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왕생이 영어로 뭘까" 웹툰 맛을 살리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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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맞선, 좋아하면 울리는, 나 혼자만 레벨업.
최근 한국산 웹툰 인기가 절정이다.
한국산 웹툰, 이른바 K-웹툰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미국,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한국 등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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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인터뷰]카카오엔터 현지화팀
글로벌 웹툰 넘버원 위해 미국·프랑스·멕시코 등 다국인들로 구성
포털 번역기로는 할 수 없는 작업…현지 감성 더하는 세심함 필요
美 '피부 하얗다'· 佛 '술 권하는 장면'…문화 달라 수정해 출시
번역한 대사에 감동 댓글 달리면 뿌듯…불법 유통은 고품질 번역으로 대응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사내맞선, 좋아하면 울리는, 나 혼자만 레벨업.
최근 한국산 웹툰 인기가 절정이다. 그 중심에 카카오와 네이버가 있다. 북미, 일본 등 해외에서 1~2위 웹툰은 모두 이들이 출시한 작품이다. 한국산 웹툰, 이른바 K-웹툰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이 중 하나가 각 국가별 현지화 전략 덕분이다.
카카오에는 각 국가별 웹툰 현지화를 담당하는 별동대가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현지화팀이다. 주요 진출 지역별 현지인들로 구성한 일종의 다국적군이다.
‘사내맞선’이 오피스 블라인드 데이트(office blind date)가 아니라고?
佛 “술 권하는 장면은 음료수로”…美 “피부가 하얗다는 이쁘다로”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내맞선 영어 제목은 '비즈니스 프로포즐(Business Proposal)이다. 레티샤는 “사업적 제안이라는 뜻도 있지만 실제 연인 간 프로포즈 할 때 '프로포즈'라고도 한다"며 "그래서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제목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사내맞선 영어 제목을 거뜬히 넘긴 그도 최근에는 꽤나 머릿골이 아팠다. 카카오의 인기웹툰 ‘극락왕생’을 표현할 영어 제목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리사 루키 키위바인 시니어 감수자는 “(극락왕생을) '죽은 후 극락정토(안락하고 아무 걱정이 없는 곳)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긴 제목을 쓸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불교 철학에 낯선 북미권에서 통할 짧고 강렬한 제목이 필요했다. 키위미디어는 지난해 카카오엔터가 인수한 콘텐츠 전문 번역업체다.
레티샤는 “각주를 달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웹툰 속에 각주가 충분했다”라며 “보살 등은 각주를 달아 이해를 도왔다”라고 말했다.
레티샤와 마리사는 며칠 머리를 맞댔다. 한국인 동료 문승현 팀장도 힘을 보탰다. 여럿이 모이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후 카카오엔터는 웹툰 '극락왕생'의 미국 출시를 알렸다. 그 제목이 '리버스 인 파라다이스(낙원에서 다시 태어나다·rebirth in paradise)'다.
웹툰에 심심치 않게 들어 있는 한국식 토종 표현들은 현지화팀의 끝없는 난제다. 가령, 응원의 의미로 자주 사용하는 “가슴 펴”가 대표적이다. 레티샤는 며칠을 고민했다고 한다.
기자가 번역기를 돌려보니 “오픈 유어 체스트(Open your chest)”라고 나왔다. 레티샤 팀장은 다시 한번 난색을 표했다. 이어 그는 “스탠드 업 스트레이트(stand up straight)”라며 “응원 의미라면 이렇게 말하는 게 맞다”라고 알려줬다.
각 나라 국민들이 예민할 법한 콘텐츠도 이들이 반드시 검수해야 할 사안이다. 예컨대 유럽에선 술을 권하는 장면은 제한된다. 웹툰이 주로 청소년 층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조안 아띠에 키위바인 시니어 감수자(프랑스)는 “만화에서 술을 권하는 장면에 대해선 규제가 있을 정도로 예민한 문제”라며 “이 때는 음료수나 다른 마실거리로 소재를 바꾼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은 최대한 피한다. 가령,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피부가 하얗다’라는 표현이 그 대상이다. 마리사 시니어는 “피부가 하얗다는 이쁘다는 뜻을 내포하지만, 미국 현지에선 인종적으로 예민하게 작용할 수 있다”라며 “결국은 너의 피부가 이쁘다, 아름답다라는 뜻이다. 그런 식으로 대사를 수정해 번역한다”고 말했다.
번역본에 한국문화가 온전히 반영되는 사례도 늘었다. 김밥이 대표적이다. 레티샤는 “과거에는 김밥을 '코리안 스시'라고도 했으나 이제 김밥 그대로 나간다”라며 “김밥에 특수성이 있고, 한국 음식이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잘 읽었다는 댓글에 뿌듯”…“불법유통은 최대 적”
문 팀장은 “번역본이 나올 때까지 동료들과 합도 잘 맞아야 한다”라며 “그만큼 공을 들여 본역본이 출시되고, 내가 고민했던 대사들에 감동을 받았다는 댓글들이 달릴 때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가 현지 웹툰 버전 출시를 준비 중인 스페인어 담당자의 기대도 같았다. 멕시코 국적인 아나 만조 키위바인 스페인어 팀장은 “내가 노력해서 번역한 작품에 잘 봤다는 댓글이 달렸으면 좋겠다”라며 “현지화 작업에 공을 들이는 만큼 스페인어권 독자들이 웹툰을 많이 즐겨주길 바란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카카오엔터는 웹툰의 스페인어권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일환으로 현재 아나 팀장을 비롯해 스페인어 인력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웹툰 불법 유통이다. 엉터리 번역이 실린 불법 유통본은 현지화팀 사기를 떨어뜨린다. 웹툰 인기가 올라가는 만큼 불법유통도 증가하고 있다고 카카오엔터는 전했다.
이날 현지화팀은 고품질 번역으로 불법 유통과 겨루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티샤 팀장은 “불법 유통은 모두의 노력을 져버리는 일”이라며 “공식 플랫폼으로 구매한 웹툰의 번역 품질을 접하면 불법 유통본에 흥미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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