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순위농단'까지 번진 《뮤직뱅크》 의혹
더 석연찮은 KBS 해명에 논란 '일파만파'
(시사저널=하재근 문화 평론가)
최근 KBS 《뮤직뱅크》의 순위 공정성 논란이 크게 일어났다. 우리나라 음악방송이 공정성을 의심받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요즘엔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해도 큰 논란으로 비화하지 않는 추세였는데 이번엔 달랐다. 보통 이런 일은 직접적으로 연관된 가수의 팬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번엔 팬덤이 아닌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먼저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런 이슈를 별로 다루지 않던 매체들도 이번엔 앞다퉈 보도에 나섰다. 바로 임영웅이 연관됐기 때문이다.
최근 임영웅은 정규 1집을 내면서 복귀했다. 첫 주 1위는 매우 당연해 보였다. 일단 앨범 판매량이 발매 첫 주에 110만 장을 돌파해 역대 솔로 초동 앨범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다. 한류 걸그룹도 모두 제쳤다. 보통 아이돌이 팬사인회 등 이벤트 마케팅과 해외 구매로 높은 앨범 판매 기록을 세우는데 임영웅은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단순히 콘서트만 진행하면서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이건 국내 인기가 압도적이란 의미다.
게다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다시 만날 수 있을까》는 발매 첫 주에 가온차트 디지털, 다운로드, BGM, 벨소리, 통화연결음차트 등에서 1위를 싹쓸이하면서 5관왕에 올랐다. 여기에 더해 앨범차트에서도 1위였기 때문에 총 6관왕이었다. 이러니 1위가 당연해 보였고 실제로 Mnet 《엠 카운트다운》과 MBC 《쇼! 음악중심》에선 1위에 올랐다.
황당한 KBS 해명에 논란 더 증폭
그런데 놀랍게도 《뮤직뱅크》에선 임영웅이 2위에 머물렀다. 하이브의 신인 걸그룹 르세라핌의 《FEARLESS》가 1위를 차지했다. 만약 싸이의 《댓댓》이 1위라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됐을 것이다. 임영웅 복귀 후 유일한 경쟁상대가 조금 먼저 복귀한 싸이였다. 하지만 싸이도 아닌, 많은 국민이 알지 못하는 신인 그룹의 낯선 노래가 1위라고 하니 충격파가 컸다. 그 그룹도 자신들이 1위로 호명될 때 경악하는 듯이 보였을 정도다.
아무리 그전부터 음악방송의 저신뢰 관행이 이어져 왔다고 해도 이번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지적과 함께 대형 논란이 터졌다. 여기에 배점표가 기름을 끼얹었다. 임영웅이 디지털 음원 점수, 음반 점수에서 모두 압도했는데 방송 횟수 점수에서 0점으로 나왔다. 상대 신인 그룹의 방송 횟수 점수는 놀랍게도 5348점이었다. 임영웅의 솔로 초동 앨범 판매량이 역대 신기록을 세우며 받은 음반 점수가 5885점이다. 신인 그룹이 방송에 얼마나 나왔길래 역대 음반 판매 기록에 버금갈 정도의 방송 점수를 받는단 말인가? 게다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가온차트 5관왕을 하고 받은 음원 점수는 1148점이었다. 그래서 더욱 《FEARLESS》의 방송 점수 5348점이 납득하기 어려웠고, 공분이 들불처럼 번져갔다.
모처럼 해명이 나왔다. 보통 순위 문제에 대해 팬덤에서 의혹을 제기해도 해명은 거의 없었다. 이번엔 국민스타 임영웅이 연관되자 일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커지면서 제작진이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해명 때문에 공분이 더 커졌다. 《뮤직뱅크》 측은 5월2일부터 8일 사이에 임영웅의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KBS 콘텐츠에 방송되지 않아 0점이라고 했다. 그리고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KBS 국민패널 1만76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가요 선호도' 조사에서 이 노래의 응답률이 0%로 나왔다고 했다.
신인 그룹의 노래가 어떻게 방송 점수 5348점을 받았는가 하는 핵심 의혹에 대한 해명이 없었다. 여기서부터 국민을 우롱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대국민 거짓말 의혹도 터졌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사실은 KBS 라디오에서 3번 방송됐다는 것이다. 사태가 더 심각해지자 《뮤직뱅크》 측에서 이례적으로 재차 해명에 나섰다. 라디오 부문은 KBS Cool FM의 7개 프로그램만 집계 대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진위 논란이 터졌다. 누리꾼들이 가수들의 KBS Cool FM 방송 건수와 방송 점수의 연관성을 하나하나 따져보니 7개 프로그램이 대상이라는 말을 믿기 힘들다고 했다.
그 지적과 별개로,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다 똑같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인데 어느 프로그램에 나가면 방송 점수가 부여되고 어느 프로그램은 아니다? 방송 점수가 복불복이란 얘기가 된다. 복불복으로 결정되는 순위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설사 방송 점수가 공정하게 산정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결국 KBS 방송 횟수로 결정되는 순위에 무슨 가치가 있는가? KBS와 관계가 좋아서 음원을 KBS에 많이 내보내도록 하면 무조건 높은 순위로 올라가는 것인가? 이런 KBS 집안잔치를 매주 국민에게 방송할 이유가 있을까?
