 방문 후 중국 내 바이오에탄올 생산공장 건설이 붐을 이루고 공정 또한 유사했다는 설명이다.  

이날은 바이오에탄올 사용 증진을 목표로 하는 미국 곡물협회의 초청으로 바이오에탄올 생산공장 견학이 진행됐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정세가 불안해지며 유가가 급등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현상은 만국 공통이 겪고 있는 고난이다. 여기에 더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가 찾아오며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에탄올 생산의 부산물인 옥수수오일이 추출되고 있다. 시카고=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물체를 수확해 세포벽을 이루는 셀룰로스를 당으로 분해한 뒤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이런 위기들에 대응할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바이오에탄올은 화석연료보다 대기오염 물질이 적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산소 함량이 적어 불완전 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휘발유와 달리 바이오에탄올은 산소를 포함하고 있어 불완전연소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자동차 휘발유 연료에 혼합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유가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경제성과 친환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국들은 바이오에탄올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바이오에탄올을 의무적으로 연료에 혼합하는 ‘에너지정책법’을 도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올 여름 바이오에탄올이 15%인 E15 연료에 대한 판매 허용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가장 빠르게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한 국가는 브라질이다. 1970년대 도입했으며 현재 바이오에탄올이 27%인 E27과 95%인 E95로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을 포함해 아르헨티나나 멕시코 등 남미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바이오에탄올을 도입 중이다. 중국 역시 2017년 8개 지방에 E10 사용을 허가한 후 2020년 전국으로 사용을 확대했다. 

켈리 CEO에 따르면 바이오에탄올 생산공정은 옥수수를 분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옥수수 가루를 만든 후 뜨거운 물을 붓는다. 효소에 의해 셀룰로스가 당으로 분해되기 쉽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 다음 효소를 집어 넣어 분해공정을 거친다. 옥수수가 가진 세포벽을 분해해 알코올 생산에 용이한 단당류로 전환한다. 이제 미생물을 집어넣어 발효공정에 돌입한다. 실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부산물로 옥수수 오일과 동물 사료로 쓰이는 DDGS란 물질이 생긴다. 공장은 24시간 돌아간다. 연간 1억 5000만 갤런(1갤런은 3.785L)의 바이오에탄올이 생산된다. 

원어스에너지 바이오에탄올 생산공장 시설 중 일부. 시카고=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문제는 바이오에탄올 생산의 부산물로 탄소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켈리 CEO는 “이때 발생하는 탄소의 약 95%를 포집하고 있다”며 “탄소는 분해 과정을 거쳐 대기로 방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원어스에너지는 바이오에탄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100% 포획하기 위해 새로운 포집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2024년 건설을 시작해 2025년 완공이 목표다. 현재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건설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포집한 탄소는 땅 속에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항상 지적되는 약점도 있다. 옥수수나 대두 등의 곡물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다. 2012년 미국 콘벨트와 흑해 연안 지역의 곡물 주산지에 기록적인 가뭄이 들이닥치며 주요 곡물인 옥수수와 대두, 밀 가격은 그 해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각각 57%와 30%, 40%가 급등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 세계에 곡물파동과 식량위기 상황이 펼쳐졌다. 자연스레 미국이 옥수수 총 생산량의 36%를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사용한 것에 비판이 제기됐다. 

공장으로 배달되고 있는 옥수수. 샘플을 채취해 수분 정도 등의 질을 체크한다. 시카고=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는 “바이오에탄올은 국제곡물시장의 하나의 변수로 매일의 곡물가격 등락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2012년과 같은 국제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준의 변수는 아니다”며 “더군다나 전 세계가 휘발유 사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연료 첨가제로의 바이오에탄올 사용도 자연스레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에탄올 산업 전문가인 스테판 뮬러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 교수 역시 “미국의 옥수수와 대두 생산 수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예상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원어스에너지는 미국 내 5개 곡물조합이 금액을 출자해 2009년 설립한 회사다. 한국으로 치면 농협 5곳이 6600만달러(약829억원)의 금액을 모았다. 그외 주주들의 투자 1억달러(약1256억원)도 받았다. 바이오에탄올 생산과 판매에 대한 사업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일리노이 주에는 원어스에너지와 동일한 바이오에탄올 생산공장이 13개가 있다. 미국 에탄올생산잡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3일 기준 일리노이 주 13개를 포함해 미국 내 202개의 바이오에탄올 생산공장이 존재한다. 한해 174억 6800만 갤런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 역시 2020년 기준 18개의 바이오에탄올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19년 14개보다 4개 늘었다. 숫자를 점차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한국 소비자들은 바이오에탄올 선택권이 없다. 바이오에탄올 도입 검토가 2000년대 중반 집중적으로 이뤄졌지만 원료를 대부분 수입해야 하고 정유업계의 휘발유 수요 감소 우려 등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도입이 유보됐다. 켈리 CEO는 “바이오에탄올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도구”라며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100%로 잡아내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생산원료인 옥수수와 에탄올, 부산물인 DDGS(동물사료)와 옥수수 오일. 시카고=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시카고=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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