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리뷰] 이두희가 NFT로 1분에 20억을 벌었다지?..나도 도전했다

김근욱 기자 2022. 5. 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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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만들 순 있어도, 누구나 팔긴 어려운 NFT
누가, 왜, 어디에 쓰려고 사는 걸까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 2022에서 'NFT시장·NFT커뮤니티를 일군다-메타콩즈·지릴라·실타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22.5.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천재 개발자 이두희가 1분 만에 20억원을 벌었다. 안 믿기겠지만, 진짜다. 지난해 삼성전자 연매출이 297조. 계산하면 1분에 5억원 쯤된다. 순간 스피드로 따져보면, 이재용보다 이두희가 더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다.

천재는 우리랑 다른 세계에 사는 걸까. 무얼 팔아 1분에 20억을 벌었냐 물었더니 NFT를 팔았다고 했다. 개당 20만원짜리 NFT 1만개를 내놨는데, 1분 만에 완판돼 20억원을 벌었다고...

순간, 머릿속 전구에 불이 켜졌다. IT기자 3년 차인 나는 그간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의미한다"고 수없이 써왔다. 이제 이론 수업을 끝내고 실전에 돌입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명 '영앤리치 기자'라는 부푼 꿈을 안고, 직접 NFT를 만들어봤다.

NFT 제작 서비스 '크래프터 스페이스' 화면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 NFT, 이렇게 만들기 쉽다고?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NFT 제작 서비스 '크래프터 스페이스'(Krafter space)를 이용했다. 일부 천재들의 영역이라 생각해 지레 겁부터 먹었으나, 막상 시작해보니 문과 출신도 '3분 컷'이 가능할 정도로 간단했다. 사진을 올리고 'NFT 발행하기'를 누르면 끝이었다.

단, 약간의 사전지식은 필요하다. NFT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코인을 보관할 수 있는 '암호화폐 지갑'이 있어야 한다. 크래프터 스페이스 역시 '카이카스'(Kaikas)라는 이름의 가상 지갑을 만들어야 했다. 지나친 걱정은 금물. 몇 번의 클릭만 하면 제 알아서 만들어졌다.

어떤 사진을 NFT로 만들어야 할까. 한참의 고민 끝에 내 캐리커처를 선택했다. 설명란엔 "This NFT will become a legend in 10 years"(이 NFT는 10년 후 전설이 됩니다)고 적었다. 자기애 과잉 증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NFT는 꼭 자신이 만든 창작물 이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NFT로 만드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크래프터 스페이스 측도 "타인의 저작물을 NFT화하는 행동을 엄격히 금지한다"고 공지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 NFT 마켓으로 알려진 '오픈씨'에서 NFT를 판매하는 화면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 누구나 만들 순 있어도, 누구나 팔긴 어렵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친김에 NFT 판매에도 도전했다. 세계 최대 NFT 마켓으로 알려진 '오픈씨'(OpenSea)를 이용했다. 오픈씨에 접속해 앞서 생성한 '암호화폐 지갑'을 연결하니 내가 제작한 NFT가 나타났다.

'가격'을 입력해야 하는 순간 앞에서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누가 내 캐리커쳐 NFT를 사줄까 하는 걱정과, 어쩌면 전 세계에서 한명쯤은 내 잠재력을 알아봐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소용돌이 쳤다. 한참의 고민 끝에 판매가를 50클레이(Klay)로 결정했다. 현금으로 2만6300원쯤 된다. 브랜드 치킨 한마리 값은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NFT 판매엔 약간의 돈이 필요했다. 오픈씨는 2.5%의 판매 수수료를 걷고 있는데, 이 금액에 맞는 코인을 미리 가상지갑에 넣어둬야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클레이를 구입하고, 이를 가상지갑에 넣는 과정은 척척박사 '네이버 지식인'의 도움을 받았다.

NFT 판매를 시작하고 정확히 이틀이 흘렀다. 28일 오전 기준, 내 NFT 검색 수는 총 2회. 한번은 어제의 내가, 한번은 오늘의 내가 검색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찬란했던 '영앤리치' 도전기는 맥없이 막을 내렸다.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에서 개당 수천 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는 NFT '메타콩즈'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 그래서 NFT가 뭔데?

도대체 누가, 왜, 어디에 쓰려고 NFT를 산다는 걸까. 백문이 불여일견 했거늘, NFT를 직접 만들고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NFT 자체를 부정하기엔 돈의 흐름이 눈에 보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두희가 만든 NFT '메타콩즈'는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개당 1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두희는 NFT 열풍을 '온라인 플렉스'(Online Flex) 문화라고 설명한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소비를 통해 자신의 재력과 사회적 위치를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쏘나타 대신 롤스로이스를, 애플 워치 대신 로렉스를 사고 싶어 하는 이유다"며 "그동안 오프라인에선 명품 시계, 명품 가방으로 나를 표현할 방식이 많았는데, 온라인에서 '플렉스' 할 방법이 없었다. 이 역할을 NFT가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암호화폐 업계에선, 유명한 NFT를 구입해 SNS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하면 '돈 좀 쓸 줄 아는 사람'으로 보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네이마르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확인한 결과, 일명 'BAYC'라 불리는 원숭이 NFT였다. 해당 NFT의 평균 거래가는 1억원. 최고가는 2500억원을 넘는다.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 유명 아티스트 스눕독·에미넴·저스틴 비버도 명품 NFT를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하고 있었다.

글로벌 축구 스타 '네이마르'의 트위터 화면. (트위터 캡처)© 뉴스1

내 눈엔 이리보면 원숭이고, 저리보면 고릴라처럼 다 비슷한데, 도대체 어떤 NFT가 명품이 되는 걸까. 이두희는 NFT에 가치를 부여하는 건 '커뮤니티'의 역할이라 했다. 현재 대부분의 NFT 기업들은 트위터·디스코드·텔레그램을 통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소속된 사람들은 자신의 NFT가 멋있다는 여론을 만들어내고, 사회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구성원이 다함께 하나의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간다는 이야기다.

기사를 마감하며,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이해하기 싫은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미 시장은 열려있고, 기업들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해보였다. 그리고 어쩌면 한국도 머지않아 카카오톡 프로필에 1000만원짜리 NFT를 올려놓고 '부'를 과시하는 세상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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