더 황당한 의혹이 터졌다. 대중가요 선호도 조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의 응답률이 0%라고 해명했는데 처음부터 이상했다. 문제의 핵심이 방송 점수인데 선호도 조사 이야기는 왜 한단 말인가? '국민패널, 1만7609명' 이런 키워드들을 통해 이번 《뮤직뱅크》 순위 산정이 아주 합리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전략처럼 보여서, 뭔가 국민을 우롱하거나 사태의 핵심을 호도한다는 느낌이었다.
대체 국민을 어떻게 봤길래
그런데 이 선호도 조사 자체가 애초에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곡은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패널 조사를 한 것처럼 이야기했다면 이건 국민 기만이 된다.
임영웅에 대한 2차 가해도 될 수 있다. 임영웅 신곡에 국민 선호도 0%라는 낙인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 0%는 많은 매체에 여과 없이 보도됐다. 역대 솔로 초동 신기록을 세운 국민스타 앨범의 타이틀곡이 졸지에 선호도 0점 노래가 됐다. 이 모든 의혹이 사실이라면 《뮤직뱅크》가 임영웅 순위농단으로 1차 가해하고, 선호도 0%로 2차 가해한 셈이다.
심각한 건 국민에 대한 태도다. 요즘 아이돌이 가요계를 장악하면서 음악방송은 그들만의 리그가 된 지 오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찻잔 속 태풍이었다. 하지만 임영웅은 K팝 스타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국민스타다. 이런 대스타의 히트곡을 신인 그룹의 낯선 신곡 아래로 밀어내는 건 평소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대체 국민을 어떻게 생각했길래 이런 내용을 방송할 수 있단 말인가?
논란 이후의 태도도 그렇다. 일단 사과가 없다. 사과하지 않으려면 해명이 확실해야 하는데 해명은 부실하다. 신인 그룹 낯선 노래의 방송 점수 5348점,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KBS 국민패널 1만7609명을 대상으로 대중가요 선호도를 조사했다는 식으로 논점을 빙빙 돌리는 듯한 인상을 줬다. 최초 해명에서 '각종 외부 전문기관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점수를 집계한다고 하며 순위의 공정성을 과시하는 듯한 말도 했다. 임영웅이 0점을 받은 이유, 신인 그룹이 5348점을 받은 이유, 최종 배점 비율이 각각 어떻게 적용됐는지, 이런 핵심 내용은 일부만 밝히면서 다른 얘기들로 무마하려는 듯한 해명이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대국민 거짓말 의혹도 심각하다. 정말 하지도 않은 선호도 조사를 했다고 한 것인가? KBS Cool FM의 7개 프로그램에만 점수를 부여한다는 해명이 사실인가? 보통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잘못 그 자체보다, 그 이후의 거짓말 때문에 일이 더 커지곤 한다. 대표적으로 신정환이 도박 그 자체보다 대국민 거짓말 때문에 괘씸죄를 더 크게 받았다.
이참에 의혹 투명하게 해명해야
누가 봐도 이상하게 여길 임영웅 2위 사태와 그 이후의 해명을 보면, 제작진이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 불공정에 젖어 판단력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뮤직뱅크》는 그전부터 일각으로부터 '방점뱅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방송 점수 문제가 심각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이돌 팬들 사이에선 진작 회자됐던 문제다. 그렇게 문제의식이 쌓인 것도 이번에 공분이 크게 터진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누적된 의혹을 밝혀야 한다.
우리 가요계는 한류 이후 국가 전략 부문이 됐다. 그걸 선도하는 곳이 바로 방송사고 음악방송이다. 그런 방송 순위의 신뢰성이 최악이다? 이러면 가요계가 발전하기 어렵다. 만약 임영웅 정도의 국민스타에게까지 순위를 조작하고 2차 가해한 것이 사실이라면 음악방송 제작진이 가수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동안 피해를 당하고도 임영웅 같은 국민스타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명도 받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던 가수가 많을 수 있다. 방송 점수가 순위를 좌우한다면 결국 방송사와 긴밀한 관계에 있거나 영업력이 좋은 대형 기획사 가수가 유리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어떤 발전이 가능할까?
이 이슈는 단순히 누가 1위를 하고 말고에서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하고 연결된다. 음악방송은 10대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부문인데, 이런 곳이 복마전 형태로 운영된다면 무엇을 배우겠는가? 바로 이런 문제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싹트고 그것은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불신은 우리 사회 선진화를 치명적으로 저해한다. 대중문화계부터 경제계, 정치계 등 모든 부문에서 시스템은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도약할 것이다. 특히 시상식과 순위의 공정성은 한 분야의 기본이 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순위 조작 문제 때문에 오디션 제작진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많은 이가 《뮤직뱅크》 또는 KBS의 충분한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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