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한국 오게 한 이것..IPEF가 대체 뭐길래? [뉴스 쉽게보기]

박재영,임형준 2022. 5. 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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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한일 순방을 위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일 한국, 22∼24일 일본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했고 군사 동맹 관계를 튼튼하게 하려는 목적이기도 하지만, 진짜 중요한 이유가 있었어요. 바로 우리나라의 'IPEF' 가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는데요. IPEF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의 약자예요. 이번 주 내내 뉴스를 도배해서 한번쯤 들어보셨을 수도 있을 텐데요. 대체 이게 뭐기에 미국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걸까요?
◆ 중국을 제외한 경제협력

지난 23일 IPEF가 공식 출범했어요. IPEF는 미국이 주도해 인도양과 태평양에 인접한 국가들과 긴밀한 경제협력 모임을 만든 건데요. 중국은 빼고요. 미국은 전 세계 패권을 두고 중국과 경쟁 중이잖아요. 요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키우는 것 같으니 견제하겠다는 거죠.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0월에 IPEF를 만들겠다고 처음 언급한 이후 본격적으로 설립을 추진해왔어요. 이 모임엔 미국과 한국 외에도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전통적인 미국 우방국들이 포함됐어요.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까지 총 13개 국가가 초기 멤버로 참여했죠.

◆ 미국과 경제동맹이 처음은 아닌데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과 경제동맹 관계예요. 2012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되고 있죠. 그런데 왜 미국은 또 경제협력 모임을 만들려는 걸까요? 전 세계 경제협력 방식이 다음과 같이 변화 중이기 때문이에요.

① 세계무역기구(WTO): 전 세계의 경제협력

1995년에 출범한 WTO는 전 세계가 자유로운 무역을 하면서 다 함께 잘살아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회원국 간에 무역을 할 때 서로 차별하지 말고 공정하게 하자는 거였죠. 또 WTO는 무역과 관련한 분쟁이 생기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잘못된 것은 고치도록 감시도 해요. 그래서 '경제의 UN(국제연합)'이라고도 불려요. WTO에 가입한 국가만 160개가 넘어요.

그런데 가입국이 많아지자 문제가 생겼어요.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규칙이나 협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모두가 합의하기는 어려웠던 거죠. 각자의 이해관계를 다 만족시킬 순 없으니까요.

② 양자 간 FTA: 두 나라 사이의 경제협력

그래서 나온 게 두 나라 사이에 맺는 '자유무역협정(FTA)'이에요. 모두가 만족하는 공통의 규칙은 만들기 어려우니 두 나라 사이에서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는 협정을 맺자는 거죠. 두 나라만 합의하면 되니까 WTO보다 더 많은 혜택을 서로에게 주고요. 상품이 국경을 통과할 때 부과되는 세금을 '관세'라고 하는데요. FTA를 맺은 나라들은 두 나라의 특산품 등을 거래할 땐 서로 관세를 낮춰줘요. 수입 상품에 대한 규제를 예외적으로 일부 풀어주기도 해요.

③ 메가(Mega) FTA: 다자간 경제협력

그런데 두 나라 사이에서만 맺는 FTA도 한계가 드러났어요. 경제와 산업 구조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상품 하나를 만들 때 관여하는 나라가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을 생산할 때도 여러 국가가 참여해요. 먼저 미국 애플 본사에서 디자인과 개발을 하겠죠.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같은 부품은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있는 회사에서 만들고요. 이 부품들은 중국에 위치한 공장에서 조립돼요. 그래서 등장한 게 '메가 FTA(다자간 자유무역협정)'예요.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인 여러 국가끼리 FTA를 맺자는 거죠. 미국은 인도양과 태평양 지역의 여러 국가와 경제동맹을 맺고 싶었던 거예요.

◆ 세계 최대의 소비·생산 지역

이곳이 세계 최대의 '소비 지역'이자 '생산 지역'이 됐기 때문이에요. 인도·태평양 지역은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35.2%, 국내총생산(GDP)의 44.8%, 상품 무역의 35.3%를 차지하는 시장이에요. 여기서 말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은 한국, 일본, 인도, 대만,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14개국을 의미하는데요. 요즘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져 미국은 불안했던 거죠. 미국과 달리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메가 FTA에 참여하고 있거든요.

바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라 불리는 메가 FTA예요. 중국 주도로 2019년에 협정이 타결됐고, 올해부터 효력이 시작됐죠. 중국 외에도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했어요. RCEP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구상한 게 바로 IPEF고요.

◆ 기존 경제동맹과는 다른 IPEF
그런데 미국이 주도하는 IPEF는 기존의 경제동맹과는 다른 점이 있어요. FTA는 관세를 낮춰주고 우리끼리 자유로운 무역을 하자는 거였잖아요. 하지만 IPEF에는 서로 관세를 인하해주자는 내용은 없어요. 사실 그래서 메가 FTA라고는 볼 수 없죠. 그 대신 미국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협력을 원해요.

미국이 원하는 건 바로 '공급망 확보'예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종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중국은 자국에서 많은 양을 생산하는 희토류가 첨단산업의 주원료라는 점을 이용해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도 유럽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팔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죠. 예전엔 서로 관세를 낮춰주면서 효율적인 무역을 하는 게 중요했지만, 이젠 자원을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거예요.

◆ 핵심은 반도체·배터리

미국이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원은 반도체와 배터리예요. 반도체는 전자기기 외에 자동차, 의료기기, 군사 장비에도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에요. 미국은 경제뿐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반도체 공급망을 관리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런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모여 있어요.

미국은 반도체 설계에 강점을 보여요. 미국 기업들이 설계한 반도체는 대만과 한국에서 주로 생산하고요. CPU(중앙처리장치) 같은 시스템반도체는 대만 기업이, 정보를 저장할 때 사용하는 메모리반도체는 한국 기업들이 많이 생산하죠. 반도체를 생산할 때 필요한 제조 장비는 일본 회사들이 잘 만들어요. 이렇게 생산한 반도체들을 포장·조립하고 이상이 없나 검사하는 '후공정' 작업은 말레이시아에서 많이 이루어져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맨 왼쪽)이 지난 20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셋째)의 안내를 받으며 건설 중인 3라인(P3)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승환 기자]
배터리는 '미래 산업의 쌀'로도 불려요. 지금까진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자원이 '석유'였다면, 이젠 배터리가 그 자리를 대체할 전망이죠. 전기차는 물론 스마트폰,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를 이끌어갈 상품들은 모두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니까요.

배터리 확보를 위해서도 이 지역은 중요해요. 배터리 산업은 한국, 일본, 중국이 주도하고 있거든요. 미국은 한국, 일본과 경제동맹을 맺어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싶은 거예요. 중국이 배터리를 볼모로 삼아 미국을 협박할 수 없도록 말이죠.

◆ 불쾌감 숨기지 않은 중국

당연히 중국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어요. 이미 중국 정부는 IPEF가 중국을 위협하려는 좋지 않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우리나라의 IPEF 가입에 대해서도 중국은 우려스럽다는 의사를 밝혔죠. 어떤 사람들은 중국이 우리나라에 경제적 보복을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해요.

이런 우려에도 일단 우리나라는 IPEF에 가입했어요. 새 정부의 외교가 이번 일을 통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를 거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죠. 한국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각각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한쪽만 신경 써서는 안 되는 상황이에요. 중국 주도의 RCEP에 가입한 우리나라가 미국이 만든 IPEF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여요. 새 정부가 내린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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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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