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D-택트] 토스뱅크는 IT 기업입니까?
(지디넷코리아=손희연 기자)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였던 '토스'가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업에 진출하면서 토스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어떻게 금융업에 녹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케이뱅크처럼 든든한 대주주를 보유한 곳도 아니고 카카오뱅크 초창기 공신이었던 카카오프렌즈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토스뱅크는 5월 기준 290만명의 고객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토스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때 기자가 가장 중점을 둔 질문은 '토스는 IT 기업인가, 금융기업인가'였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1차 관문을 넘지 못했던 때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당시 "금융업"이라고 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을 때는 "IT회사"라고 답변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한 요건이 달라진 것도 있었지만, 토스의 주된 매출 비중이 금융 수수료에서 플랫폼 광고 수수료로 바뀌기도 했었습니다.)
토스를 IT 기업이라고 분류한다고 하면, 토스뱅크는 어떤 DNA가 이식됐을까요. 토스뱅크는 기존 은행과 다른 IT 아키텍처를 거론해왔습니다. 은행의 핵심 업무를 다루는 시스템 계정계(코어뱅킹)를 제외하고,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MSA)를 택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마이크로 서비스와 비교되는 개념은 모놀로틱(Monolithic)으로 단어 그대로 입니다. 마이크로 서비스는 서비스를 마이크로 단위로 쪼개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고, 모놀리틱은 한 뭉텅이로 되어 있는 것이지요.
사람을 예로 들면 이해가 쉽습니다. 마이크로 서비스는 사람의 몸·팔·다리 등 각 부위가 독립적으로 구성된 것이며 모놀리틱은 한 몸으로만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만약 팔 대신 전기톱을 이식하는 작업이 있다고 합시다. 마이크로 서비스는 분리된 팔을 전기톱으로 갈아끼우고 성능을 테스트하면 되지만, 모놀리틱은 몸에서 팔을 어떻게 얼만큼 분리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팔을 분리한 후 전기톱을 연결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 서비스는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할 때 모듈화한 서비스가 잘 굴러가는지 보면 되지만, 모놀리틱은 새 서비스가 전체 몸통에 잘 붙어있는지 전체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기존 은행들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때 잠시 '전산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거래를 중단하는 것도 모놀리틱으로 시스템이 설계돼서 일겁니다. 모듈만을 연결하는 마이크로 서비스는 모듈 단위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보니 유지 보수에 드는 인건비도 모놀리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겠지요.
실제 토스뱅크의 경우 ▲여신 ▲수신 ▲카드 서비스는 서버와 데이터베이스가 별도로 분리되며, 시스템의 직접적인 참조 대신 HTTP API 등의 통신을 통해서만 호출하도록 구성됐습니다.
특히 고객 단에선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토스에서 토스뱅크와 토스증권 등이 구동되는 만큼, 일부 장애가 전체 시스템으로 번지지 않도록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를 택했다는 것이 토스뱅크 측 설명입니다.
최근 토스뱅크 박준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은행 뿐만 아니라 많은 업권에서 20년 전의 IT시스템을 고수하는 곳이 많은데, IT서비스 아키텍쳐는 매우 큰 발전을 이어온 만큼 관리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MSA는 여러 모듈들이 분산돼 관리 및 모니터링이 힘들다는 점이 있고 , 통합 테스트를 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 박준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쪼개지는 서비스가 많아졌지만 리소스 낭비 등의 문제는 기술 발전으로 대부분 해결된 상황"이라며 "가상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물리적인 리소스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돼 서비스를 쪼개는 과정이 낭비로 이어지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토스뱅크는 계정계에도 새로운 IT 시스템을 접목한다는 계획입니다. 조직과 서비스간 영향도를 고려해 시스템을 분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준하 CTO는 "토스뱅크도 계정계는 은행 서비스를 빠르게 구축하는 과정에서 아직은 과도기적으로 기존 금융사의 것(모놀리식)을 유지하고 있다"며 "점차 토스뱅크만의 모습으로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박 CTO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계정계에서도 일부 오픈소스 접목을 시도하고 있으며 특히 이벤트 전달을 위해 카프카(kafka)를 사용하는 것은 이미 구축 단계에서부터 적용이 됐다"며 "계정계서 문제 발생시 빠르게 인지하고 롤백을 아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플랫폼 변경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손희연 기자(kunst@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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